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국가주석이 지난 4일(현지시간) 북경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인민정치협상회의 개막식에 참가해 박수를 치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경제성장률 목표와 경기 부양책을 제시하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을 앞두고 글로벌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중국에 투자하지 말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중국 정부의 정책 투명성에 문제가 있다는 게 이유다.

샤르민 모사바르-라흐마니 골드만삭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대다수 고객들이 중국 주식시장이 충분히 하락했는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뉴스로 지나치게 떨어진 건 아닌지 묻는다”면서 “그러나 그들에게 우리가 줄 수 있는 견해는 중국에 투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라흐마니 CIO는 “3가지 성장 동력인 부동산, 인프라, 수출의 전반적인 약화로 중국 경제가 향후 10년 동안 꾸준히 둔화될 것”이라며 “중국 정부의 정책 결정에 대한 불투명성과 불규칙한 경제 데이터가 중국 투자에 대한 우려를 가중시킨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 정부가 지난 한해 정보 보안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일부 실업률 수치를 일정 기간 발표하지 않은 점이나 이번 전인대 폐막때 30년 만에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지 않기로 한 점을 정책적 불확실성의 대표적인 예로 꼽았다.

그는 “장기적으로 중국의 정책적인 방향이 어떻게 될지 분명하지 않다”며 “이러한 정책적 불확실성은 일반적으로 주식시장의 상승을 억제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데이터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지난해 중국 경제가 정확히 얼마나 성장했는지 올해는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중국 정부가 최근 둔화되는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외국인의 투자심리 제고에 공을 들여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라흐마니 CIO의 발언은 뼈아프다.

중국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인대와 정협)’는 국정자문기구인 정협이 4일, 의회 격인 전인대가 5일 개막해 이달 중순까지 이어진다. 개막 하루 전 류제이 정협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열고 “외국인 투자 환경을 최적화하고 투자 유치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혀다. 그는 “중국 경제는 거대한 잠재력과 충분한 활력을 가지고 있고 경제의 장기적 개선 추세는 공고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양회에서 시진핑 정부는 올해 5% 안팎의 경제 성장률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에 중국 경제가 처한 현실이 녹록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중국 정부가 올해 성장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재정정책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많은 지방 정부는 이미 부동산 위기로 과도한 부채 부담과 수입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이는 중앙 정부가 지출을 늘리기 위해 더 많은 돈을 빌려야 한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창슈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수석 아시아 이코노미스트는 “재정적자 확대와 적극적인 통화 정책, 부동산 구조조정에 대한 약속 등 경기 회복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 나오겠지만 정책에 대한 신뢰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 중국 경제는 침체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