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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와이스 찐팬’ 핀보·‘말춤’이 좋은 아키우미 “자신 그대로의 모습도 괜찮아” [인터뷰]
뮤지컬 ‘스쿨 오브 락’ 영 캐스트
에메랄드 핀보우·마키시그 아키우미
매일 8시간 연습…이곳은 ‘꿈의 무대’
뮤지컬 ‘스쿨 오브 락’ 배우 에메랄드 핀보(왼쪽)와 마키시그 아키우미.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평균 나이 12.5세, 록 스피릿 충만한 17명의 ‘영 캐스트’(young cast)가 무대를 가득 메운다.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이 매일 저녁 라이브로 생생한 음악을 들려주는 ‘기적의 아이들’. 지난달 개막한 뮤지컬 ‘스쿨 오브 락’(3월 24일까지·예술의전당)을 가득 메운 아이들 중 유독 ‘강렬한 존재감’을 발하는 두 배우가 있다.

긴 머리를 찰랑거리며 자신의 키만한 베이스를 둘러메고 묵직한 저음을 뽑아내는 케이티, 세상에서 가장 근엄한 표정으로 밴드의 안전을 지키는 제임스. 두 역할을 연기하는 에메랄드 핀보(11)와 마키시그 아키우미(12)를 최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만났다.

‘스쿨 오브 락’ 출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영캐스트에게 요구하는 조건들이 까다로운 탓이다. 노래와 연기는 기본, 출연하는 아역 배우들은 직접 악기 연주까지 해야하기에 프로 수준의 연주력까지 갖춰야 한다. 인생 1회차, 10년을 조금 넘게 살아왔지만 두 사람의 음악 경력은 이미 상당하다.

핀보는 생애 첫 뮤지컬 무대를 한국에서 맞게 됐다. 그의 데뷔 무대가 이번 ‘스쿨 오브 락’의 월드투어 한국 공연. 말을 떼기도 전부터 노래하는 것을 좋아해 음악과 가수를 꿈꿨다. 핀보는 특히 여덟 살에 일렉기타를 잡았고, 열 살에 베이스기타를 치기 시작했다. 그는 “음악과 함께 하는 모든 순간이 행복했다”고 말한다.

집에서 독학으로 연마한 베이스 실력을 처음으로 뽐내본 자리도 ‘스쿨 오브 락’의 오디션이었다. 그는 “경력이 없어 안 될 줄 알았는데 오디션을 보면서 악기에 더 익숙해지고 베이스 실력이 늘어 합격할 수 있었다”며 웃었다.

뮤지컬 ‘스쿨 오브 락’ 배우 마키시그 아키우미(왼쪽)와 에메랄드 핀보. 임세준 기자

아키우미는 영국에서 꽤 알려진 아역배우다. 2021년엔 전설의 팝스타 아바의 ‘리틀 띵스(Little Things)’ 뮤직비디오에 출연했고, 2022년엔 뮤지컬 ‘레미제라블’에서 가브로쉬 역을 맡아 웨스트엔드에서 주목받았다. 재능과 끼로 똘똘 뭉쳤지만, ‘스쿨 오브 락’ 오디션은 재수 끝에 합격했다. 여섯 살 때부터 피아노를, 일곱 살 때부터 기타를 치며 록밴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스쿨 오브 락’의 벽은 높았다. 아키우미는 “오디션을 보면서 지원자들이 밴드가 돼 연주를 하는 단계가 있는데 너무나 혼란스러웠다”며 “다들 굉장히 잘해 누가 뽑힐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사실 오디션은 고작 1차 관문에 불과하다. ‘스쿨 오브 락’이 무대에 오르기까지 아역 배우들은 엄청난 트레이닝 기간을 갖는다. 핀보는 “기본 연습 시간은 오후 1~9시였는데, 런던에 살지 않는 친구들은 호텔을 잡아 생활해야 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첫 주엔 온전히 밴드 연습만 하고, 2주차부턴 노래 연습이 포함됐다. 극중 아역 배우의 비중이 워낙 크고, 무대에서 해야 할 일이 많다 보니 완벽한 무대를 위해선 모두의 노력이 필요했다.

