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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자지구 식량차단...유엔 전문가들 “이스라엘 전쟁 범죄”
“약 230만명 가자 주민들, 영양실조 시달려”
UNRWA 자금 지원 중단으로 더 악화될 수도
27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음식을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의 식량, 물, 생필품 접근을 고의로 막고 있는 이스라엘에 대해 유엔 인권전문가가 전쟁 범죄라며 책임을 추궁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7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가자지구 주민들에 대한 식량 공급을 차단하면서 230만명 가량이 굶주림과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자지구 주민의 약 80%가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난민이 됐고, 가자지구에 구호품을 전달하려는 노력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마이클 파크리 유엔 식량권 특별보고관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인도적 지원을 의도적으로 막거나 가자지구의 어선, 온실, 그리고 과수원을 파괴하는 행위는 식량 접근을 차단하기 위함이다”라며 “의도적으로 민간인들에게 식량을 빼앗는 것은 명백한 전쟁 범죄”라고 말했다.

국제형사재판소(ICC) 로마 규정은 ‘고의로 구호물자의 지급을 방해하는 등 생존 필수품을 박탈해 민간인을 고의로 굶겨 죽이는 행위는 전쟁 범죄’라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달 보건소에서 가자지구 주민들의 영양 검사를 실시한 결과, 2세 미만 어린이의 거의 16%가 심각한 영양실조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거의 3%는 심각한 영양실조로 고통받고 있으며, 합병증 등으로 사망 위험이 높았다.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음식 대신 가축 사료를 먹이기도 한다.

가디언은 성인은 물론이고 어린 아이들도 가자지구 주민들 중 95%는 음식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며, 5세 미만 어린이의 최소 90%는 한 개 이상의 전염병에 걸렸다고 전했다.

세계보건기구 긴급사태 프로그램의 마이크 라이언 박사는 “굶주림과 질병은 치명적인 조합”이라며 “우리는 민간인들이 이렇게 빠르고 완전하게 굶주리게 된 것을 본 적이 없다”며 우려했다.

이러한 상황은 공여국들이 유엔 산하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에 자금 지원을 중단함으로써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전쟁을 촉발한 하마스의 지난해 10월7일 기습 공격 당시 12명의 UNRWA 직원이 가담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후 미국, 영국, 및 그 밖의 국가들이 UNRWA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했다.

UNRWA는 50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굶주리고 있는 가자지구 민간인들에게 식량, 물, 피난처를 제공하는 주요 공급처였다. 필리페 라자지니 UNRWA 집행위원장은 15개국의 결정으로 총 4억5000만달러가 동결됐으며 자금 지원을 회복하지 못하면 “(팔레스타인 난민을 위한 구호기구를) 계속 운영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파크리 보고관은 “이스라엘은 전쟁 범죄에 예외가 있다고 주장할 것이지만, 대량학살에 대한 예외는 없다”며 “대량학살 혐의로 이스라엘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파크리 보고관의 성명에 대한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mokiy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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