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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선 D-1’ 인도네시아, 사망한 독재자 딥페이크로 부활
보수정당, 수하르토 전 대통령 딥페이크 영상 제작 유포
인디 비영리단체 “수하르토 말고도 선거서 딥페이크 영상들 판쳐”
인도네시아의 골카르(Golkar)당에서 고(故)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모습을 담아 제작한 딥페이크 영상. [엑스 캡처]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인도네시아에서 오는 14일 대통령 선거와 총선, 지방선거를 동시에 치르는 가운데 이미 고인이 된 군부 출신 독재자가 투표를 독려하는 딥페이크(AI로 만든 조작물) 영상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올해 미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에서 치러질 선거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딥페이크가 미칠 부작용에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인도네시아 선거에서도 예외없이 등장한 것이다.

12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군부 출신 독재자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엑스(X·옛 트위터), 틱톡 등 소셜미디어에서 빠르게 확산했다.

2대 대통령인 수하르토는 1965년 인도네시아 공산주의자들이 일으킨 쿠데타를 무력으로 진압하며 권력을 장악했다. 이 과정에서 50만~100만명이 숙청됐다. 이후 그는 권력 유지를 위해 정당시스템과 의회제도를 개편한 이른바 ‘신질서’를 구축해 무려 32년 간 독재자로 군림했다. 수하르트는 2008년 사망했다.

딥페이크로 제작된 이번 영상은 인도네시아 보수정당 골카르(Golkar)당에서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골카르당의 에르빈 악사 부의장은 “이번 선거에서 우리의 표가 얼마나 중요한지 상기시키기 위해 영상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엑스에 “골카르당의 일원으로서 인도네시아를 성공적으로 발전시킨 수하르토가 매우 자랑스럽다”며 “(그는) 많은 성공을 가져왔다. 우리는 그것을 존중하고 그의 봉사를 기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딥페이크 영상은 누리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한 누리꾼은 엑스에 “이것이 인도네시아의 현주소다. 죽은 독재자를 되살려 우리를 겁주기 위해 투표를 하게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죽은 사람들을 딥페이크로 만들어내는 것이 언제부터 윤리적으로 됐는가”라며 “도덕적으로 잘못됐다”고 적었다.

미국 CNN에 따르면 인터넷 사용률이 높은 나라 중 하나인 인도네시아에선 거의 모든 정당과 정치인들이 팔로워와 영향력을 모으기 위해 소셜미디어를 활용하고 있다.

CNN은 “인도네시아에선 올해 투표를 앞두고 많은 주요 정당들이 정치적 이득을 위해 다양한 딥페이크를 활용했다”며 “골카르당의 수하르토 전 대통령 영상은 공식적인 정당 캠페인에 등장하는 수십 개의 영상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 통신부는 바이러스성 AI 영상 주의보를 발표하고 유권자들에게 딥페이크에 주의하라는 경고를 내보냈다. 하지만 감시 단체들은 충분치 않다는 반응이다.

자카르타에 본사를 둔 비영리 단체인 TAP(Tim Advokasi Peduli Pemilu)는 수하르토 딥페이크 영상이 유권자의 표심을 흔들 수 있는 AI의 잠재력을 보여준다고 했다. 이 단체의 대변인인 구움 리도 푸트라는 “정부는 딥페이크의 위험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특히 선거가 목전에 다가왔기 때문에 AI가 유권자를 더욱 혼란에 빠지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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