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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발니 추모 시위자 400명 체포…3월 러 대선 흔들기엔 역부족
32개 도시에서 추모 시위계속
반정부 시위 번질 가능성은 낮아
푸틴의 철권통치 전보다 강화될 듯
1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내 러시아 대사관 인근에서 러시아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47)를 위한 추모 꽃과 사진이 놓여져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적인 그는 러시아 부패에 반대하며 대규모 반(反)푸틴 시위를 주도했다. 지난 16일 19년 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던 나발니는 갑작스러운 의문사로 사망했다. [AP]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러시아 전역에서 알렉세이 나발니의 추모 시위가 열리면서 18일(현지시간)까지 400명이 넘게 체포됐다. 2022년 예비군 강제 동원 반대 다음으로 큰 반정부 시위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政敵)이 사라지면서 다음달 대선을 흔들기는 커녕 푸틴의 ‘철권통치’만 공고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날 러시아 인권단체 ‘OVD-인포’에 따르면 러시아 32개 도시에서 열린 나발니 추모행사에서 시민 400명 이상이 체포됐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러시아 예비군 동원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가해 1300명이 체포된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시위자들은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와 제2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주로 체포됐다.

모스크바 루뱐카 광장에는 나발니를 애도하기 위해 러시아 시민들이 남긴 수십 송이의 장미와 카네이션이 놓여있다. 현장에 있던 시민 블라디미르 니키틴은 로이터통신에 “나발니의 죽음은 끔찍하다. 희망이 무너졌다”며 “그는 진실을 말했고, 일부 사람들은 진실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위험했다”고 말했다.

나발니는 러시아 민주주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다. 2011년 대규모 반정부시위를 주도하면서 떠오른 그는 2013년 모스크바 시장 선거에 출마해 명목상 선거에 가까운 러시아 선거에서 이례적으로 28%의 지지를 받으며 반푸틴 세력으로 떠올랐다.

나발니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지지세력을 모았고, 러시아 고위 인사들의 부패를 폭로하기도 했다. 2020년 시베리아 여행 중 독극물 중독 증세가 보여 쓰러졌다가 5개월 뒤 2021년 1월 러시아로 귀국했다. 당시 독살 의혹이 있어 나발니가 귀국하지 않고 해외로 망명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었으나, 나발니는 개의치않고 러시아로 향했다. 귀국 후 그는 30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러시아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사망하자 18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나발니 추모 및 푸틴 반대 시위가 열렸다. [로이터]

나발니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이 커지면서 다음달 치러지는 러시아 대선에도 영향이 미칠지 주목된다.

이번 대선에서 푸틴 대통령은 높은 지지율로 당선이 사실상 확실하다. 재선에 성공하면 2030년까지 집권이 연장된다. 러시아 내 반(反)푸틴 세력이 사실상 사라진 상황에서 나발니 추모 물결이 대선에 영향을 주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푸틴 대통령은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심각한 반란 가능성을 물리쳤고 올해 선거에서 나발니만큼의 위상을 갖춘 적을 만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나발니의 죽음은 해외에서 주로 활동하는 러시아 야권과 진보적 반전 활동가들에게 엄청난 타격”이라고 전했다.

우크라 침공 이후 반정부세력에 대한 탄압도 심한 상황이다. WSJ은 2022년 이후 해외로 망명해 공개적으로 푸틴을 비난하는 고위급 인사는 없다며 “나발니의 죽음으로 푸틴이 정적을 죽이거나 추방하는 행위가 정점에 달했다”고 평가했다. 외교 전문간 토마스 그레이엄도 WSJ에 “러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야당 인사가 사망했다”며 “이미 러시아와 유럽 사이에 관계가 좋지 않기 때문에 푸틴은 그의 죽음으로 인한 서방국가의 비난도 걱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와 그의 배우자 율리아 아테 [로이터]

나발니의 사망 사실을 보고 받고도 푸틴 대통령은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러시아 언론은 나발니의 죽음을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러시아 언론은) 러시아 전역에서 나발니에게 헌화하기 위해 밖으로 나온 수백명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도 없었다”고 전했다. 통신은 러시아 안에서 나발니 추모 분위기만 있는 것은 아니라면서 “모스크바 유흥가로 나온 러시아 청년들은 그가 죽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슬픈 기색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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