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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아니스트 랑랑 “앨범 참여한 아내에게 바렌보임, 아르헤르치만큼 칠 수 있냐고 압박”
새 앨범 ‘생상스’ 발매…“佛음악은 자연”
알려지지 않은 여성 작곡가 5인 발굴
피아니스트 랑랑과 아내 지나 앨리스 [유니버설뮤직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프랑스 음악은 마치 물처럼 흘러요. 자연을 닮았죠. 황혼, 연무와 같은 자연의 색채를 볼 수 있어요.”

화려한 피아니즘과 쇼맨십의 스타 피아니스트 랑랑(42)이 파리의 감성을 싣고 돌아왔다. 새 앨범의 제목은 ‘생상스’. 낭만주의 작곡가 생상스를 전면에 내세운 앨범에선 19~20세기 프랑스 작곡가를 함께 들여다 본다.

독일 베를린에 머물고 있는 랑랑은 최근 한국 기자들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한 마디로 프랑스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 생상스를 비롯해 무겁지 않은 인상주의 곡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유명하든 아니든 아름다운 작품이라는 생각을 드는 작곡가의 곡을 수록하게 됐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가장 바쁜 지휘자로 꼽히는 안드리스 넬손스와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가 함께 작업한 앨범엔 생상스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비롯해 라벨 드뷔시, 포레와 같은 프랑스 남성 작곡가의 작품도 함께 실었다.

뿐만 아니라 릴리 불랑제, 제르맹 테유페라, 루이즈 파렝, 샤를로트 소이, 멜라니 보니스 등 당대에 주목받지 못한 프랑스 여성 작곡가 다섯 명의 작품을 발굴했다. 랑랑은 “샤를로트 소이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곡인데 듣자마자 사랑에 빠졌다”며 “타유페르는 에릭 사티와 비슷한 느린 왈츠의 매우 아름다운 곡”이라고 말했다.

“21세기에 살고 있는 우리는 새로운 작곡가를 재발견하고 발굴해야 해요. 여성 뿐만 아니라 숨어있어 발견되지 않은, 알려지지 않은 작곡가들을 우리가 살려내야 한다는 생각했어요.”

피아니스트 랑랑 [유니버설뮤직 제공]

앨범에선 아내인 피아니스트 지나 앨리스가 제2피아노로 ‘동물의 사육제’에 참여했고, 드뷔시의 ‘작은 모음곡’도 함께 연주했다. 한국계 아내를 둔 덕에 결혼 이후 랑랑은 국내에선 ‘랑서방’으로 부른다. 그는 “드뷔시를 연주할 때 지나 앨리스에게 약간의 압박을 줬다”며 “다니엘 바렌보임, 크리스토프 에센바흐, 마르타 아르헤리치와 함께 연주를 했는데 당신은 어느 정도 할 수 있냐고 무언의 압력을 줬다”며 웃었다.

“지나는 재능있는 뮤지션이에요. 피아노만이 아니라 작곡도 하며 클래식과 팝 등 다양한 면을 보여주는 아티스트라 함께 일하는 것이 재밌죠. 아내에게 종종 하는 농담이 있어요. 우리가 무대에 올라가서 연주를 정말 잘하면 가족이라고 할 수 있지만, 무대에서 엉망으로 연주를 하면 그냥 동료일 뿐이라고요. (웃음)”

유럽 투어 중엔 아내와 아들을 보기 위해 주로 파리에 머문다는 그는 파리의 환경과 음악에 익숙하다. 랑랑은 “오래 전부터 프랑스 음악들을 연주하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고 말했다. 어릴 적엔 ‘인상주의 회화’처럼 표현하기 위해 연습하면서도, 연주의 정확성을 놓치지 않으려 늘 고심했다.

“프랑스 음악은 로맨스와 무드, 감성, 사람을 향한 갈구가 있어요. 그래서 유연한 표현을 하되 정확한 해석을 통해 연주를 하려고 노력해요. 파리에서의 생활이 연주에도 많은 도움이 돼요. 파리는 아주 느리고 느긋하고 조금은 게을러져도 괜찮은 도시거든요. 그게 음악에도 반영된 것 같습니다.”

피아니스트 랑랑, 지휘자 안드리스 넬손스, 지나 앨리스 [유니버설뮤직 제공]

앨범의 전면으로 내세운 생상스는 랑랑이 지난해 빈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내한했을 당시 연주한 작품(피아노 협주곡 2번)이기도 하다. 그는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녹음한 앨범이 별로 없을 뿐만 아니라 젊은 지휘자들 사이에선 생상스가 저평가된 것 같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어떤 지휘자들은 ‘동물의 사육제’는 20분의 리허설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유명하다고 대충 할 수 있는 곡이 아니에요. 훨씬 진지한 태도로 임해야 하죠. ‘동물의 사육제’ 안에는 많은 비밀이 담겨 있어요. 오펜바흐를 거북이로 묘사하는 짓궂은 장난도 숨어있고요. 생상스가 다양한 사람들을 연주하며 만든 곡이에요. 넬손스의 경우 굉장히 바쁜 지휘자인데, 매우 진지하게 연주에 임해 무척 고마웠어요.”

오케스트라와의 호흡도 무척 좋았다. 랑랑은 “생상스의 작품에 있어 게반트하우스는 정통성을 갖고 있다”며 “게반트하우스는 매우 아름다운 현과 놀라운 깊이를 가졌다. 현의 풍성함이 이번에 아주 좋은 작용을 했다”고 돌아봤다.

새 앨범을 낸 랑랑은 오는 11월 내한 리사이틀로 한국 관객과 다시 만난다. 그는 “쇼팽의 마주르카를 처음으로 선보일 예정이니 기대해달라”고 당부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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