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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응급실 뺑뺑이' 못잖은 '치과 뺑뺑이'…"전쟁통 우크라까지 간다"는 이 나라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영국의 치과 진료난이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집에서 직접 이를 뽑거나 치과 치료를 위해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까지 날아갈 정도라고 한다.

7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다수의 치과가 신규 NHS 환자를 받지 않고 있고, 예약하더라도 치료를 받으려면 수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NHS는 영국 무상의료 체계인 국민보건서비스다. 고질적인 재정난 때문에 NHS의 의료진은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로환경에 시달리고 있으며, 결국 일을 할 수록 손해보는 구조 때문에 NHS로부터의 이탈이 속출하면서 의료 공급이 부족해진 것이다.

빨리 치료를 받으려면 사설 병원을 이용할 수 있지만 비용이 비싸 서민들은 이용이 어려운 상황이다.

2022년 영국에 온 한 우크라이나 난민은 지난해 7세 딸의 발치를 하려다 4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등졌던 고국으로 다시 돌아가 치료를 받았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응급 상황의 경우 몇개월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당일이나 그다음 날 병원에 간다"면서 "어린 자녀가 있는 사람들은 이런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케임브리지셔에 사는 리처드 하우도 치아 밑 종기로 고생하다 영국에서 치료가 어렵자 치과에 가기 위해 우크라이나로 갔다.

치과에 가지 못해 직접 이를 뽑으려다가 감염돼 응급실로 이송되는 사람들도 나오고 있다.

6일 브리스틀에서는 새로 문을 연 NHS 치과 앞에 예약을 위해 수백명이 줄을 선 일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오늘은 더 이상 신규 환자 등록을 받지 않는다'는 치과의 설명에도 사람들은 계속해서 줄을 섰고, 사람이 너무 몰려 혼란이 빚어지자 경찰까지 출동했다. 한 현지 매체는 이를 '구소련 시대 동유럽을 연상시킨다'고 탄식하기도 했다.

영국치과협회(BDA) 회장인 숀 샬우드는 새로운 치과가 문을 여는 영국 어느 곳에서든 이 같은 장면이 되풀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 정부는 NHS 진료 접근성이 낮은 잉글랜드 지역에 치과를 열면 2만 파운드의 보너스를 지급하고 신규 환자를 받는 치과의사들에게는 정부가 더 많은 돈을 지불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치과의사들은 이 같은 방안은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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