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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그림자 조세’ 폐지·감면은 옳은 방향...대체 재원도 강구를

‘준조세’ 성격의 많은 부담금이 폐지되거나 인하된다. 부담금은 세금과 별개로 국민에 부과하는 요금이다. 특정한 공익사업에 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 등 공공기관이 거둬들이는 것이다. 문제는 부담금 중에는 국민 스스로가 지출하는 것 조차 모르고 납부하는 경우가 많아 가뜩이나 어려운 살림에 눈 뜨고 돈을 뜯기는 결과를 초래한 게 적지않다는 점이다. 예를들어 영화표(통상 1만5000원)를 살때 영화 상영관 입장권 명목으로 500원의 부과금을 낸다. 이를 알고 있는 국민은 거의 없다는 점에서 부담금은 ‘그림자 조세’라고도 불린다.

정부는 27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제23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부담금 정비 및 관리 체계 강화 방안’을 발표했는데 그 방향은 옳다. 쌈짓돈이라고 해도 국민 호주머니를 은근슬쩍 터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부담금 관리 체계는 2002년 도입됐는데, 22년만에 처음 전면 정비에 나서는 것이다. 이 정비 계획으로 총 91개의 부담금 중 32개가 없어지거나 감면된다. 개편 대상 32개 중 국민 실생활에 밀접하게 관련된 것은 8개다. 폐지되는 영화 상영관 입장권 부담금이 대표적이다. 현재 1만1000원인 항공료에 포함된 출국 납부금도 7000원으로 4000원이 인하된다. 유효기간 10년인 복수 여권을 발급할때 내야했던 국제 교류 기여금도 1만5000원에서 1만2000원으로 줄어든다.

특정 공익사업의 재원 충당이 목적이었던 부담금은 처음 만들어졌을 때만해도 ‘십시일반’ 성격의 선한 의도가 깔렸지만, 세월이 흐르며 본래 취지가 상실되면서 준조세로 군림해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게다가 국책 사업이 다변화되고 각종 부담금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국민 허리만 휘어진다는 비판대에 올랐다. 사회 일각에서의 부담금 제도를 확 바꿔야 한다는 주문은 그래서 끊이지 않았다. 되레 부담금 규모는 증가 추세였다. 올해 정부의 부담금 징수계획은 24조6000억원 정도인데, 부담금관리기본법이 시행된 2002년 징수 실적 7조4000억원에 비하면 3배 이상으로 늘어난 규모다.

부담금을 통해 얻은 수입은 이번 개편으로 연간 2조원 가량 줄어든다고 한다. 전체 부담금 운용액 22조4000억원(2022년 기준)의 9%에 해당한다. 부담금이 정부나 지자체의 고정 수입으로 고착된 상황에서 당장 부담금 누수현상이 생기면 최우선 순위 사업이 위축될 수 있다. 국민 부담을 줄이면서 대체 재원을 마련할 방안이 중요하다는 말이 나오는 까닭이다. 올해 세수 전망이 그리 밝지 않는 상황에서 그림자 조세를 없애면서도 부담금 개편 부작용을 최소화할 세밀한 후속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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