뮤지컬 ‘스쿨 오브 락’ 영캐스트 에메랄드 핀보우 [에스앤코 제공]

물론 8시간 내내 연주 연습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영국은 아역 배우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체계적인 가이드라인을 갖춘 국가다. 하루 일과에는 뮤지컬 연습은 물론 개인 시간, 학습 시간도 포함돼있다. 공연 중에도 마찬가지다. 공연에 참여하는 영캐스트는 17명이지만, 실제로 무대에 오르는 사람은 12명이다. 한 사람이 배역 2~3개를 맡는 셈이다. 아이들에게 휴식 시간을 주기 위한 방편이다. 한국에서 공연을 하는 동안에도 영캐스트들은 일주일에 세 번, 네다섯 시간씩 학교 진도에 맞춰 수업을 받고, 공연 전 리허설, 공연까지 이어간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반드시 쉬는 날로 정해져 있다.

생애 처음으로 한국에 방문했다는 두 사람에게 한국의 첫인상은 좋다. 핀보는 “한국 관객들은 특히나 너그럽고 친절한 것 같다”며 “최근에 생일이었는데 생일 선물도 많이 받았다”며 웃었다. 아키우미도 “굉장히 친절하고 반응이 좋다. 브라우니를 선물받았는데 행복한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고 했다.

핀보는 트와이스의 ‘찐팬’이다. 그는 “2년 전에 음악을 처음 들었는데 너무 좋았다. 특히 ‘사이언티스트’라는 곡을 좋아한다”며 “트와이스 (노래)를 듣기 시작하며 노래를 부르고 싶어 한국어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얼굴을 붉혔다. 2011년생인 아키우미는 그가 한 살이던 때에 ‘글로벌 히트곡’이 된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좋아한다”며 말춤을 흉내내기도 했다.

뮤지컬 ‘스쿨 오브 락’ 영캐스트 마키시그 아키우미(왼쪽) [에스앤코 제공]

두 배우에게 ‘스쿨 오브 락’은 ‘꿈의 무대’다. 핀보와 아키우미는 “우리가 좋아하는 노래, 연기, 연주 이 모든 것을 다 해볼 수 있는 작품”이라며 “신나고 에너지가 넘치는 공연”이라고 말했다. 음악을 만나며 달라지는 극 중 아이들처럼 두 사람 역시 무대에 서며 새로운 자신을 마주한다. 핀보는 “이 공연을 하면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이 좋다는 걸 깨달았다”며 “점점 더 자신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키우미는 “처음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이제는 점점 편안해져 무대에서 조금 더 자유로울 수 있게 됐다”며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스쿨 오브 락’은 할리우드 배우 잭 블랙이 출연한 동명의 영화를 무대로 옮긴 작품이다. 명문 사립학교 학생들이 록밴드 출신의 ‘위장’ 임시 교사를 만나 밴드 배틀 출전 준비를 하는 모습을 그린다. 속 시원한 록 음악 사이로 ‘학원 뺑뺑이’를 돌며 부모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아이들, 하고 싶은 것은 많지만 차마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아이들의 고달픔이 비집고 나온다.

핀보의 실제 삶과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현재 다니고 있는 학교에서 학생회장과 음악 부장을 맡고 있다. 핀보는 “연기하고 있는 케이티처럼 나도 꽤 바쁜 사람”이라며 “대부분의 학교보다 수업이 길고, 학교와 학원에서 음악 레슨을 받는다.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고 싶은 마음이 커 공부도 많이 해야한다는 점에서 고민이 많다”고 털어놨다.

뮤지컬 ‘스쿨 오브 락’ 배우 에메랄드 핀보(왼쪽)와 마키시그 아키우미. 임세준 기자

뮤지컬이 아이들을 사로잡은 것은 해방감과 있는 그대로의 모습도 괜찮다는 ‘자기 인정’이다. 이 무대를 통해 두 배우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핀보는 “또래 친구들에게 ‘네 모습대로 사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고, 아키우드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은 다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얻으면 좋겠다. 더 많은 것을 시도하고, 새로움을 멈추지 말자”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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