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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고준위 특별법, 지나간 데드라인 또 넘겨선 안된다

정부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안전하게 영구 처분할 수 있는 기술 확보에 2050년까지 약 1조7000억원을 투자해야 할 것으로 추산하고, 방폐물관리기금과 원자력연구개발기금을 활용해 관련 투자 자금을 마련키로 했다. 정부는 27일 원자력진흥위원회(위원장 한덕수 국무총리)를 서면으로 열고 이같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연구개발 로드맵’을 심의 의결했다. 더불어 정부는 올해 고준위 방폐물 지하 연구시설 건설 절차에 돌입키로 했다. 포화상태인 방사성 폐기물을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보고 방폐장 건설 준비 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방폐장 확보는 촌각을 다투는 일이다. 당장 시작해도 방폐장 건설까지는 무려 37년이 걸린다. 늦어도 한참 늦었다는 뜻이다. 원전 가동후 배출되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사용후 핵연료) 보관능력은 한계치에 달했다. 1978년 원전(고리) 가동 이후 쌓인 사용후 핵연료는 1만8600만톤으로 불어났고 포화상태에 다다랐다. 한빛(2030년), 한울(2031년), 고리원자력(2032년) 등은 10년내 더이상 보관할 곳이 없어진다. 최악의 경우 원전 가동에 중대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이걸 막을 유일한 방법이 바로 고준위 특별법 제정을 통한 방폐장 건설이다.

안타깝게도 방폐장 건설의 근거가 될 고준위 특별법은 국회 벽에 가로막혀 있다. 특별법은 21대 국회에서 법안발의를 통해 총론은 합의됐으나, 세부사항 이견으로 제정이 무산됐다. 정부와 원전업계가 범국민대회까지 열면서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지만 결국 29일 본회의 안건 상정도 불발된 상태다. 특별법 제정 문제는 친(親)원전, 탈(脫)원전이니 하는 정쟁 대상이 아닌데도 정치적 대립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원전 운영국이면 당연히 방폐장을 만들어야 한다. 세계 원전 운영 상위 10개국 중 영구 방폐장 건설에 착수조차 못한 나라는 사실상 한국 뿐이다. 40년동안 논의됐고 번번이 무산된 방폐장 건설에 대한 국민 시각이 많이 바뀐것도 특별법 제정을 서둘러야 할 당위성에 부합한다.

방폐장 건설은 15년만의 원전수출 재개(현대건설)로 다시 불붙은 원전산업 활성화를 뒷받침하는 일이자, 원전 강국으로서의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다른 나라에 원전을 팔면서 정작 방폐장 건설 첫걸음도 떼지 못한 것은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원전의 풍요로움은 기성세대가 누릴만큼 누리면서 그 방폐물 처리는 기약없이 후손에 미루는 것은 무책임의 극치다. 21대 국회는 3월과 총선 직후인 5월에라도 임시국회가 열어 특별법을 통과시켜야 한다. 21대 국회는 후손에 죄를 짓는 직무유기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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