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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진 왕성한 대만에 반도체 공장 밀집”...글로벌 공급망 우려 고조
반도체 파운드리 4분의 3이 아시아에
지진 빈발하는 日·대만에 공장 200개
대만 지정학적 위험도...공급망 다각화 수면 위로
지난 2022년 12월 대만 신주과학단지와 타이난(臺南)에 있는 위치한 TSMC 공장. [로이터]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대만에서 25년만에 강진이 발생하며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가동을 중단하자 전세계 반도체 공급망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반도체 생산 시설이 대만 등 아시아에 집중된 가운데 공급망 다각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대만에서 3일 새벽 7.4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며 애플과 엔비디아 등에 반도체 칩을 공급하는 TSMC는 일부 생산시설의 가동을 중단했다. 다만 조업 재개에 속도를 내고 있어 조만간 생산이 정상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TSMC뿐 아니라 유나이티드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UMC), 뱅가드국제반도체그룹(VIS), 파워칩(力積電) 등 다른 반도체 기업들도 이번 지진의 진앙에서 가깝지는 않지만 일부 공장에서 직원들을 대피시키고 점검을 위해 가동을 중단했다.

대만의 시장조사업체 이사야리서치는 이날 메모에서 TSMC의 신주과학단지와 타이난, 타이중에 있는 생산시설의 가동이 중단됐던 만큼 일부 선적을 늦춰야 할 뿐 아니라 생산 손실을 보완하기 위해 웨이퍼 투입량을 늘려야 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TSMC에 따르면 실제로 3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첨단공정 시설의 가동이 일시 중단됐으며 이 공정의 핵심 장비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도 8∼15시간 가동이 멈췄다.

투자은행 바클리는 이에 대한 보고서에서 고도로 정교한 반도체 팹(fab·반도체 생산시설)은 몇 주간 진공상태에서 연중무휴로 24시간 가동돼야만 한다고 지적하고, 가동 중단으로 공정에 차질이 생겨서 반도체 가격 상승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이로 인해 한국과 일본 등에서 생산되는 실리콘 웨이퍼나 메모리 반도체 등 제품 생산 단계와 중국 베트남 등의 조립 단계 등 전반적인 전자제품 제조에 ‘단기적인 딸꾹질(일시적인 문제)’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전망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미국 CNN방송 등은 이번 강진이 대만에 압도적으로 집중된 파운드리 제조 공장을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FT는 “현재 첨단 파운드리 가운데 4분의 3 정도가 아시아에 분포돼 있다”며 “대부분 공장들은 지진 활동이 왕성한 대만, 일본에 위치해 있고 두 지역에 거의 200개의 제조 공장이 들어서 있다”고 설명했다.

대만을 둘러싼 지정학적 갈등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반도체 공급망을 다양화할 필요성이 다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중 갈등 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군사적 위협에도 노출돼 있어 대만이 세계 첨단 반도체 생산의 중심이 되는 것에 대한 위험성이 오랫동안 제기돼 왔다. 대만은 전 세계 스마트폰과 인공지능(AI) 관련 첨단 기기에 들어가는 최고 사양의 반도체 80∼90%를 공급하고 있다.

FT는 “반도체 공급망을 다양화하는 것은 지진으로 인한 위험을 낮추는 것 뿐만 아니라 지정학적 긴장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CFRA리서치 분석가 안젤로 지노는 “이번 지진으로 한 지역에만 주조 공장이 밀집된 것이 투자자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대만에 집중된 반도체 생산시설을 세계 곳곳으로 분산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미국과 일본에서 진행 중인 TSMC 생산시설 확장 프로젝트는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고,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등 미국 기업들도 여전히 대만에서 주요 사업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CNN은 “반도체 공장을 새로운 지역에 짓기 위해선 첨단 반도체 제조 기술을 갖춘 대규모 인력 뿐만 아니라 수십억달러를 투자할 능력이 있는 기업이나 정부의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뉴저지 공과대학 데이터 과학 연구소의 교수이자 소장인 데이비드 베이더는 “TSMC와 같은 주요 펩 시설이 대만보다 지정학적으로 덜 민감한 지역으로 옮기기까지는 향후 몇 년 동안은 중요한 시기에 놓여 있다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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