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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악 자매’ 최송하 “통찰력 있는 하임, 도전적인 하영…언니들 보며 길 찾아” [인터뷰]
바이올리니스트 최송하 인터뷰
최하임·최하영 현악 자매 중 막내
오는 29일 마포아트센터 신춘음악회
“진심 아끼지 않는 연주자 되고 싶어”
바이올리니스트 최송하 [마포문화재단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이른바 ‘현악 시스터즈’다. 언니들이 쟁쟁하다. 런던의 오케스트라에서 활동 중인 큰 언니 최하임(28·바이올린),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2022)에서 우승한 둘째 언니 최하영(26·첼로). ‘얼굴도 안 보고 데려간다’고 할 만큼 출중하기로 자자한 셋째가 바로 최송하(24·바이올린)다.

“막내로서의 이점이 확실히 있어요. 두 언니가 앞서갔던 길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으니까요.”

악기를 선택할 때에도 그랬다. 말문이 트이기 시작하던 날부터 언니들을 통해 바이올린과 첼로를 경험했다. 최송하는 “두 악기를 먼저 맛본 뒤 바이올린으로 결정했다”며 “바이올린의 음색이 더 좋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막내의 오늘은 막 피어난 새싹처럼 싱그럽고 활기차다. 언니들이 먼저 간 길 위로 폴짝 뛰어올라, 용기있게 그만의 길을 간다.

최송하가 서울에서 오르는 올해 첫 연주회는 마포문화재단의 ‘2024 신춘음악회’(29일·마포아트센터). 이번 연주회에서 그는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4번(지중배 지휘·KBS교향악단)을 연주한다. 한국에서 이 곡을 연주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면인터뷰로 만난 그는 “추위가 물러갈 즈음 열리는 음악회이기에 봄 테마에 맞는 밝고 따뜻한 모차르트의 곡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클래식 음악’을 사랑한 어머니의 영향으로 일찌감치 악기를 시작한 두 언니처럼, 최송하도 같은 선택을 했다. 모태 ‘클래식 애호가’였던 그가 바이올린을 시작한 것은 큰 언니의 영향이었다. 그 때가 만 일곱 살이었다고 한다.

“첫째 언니를 따라서 자연스럽게 취미로 배우게 됐어요. 다른 친구들처럼 유명 음악가의 연주를 듣고난 후 바이올린 소리에 푹 빠져 사랑하게 됐다는 극적인 경험은 없어요. 하지만 항상 음악을 좋아했어요. 바이올린 특유의 비르투오소적이면서도, 따뜻하고 애절한 소리의 매력에 서서히 빠져들었어요.”

바이올리니스트 최송하 [마포문화재단 제공]

취미가 꿈이 된 것은 초등학교 5~6학년 경이었다. 그 때는 일찌감치 ‘음악 영재’의 길을 걸었던 둘째 언니 최하영이 영국 퍼셀음악원으로 유학을 떠난 무렵이었다. 초등학교 졸업 때까지 한국에서 자란 최송하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학교와 영재원에서 실내악 프로젝트, 화성학 수업을 공부하며 음악의 토대를 다졌다.

‘현악 자매’의 장점이 많다. 최송하는 “가장 큰 장점은 음악 해석에 있어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과 언제든 의견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두 언니와의 나이차는 고작 두 살, 네 살. 어릴 적부터 유달리 친했던 터라, “솔직한 피드백을 주고 받을 수 있어 좋다”고 한다. 대개의 음악 자매나 형제가 가장 친한 동료이긴 하나, 최가네 세 자매는 유독 각별하다.

“서로 격려하며 마음으로 지지하는 것이 굉장히 큰 힘이 돼요. 콩쿠르나 연주를 준비할 때, 까다로운 곡 해석 때문에 어려움이 있을 때 먼저 겪었던 경험을 들려주면서 문제를 풀어가는데 필요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어요.”

막내가 보는 두 언니는 닮았지만, 다른 사람이다. “큰 언니 하임은 작곡가들의 음악에 대한 깊은 통찰을 가진 배려심 많은 연주자”이고, “둘째 언니 하영은 항상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도전적인 연주자”다. “특히 하영 언니는 자기만의 소리를 표현하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모습도 아름다워요.”

비슷한 나이대인 만큼 경쟁을 할 법도 한데 막내의 답변은 단호하다. “워낙 음악적 스타일도 다르고, 취향도 달라 아예 경쟁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단점은 있다.

“휴일에도 온 집안이 개인 연습 소리로 시끄러워요. 분명 잠깐만 쓰겠다고 빌려간 송진이나 악보가 아예 사라져버릴 때도 있고요. 같이 리허설이나 연주를 하다 보면 웃음이 터져 당황할 때도 있어요.”

‘물보다 진한 피’를 나눈 자매는 섬세한 표현력이 닮았다. 최송하는 “세심한 감정을 담아 표현할 줄 알고, 유머러스한 부분을 표현할 때에도 강점을 가진 것 같다”고 했다. 무엇보다 음악을 향한 마음은 언제나 순도 100%다. “세 사람 모두 진심을 담아 무대에 서고 있어요.”

바이올리니스트 최송하 [마포문화재단 제공]

이번 신춘음악회를 통해 들려줄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4번에선 최송하의 장점이 빛날 것으로 보인다. 이 곡은 최송하가 만 16세에 성인 자격으로 참가했던 첫 콩쿠르인 예후디 메뉴인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연주하기도 했다. 당시 최송하는 2등과 청중상을 받았다.

이번 연주를 위해 그는 직접 카덴차(무반주 독주 구간)를 썼다. 최송하는 “(이 곡에선) 개구쟁이처럼 어린 티와 유쾌함을 발산한 모차르트 특유의 순수한 매력이 확연히 보인다”며 “한 편의 오페라 같은 스토리라인을 전달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카덴차에선 바이올린 단일 멜로디 역할에서 벗어나 협주곡에서 나온 다른 악기 파트의 화성과 멜로디까지 발전시켜 표현해보려고 했어요. 전통에 머물지 않고 재미있는 재해석을 입혀봤어요.”

최송하는 지난해 몬트리올 국제음악콩쿠르에서 4관왕(2위, 최고공연상, 청중상, 세미파이널 최고소나타상)에 오르며 클래식 음악계의 신성으로 떠올랐다. 현재 그는 세계 3대 음악 경연 중 하나인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출전 준비 중이다. 둘째 언니가 최송하의 나이에 우승한 콩쿠르다.

최송하에게 콩쿠르는 부담스러운 경쟁 현장이 아닌 건강한 도전의 장이다. 그는 “콩쿠르는 다양한 곡들을 밀도 있게 준비해서 완성도 높은 연주를 할 수 있게 해주는 유익한 기회”라며 “참가자들도 서로의 연주를 귀담아 듣고 격려하는 분위기였다. 음악을 매개로 공감과 즐거움이 넘쳐나는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고 했다.

신춘음악회를 마치면 콩쿠르 준비와 더불어 올 상반기 네덜란드, 영국, 독일 등지에서 다양한 협연과 솔로 리사이틀이 예정돼 있다. 최송하는 “단 한 명의 관객에게라도 내가 전하고 싶었던 스토리와 감정을 고스란히 줄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단순히 바이올리니스트라는 타이틀에 제한되지 않고, 아티스트로서 전하고 싶은 말을 무대에서 오직 소리로 표현하는 것이 제 꿈이에요. 진심을 아끼지 않고 쏟아내는 연주가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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