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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착각(그레고리 번스 지음, 흐름출판)=당신은 그저 망상일 뿐이다. 왜 그럴까. 시간은 앞으로 나아간다. 현재의 당신은 이미 과거로 미끄러져 가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현재의 당신은 이미, 과거의 당신이 됐다. 우리는 현재를 산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과거에 갇혀 있다. 그리고 과거의 자아들은 선별돼 뇌에 저장된다. 이 조각들에 의미를 부여한 우리는, 현재의 자아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듯한’ 서사 구조를 만든다. 그래서 자아는 특정한 부분을 편집해 맥락을 이어붙인 기억의 집합이다. 신경과학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저자가 “하나의 당신은 없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근거다. 책장을 넘기며 자아를 비롯한 모든 믿음이 뇌의 발명품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순간, 역설적으로 새로운 해방감이 찾아오는 기분을 맛볼 수 있다. 우리 뇌가 자아를 발명하는 메커니즘을 알면 이와 같은 방식으로 ‘내가 원하는 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나를 재창조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물질의 세계(에드 콘웨이 지음·이종인 옮김, 인플루엔셜)=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현대인은 석유, 철, 소금, 모래 등과 같은 물질이 구시대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미래를 좌우할 최첨단 기술은 여전히 전력망을 비롯해 화석 연료, 콘크리트, 배터리 등 물질에 의존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비물질의 세계의 바탕은 여전히 물질 세계인 셈이다. 영국 스카이뉴스 경제전문기자 에드 콘웨이는 대체 불가능한 6대 물질(모래, 소금, 철, 구리, 석유, 리튬)이 있는 세계 곳곳을 방문해 인간이 물질로 어떤 문명사를 만들었는지 살펴본다. 칠레의 아타카마 소금사막에서 만들어진 리튬이 어떻게 미국의 기가팩토리 네바다에서 2차전지가 돼 우리에게 오는 지, 영국 로칼린 광산의 모래는 어떻게 실리콘이 돼 티클 하나 없는 대만의 TMSC 반도체 공장에서 미래를 그려내는지 등을 알려준다. 저자는 인류 문명사의 중요한 순간에는 이들 물질이 자리하고 있었고, 미래 역시 물질에 좌우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불로소득 자본주의 시대(브렛 크리스토퍼스 지음·이병천 정준호 정세은 이후빈 옮김, 여문책)=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이 있다. 건물만 있으면 일을 하지 않아도 월세로 먹고 살 수 있으니 그 어떤 존재보다도 우월하다는 뜻이다. 이같은 부의 불평등 심화와 그에 따른 노동 가치의 폄하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브렛 크리스토퍼스 스웨덴 웁살라대 교수는 이 같은 경제 현상을 ‘불로소득 자본주의’라고 명명한다. 경쟁이 제한적이거나 부재한 희소자산의 소유를 통해 지대(rent)가 발생하며, 이는 부의 불평등이 지나치게 심화시킨다. 불로 소득주의의 폐해는 본질적으로 권력의 문제로 귀결되기에 불로소득자는 보통 개인이기 보다 기업이나 기관이 된다. 저자는 불로소득 자본주의의 문제로 경제 주체들이 새로운 자산을 만들기 보다 기존의 지대를 유지, 관리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점을 지적한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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