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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의료 현장 떠나겠다며 으름장 놓는 전공의, 의사 맞나

‘의대 증원’ 이슈를 둘러싼 정부와 의사 단체의 갈등이 결국 ‘의료 대란’으로 연결될 조짐을 보여 심히 우려스럽다. 서울대·세브란스·서울성모·서울아산·삼성서울 등 ‘빅5’ 병원의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전원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 이후엔 근무를 중단키로 했다고 한다. 응급 당직의 핵심 역할을 하는 전공의(인턴·레지던트)의 파업은 병원 현장의 ‘의료 공백’을 뜻한다. 당장 응급 치료가 급한 환자나 보호자가 발만 동동 구를 모습에 안타깝기 그지 없다. 이런 상황에 오기까지 설득이 부족했던 정부 책임도 있겠지만, 이유 불문하고 환자를 볼모 삼아 자신들의 이해를 관철시키려는 의사 단체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의사 단체들은 의사 정원을 2000명 더 늘리면 의사 과잉을 초래할 뿐이고, 의료 행위 증가로 국민 의료비 부담만 늘 것이라며 결사 반대 중이다. 수가(건보가 의사에게 주는 돈)나 소송에 대한 파격대책 없이는 필수의료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반대 논리 중 하나다. 하지만 그 근저에는 ‘밥그릇 챙기기’가 자리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선망의 직업, 고액연봉이 보장된 대표적 사(士)자 직업에 대한 희소성이 떨어질까봐 집단 반발심리가 발동했다는 것이다. 의사 증원은 시대적 흐름이다. 국민들은 ‘오픈런’이나 ‘응급실 뺑뺑이’ 그리고 ‘수도권 원정 진료’ 같은 일을 더이상 감내할 여력이 없다. 국민 90% 가까이가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보건의료노조 여론조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사 단체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의사 단체가 집단행동 카드까지 꺼낸 것은 지난 2020년 집단 휴진 당시 ‘절반의 승리’를 거뒀던 학습효과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어긴 전공의 등 10명을 고발했다가 취하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이라는 당시 분위기가 고발 취하에 영향을 줬지만, 의사 단체들은 의사들이 버티면 정부도 물러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인식하는 듯 하다. 정부는 이번엔 확실히 다를 것이라고 했다. 의사들이 집단행동을 강행하면 면허 취소까지 고려하겠다며 엄정 대응 방침을 세웠다. 정부는 의료 공백이 생길 경우 군 병원서 응급환자를 치료하고, PA(의사 보조) 간호사까지 활용하겠다고 했다. 결국 의·정 갈등이 폭발직전에 놓인 것이다.

굳이 희생·봉사·장인정신이 담긴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의사의 본분은 의료 현장을 지키는 것이다. 원하는 것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상 의료 현장을 떠나겠다며 으름장을 놓는 의사는 의사가 아니다. 아픈 환자를 볼모로 잡는 집단행동은 더이상 용납돼선 안된다. 의사들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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