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인도네시아 2억명 투표 시작...차기 대통령, 실리 외교 이어갈까
대체로 ‘실리외교’ 강조…능동적 역할 주장하는 후보도
인니 외무장관 “우리가 미중 갈등 완화에 기여할 것”
인도네시아 대선 후보들. 왼쪽부터 차례로 프라보워 수비안토 국방부 장관, 간자르 프라노워 전 중부자바 주지사, 아니스 바스웨단 전 교육부 장관. [AFP]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2억명이 넘는 유권자가 참여하는 인도네시아의 대통령 선거가 14일(현지시간) 오전 시작됐다. 자원 부국이자 인구 대국이면서 미국과 중국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중립적인 외교 노선을 걸어온 인도네시아의 향후 5년 국정을 이끌 대통령으로 누가 뽑힐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4일 AP통신에 따르면 조코 위도도(조코위) 현 대통령의 정치적 계승자로 불리는 프라보워 수비안토 국방장관과 원칙 기반 외교론자인 아니스 바스웨단 전 교육부 장관이 각각 지지율 1, 2위를 달리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1차 투표에서 득표율이 50%를 넘고, 전국 38개 주 중 과반에서 20% 이상 득표해야 대통령에 당선된다. 이 기준에 부합하는 후보가 없으면 1위와 2위 후보가 오는 6월 26일 결선 투표를 치른다.

인도네시아는 20세기 미·소 냉전 시대부터 비동맹 중립 노선을 내걸고 모든 주변국과 우호 관계를 맺으며 필요한 부분에 대한 협력을 얻는 실리 전략을 취해왔다.

조코위 현 대통령은 중국과는 대규모 무역 및 투자를 포함한 중요한 발전 가능성을 열어뒀고, 미국과는 방위 관계 강화로 군사 훈련을 강화했다. 여러 외신들에 따르면 이번 대선에 출마하는 후보 모두가 ‘자유롭고 능동적인’ 기존 외교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공언했다.

인도네시아 대선 후보인 프라보워 수비안토 후보와 그의 러닝메이트 기브란 라카부밍 부통령 후보(37)가 지난 4일 자카르타에서 열린 후보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AP]

미국 싱크탱그인 랜드사의 수석 국방분석가 더렉 그로스만은 “인도네시아 대선의 승자가 누가 되든 간에 자카르타는 적극적으로 중립을 유지할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조코위 대통령의 공개적인 지지를 받으며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프라보워 수비안토 장관도 이를 유지하면서 방위력 증강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는 역내 평화를 위해 인도네시아가 이웃 국가들과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중국뿐 아니라 미국과 서방 국가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11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전략국제문제연구소에서 열린 포럼에서 그는 1940년대에 미국이 네덜란드에 인도네시아 주권을 인정하도록 압력을 가했던 순간을 언급하며 “이것은 역사의 일부이며 우리는 이 명예의 빚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동남아시아 국가에 대한 중국의 중요성 또한 높이 평가하며 “중국은 위대한 문명이다. 중국은 그동안 많은 기여를 했고, 우리 경제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수비안토 후보의 뒤를 쫓고 있는 아니스 바스웨단 전 교육부 장관은 현재 인도네시아의 외교 정책이 “지나치게 실용적이고 거래 중심”이라며 다자주의 외교보다는 각국과의 양자 관계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학술저널 ‘더컨버세이션’은 아니스 후보가 특히 장기적으로 평화롭고 안정적인 인도·태평양을 보장하고 동남아시아를 주요 강대국 간 대화에서 중심이 되기 위해 인도네시아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을 주도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니스 후보는 경제 정책에서도 현 정책 기조와 노선을 달리한다. 인도네시아는 전기차(EV)용 배터리 생산에 필수적인 니켈의 최대 매장국으로, 세계적인 EV 배터리 생산 거점이 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조코위 대통령은 2020년부터 니켈 원광의 수출을 금지하고 국내에 제련소를 지어 가공된 니켈 상품만 수출하도록 했다. 아니스 후보는 이를 재검토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현지 매체들의 평가다.

또 다른 후보인 간자르 프라노워 전 중부자바 주지사는 중립 노선을 선택하면서도 특히 한반도와 양안(중국과 대만). 남중국해 문제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이에 대처할 수 있는 전략의 중요성을 주장하며 능동적인 외교 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마티 나탈레가와 전 인도네시아 외무장관은 “(당선될 새 지도자들이) 어느 한쪽의 편을 들지 않고 있다”며 “실제로 더 안정적인 미중 관계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mokiya@heraldcorp.com

연재 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