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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선 불확실성 대비”…美 1분기 회사채 발행 34년 만 최대
전년비 40% 증가한 815조원 발행…1990년 이후 최대
낮은 스프레드·대선 박빙 전망에 자금 조달 앞당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AP]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미국 기업들이 올해 들어 발행한 회사채가 34년 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오는 11월 열리는 대통령 선거 관련 불확실성에 대비해 필요한 자금을 미리 확보하기 위해 채권 발행을 앞당긴 영향이다.

미국 기업들은 올해 1분기 6060억달러(약 815조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을 인용해 31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에 비해 40% 증가한 수치며 최소 1990년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은행가들과 투자자들은 신용 스프레드가 수년 만에 가장 낮아 기업들이 채권 발행 동기를 부여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용 스프레드는 채권을 발행할 때 기준금리에 덧붙이는 가산금리로, 회사채 수익률에서 기준금리가 되는 국채 수익률을 뺀 수치를 말한다. 스프레드가 낮을수록 기업은 낮은 조달비용으로 자금을 빌릴 수 있다.

또한 미 대선이 박빙을 이룰 것으로 전망되면서 기업들이 연말에 더 비싼 조달 비용으로 시장에 뛰어들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미리 회사채를 발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테디 호지슨 모건스탠리 글로벌 투자등급 채권인수조합 공동대표는 “우리는 투자등급 채권 발행의 일반적인 일정보다 약 두 달 정도 앞서가고 있다”면서 “확실히 선거가 이 모든 (채권) 공급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신용 스프레드는 2022~2023년 채권 발행이 소강 상태를 보인 후 수익률에 굶주린 투자자들 사이에서 강한 수요가 일고, 기술적 세력이 참여하면서 올해 1월 초부터 크게 축소 됐다.

ICE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지수에 따르면 현재 투자등급 채권의 평균 스프레드는 0.93%포인트에 불과하다. 이는 2021년 11월 이후 가장 타이트한 수준이며 19년 만의 최저치보다 0.14%포인트밖에 높지 않다. 하이일드채권(정크본드)의 평균 스프레드는 2021년 12월 이후 가장 좁은 수준인 3.12%포인트에 머물고 있다.

존 맥컬리 씨티그룹 북미 채권인수조합 대표는 “그곳(미국 채권시장)은 정말 좋은 시장”이라며 “우리가 전반적으로 보고 있는 것은 물량이 많아지고 스프레드가 더 타이트해져 기업의 접근성이 향상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지난해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던 경착륙보다 훨씬 더 긍정적으로 바뀐 경제 전망에 베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억제를 위해 공격적인 긴축 정책을 펼쳤던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는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다양한 업종의 회사들이 올해 채권을 발행했다. 포드, 도요타 같은 자동차 기업을 비롯해 모건스탠리, JP모건, 스탠다드차타드(SC) 등 여러 은행들도 1분기에 채권을 발행했다. 캐터필러 같은 건설회사의 채권도 시장에 나왔으며 일부 회사는 3개월 새 여러 번 회사채를 발행하기도 했다.

호지슨 공동대표는 “대부분의 기업들, 특히 빈번하게 발행하는 기업들은 ‘2024년 상반기에 자금 조달의 대부분을 완료하자’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그러면 선거를 거치면서 어떤 이유로든 시장 반응이 긍정적일 경우 연말을 이용해서 2025년에 기선을 제압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존 하인스 웰스파고 투자등급채권자본시장 글로벌 책임자는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4분기 전에 연간 자금 조달을 완료하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하반기 선거와 경기 둔화 가능성을 고려할 때 채권 발행을 기다리는 것보다 지금 실행하는 것이 현명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전환사채(CB) 발행도 올해 들어 급격히 증가했다. 기업의 주가가 사전에 합의된 수준으로 오르면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부채 수단인 CB 판매액은 1분기 170억달러(약 23조원)에 달하며 전년 동기보다 절반 이상 늘어났다.

리처드 더필드 씨티그룹 CB 책임자는 “발행 관점에서 보면 정말 9개월”이라며 “많은 기업들이 ‘4분기는 시작이 아니다.  선거가 어떻게 될지 모르고, 시장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그러한 변동성을 피하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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