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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영달 회장 “노래 덕분에 밤양갱도 인기…이게 문화예술의 힘”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
12대 한국메세나협회 회장 취임
“메세나는 기업 뿌리 튼튼히 하는 일”
한국메세나협회 12대 회장으로 취임한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 [한국메세나협회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이 산 저 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아왔건마는, 세상사 쓸쓸허드라.’ (웃음) 여기까지 하죠.”

구성진 음색이 산길따라 물들인 봄꽃처럼 흐드러졌다. 한국메세나협회 회장으로 취임한 윤영달(79) 크라운해태제과그룹 회장의 솜씨다. 윤 회장은 요즘 ‘밤양갱’ 때문에 기분이 좋다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다. ‘사철가’ 한 토막도 절로 나온다.

윤 회장은 지난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가수 비비(BIBI)의 “노래 덕분에 밤양갱도 인기가 늘었다”며 “문화예술의 힘을 다시 한 번 느꼈다”고 말했다.

‘아트 경영’을 신념으로 기업을 일궈온 윤 회장에겐 ‘밤양갱’ 인기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노래의 힘’이 밤양갱 소비로 이어지며 이미 유통가에선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윤 회장은 “고객이 없는 기업은 없다. 기업이 생존하고 발전하려면 고객이 행복해야 한다”며 “고객을 행복하게 해주는 문화예술은 기업의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간 윤 회장은 문화예술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는 “예술을 통해 우리의 고객을 즐겁게 해보자는 것이 지원의 출발이었다”며 “음악에선 국악, 미술에선 조각, 문학에선 시를 택해 집중적으로 연계해 고객을 즐겁게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했다”고 말했다. 국악, 조각, 시는 공연, 미술, 문학에서도 상대적으로 지원이 부족한 분야다.

그는 “과자 가격을 깎는다고 고객이 행복해지겠냐. 다른 곳보다 저렴하니 일시적으로 행복할 순 있겠지만, 그러면 기업은 존속하기 어려워진다”며 “적정 수준의 이익을 내면서 그 안에서 고객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한 결과다”고 했다.

업계에서도 윤 회장의 ‘국악 사랑’은 명성이 자자하다. 그는 ‘우리 소리’의 독창성을 구체화하고자 명인·명창들과 뜻을 모아 ‘국악’의 새로운 이름으로 ‘한음(한국 음악)’을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한음 영재들을 발굴하는 ‘영재한음회’, 민간기업이 주최하는 최대 규모의 전통음악 공연인 ‘창신제’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서울남산국악당 ‘크라운해태홀’도 2017년 후원을 통해 새단장했다.

윤 회장은 “크라운해태가 지금의 모습으로 잘 갈 수 있었던 것은 예술의 힘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물론 모든 직원들이 만족하지 않을 수 있지만 창 한 곡조, 조각 한 번 배워 삶에 큰 보람이 될 거라는 기대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직원들이 영업점 점주들과 가족을 공연에 초청하며 깊은 유대 관계를 형성할 뿐만 아니라 시(時)와 조각을 통해 예술적 안목을 키우며 좋은 신제품까지 만드는 것을 오랜 기간 지켜보면서 ‘직원이 행복하니 기업 성과도 좋아진다’는 것을 깨달았다”라고 덧붙였다.

한국메세나협회 12대 회장으로 취임한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 [한국메세나협회 제공]

윤 회장이 3년간 이끌 한국메세나협회는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협회는 재계의 문화예술 지원을 위해 경제5단체와 기업들이 설립한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한국메세나협회의 주요 사업은 기업과 예술단체가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이어가는 ‘기업·예술단체 결연’, 기업의 예술단체 지원금액에 비례해 정부의 문예진흥기금을 추가 지원하는 ‘예술지원 매칭펀드’다. 협회는 2006년부터 이 사업을 통해 총 1124억원(기업지원금 877억원, 정부지원금 247억원)을 예술계에 지원했다.

신임 회장의 가장 큰 우려는 한국메세나협회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함께 2007년부터 운영 중인 ‘예술지원 매칭펀드’ 사업의 정부지원 예산이 감소하는 것이다. 매칭펀드는 지난 17년간 역 527억원을 지행했다. 하지만 올해 예산은 약 30억원 규모. 2021년 대비 24% 가량 줄었다.

윤 회장은 “매칭펀드는 대표적인 민·관 협력 사업으로 정부기금 투입 대비 기업지원금이 3배 이상 지원됐다. 사회적 효과를 감안할 때 100배, 1000배 이상의 메가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예술 발전을 위한 메가톤급 효과를 지닌 매칭펀드 예산 증액이 시급한 사항인 만큼 정부가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윤 회장은 기업과 문화예술계의 ‘끈끈한 연대’를 강조했다. 그는 “많은 기업이 메세나 활동을 부담스럽게 생각하는데 기업의 발전을 위해선 문화예술로 고객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상호간의 이해를 통해 연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이 예술을 지원한다는 것은 과거의 해석이에요. 예술은 기업의 뿌리를 튼튼히 하는 일이에요. 어떻게 예술인을 돕냐고요? 밥 사주면 돼요. 밥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면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게 되고, 예술가들의 기발한 발상과 아이디어에 깜짝 놀라게 돼요. 그 놀라운 창의성을 보면 말려도 지원할 거예요. 내게 왜 조각을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고 싶어요. 과자도 조각입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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