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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전 압박? 저녁에 ‘이것’ 먹으세요” 美대기업 CEO 제안…분노 촉발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123RF]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켈로그 최고경영자가 가난한 사람은 절약을 위해 시리얼을 저녁으로 먹는 게 좋다고 말했다가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27일(현지시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개리 필닉 켈로그 CEO는 최근 CNBC 인터뷰에서 보통 아침 식사로 활용되는 시리얼이 저녁 식사로도 괜찮다며 생활비 부담이 있는 가구에서는 이미 유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필닉 CEO는 "시리얼 가격은 항상 저렴했다"며 "소비자들이 (금전적으로)압박을 받을 때 시리얼이 훌륭한 선택지가 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리얼을 먹는 게 다른 음식을 먹는 일보다 비용이 적게 들 것이라며 "저녁 식사로 시리얼을 먹는 게 생각보다 더 유행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경제적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필닉 CEO의 이러한 발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중심으로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한 SNS 이용자는 필닉 CEO가 자식들에게 저녁으로 시리얼을 주겠느냐고 반문했다. 한 틱톡 이용자는 "대체 이게 무슨 반이상향적 지옥 풍경인가"라고 토로했다. 일각에선 필닉 CEO의 발언을 프랑스 혁명 당시 시민들의 분노를 일으킨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는 말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이 말은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가 했다고 하지만, 많은 역사학자들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시리얼이 더는 저렴하지 않고, 비용을 줄이기 위해 시리얼을 저녁으로 먹는 집에서는 켈로그와 같이 비싼 브랜드를 이용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었다.

작가인 메리언 윌리엄슨은 가난한 사람에게 저녁으로 시리얼을 먹으라고 광고하는 건 이들의 굶주림을 이용해 금전적 이득을 얻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른 쪽에서는 막대한 수입을 올리는 필닉 CEO의 위선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일고 있다.

증권거래위원회(SEC) 자료를 보면 필닉 CEO는 지난해 임금 100만달러(약 13억3000만원)와 성과급 400여만달러(약 53억원)를 받았다.

한편 미국에서는 소비자들의 가처분 소득 중 식사 비중이 30년 만에 최고치를 찍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1일 미국 농무부 데이터에 따르면 1991년 미국 소비자들은 가처분 개인 소득의 11.4%를 식료품에 지출했다. 당시 미국 가정은 1970년대 인플레이션 이후 가파른 식료품 가격 상승에 시달리고 있었다. 식료품 가격 비중은 이후 꾸준히 내려갔지만,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식품값이 급등해 다시 11.3%로 올랐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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