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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인가, 조커인가...‘현대성’의 새로운 정의
김홍석 개인전 ‘실패를 목적으로...’
작가 “관람객 마음에 균열 내주길”
김홍석(왼쪽) 작가와 전시장 벽면 한 켠에 자리 잡은 그의 작품 ‘실재 악당’, 2024. [국제갤러리·뉴시스 제공]

분명 조커의 얼굴에 고양이 몸을 한 조각이다. 그런데 조커가 고양이 털옷을 입은 것인지, 고양이가 조커의 탈을 쓴 것인지 당최 알 수가 없다. 난감하다. 악당은 과연 어떻게 실재한단 말인가. 아니, 실재하기는 한 것인가. 그 옆에 전시된 굽 높은 슬리퍼 조각도 당황스럽긴 매한가지다. 두껍게 덮인 시멘트 덩어리 위에 청동으로 만든 슬리퍼 조각이 얹어졌다. 그런데 정작 작품명은 ‘하이힐 한 켤레’다.

지난 20여년 간 서구의 근대성과 비서구권의 저항 사이에서 만들어진 애매모호한 질서를 비판해 온 작가 김홍석(60·상명대 무대미술학과 교수)이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 ‘실패를 목적으로 한 정상적 질서’를 선보였다. 이분법적 사고, 양자택일적 접근,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해체하고 대상을 새롭게 인식하려는 시도가 전시장 곳곳에서 묻어났다.

“아마도 현대성은 모든 것의 ‘뒤엉킴’(Entanglement)일 겁니다.”

이번 전시를 관통하는 주제도 작가의 이 한마디로 요약된다. 흔히 우리는 인식을 하든 하지 않든, 서구미술을 ‘정상미술’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곤 한다. 작가조차도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동양미술을 실습할 기회가 없었다”며 “미술 커리큘럼에 (동양미술이) 포함돼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을 비롯한 수많은 비서구권 국가들이 서구 모더니즘을 기준에 두고 이를 모방, 발전시키며 근대화를 이뤄왔기 때문일 것이다. 비단 미술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정치, 경제, 심지어 사유 체계까지 서구 철학의 막대한 영향을 받으며 변화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작가는 “제3의 질서를 추구하는 대안으로 등장한 탈구조주의 조차 결국 현실에서 실현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혼돈 속에서 부상한 경계의 공간에서도 우리는 “나답게 됐다”고 착각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래서 작가는 믿어 의심치 않았던 정의를 뒤흔들었다. 뒤엉킨 상태 그 자체가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현대성이자, 완전한 자유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는 “미술이 특별하거나 특수하다고 느끼는 관람객의 마음에 균열을 내는 경험이 되길 바란다”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표현해 기존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이 미술가의 책임”이라고 설명했다.

거대한 운석 덩어리가 떨어진 전시장의 마지막 공간. 천장이 뻥 뚫린 누군가의 서재로 들어온 것만 같다. 그런데 깨어져 여러 조각이 난 운석 사이로 찌그러진 별 두 개가 반짝인다. 미국 국기인 성조기에서 본 별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운석 덩어리 앞에 놓인 책상에는 종이 뭉치가 놓여져 있었는데, 난감한 듯 머리를 긁적이는 사람이 그려져 있다. 마치 서구의 권위를 조롱하듯 쓰인 문구와 함께. ‘스타 탄생(A STAR IS BORN)’. 전시는 3월 3일까지. 이정아 기자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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