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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면책특권 주장 만장일치 기각…사법리스크 증폭
재판부 “전 대통령, 법위에 군림 안돼”
트럼프 측, 항소 의사 밝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AFP]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미국 연방항소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장한 대통령 면책 특권에 대해 미국 헌법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만장일치로 기각했다.

AP통신 등 미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 재판부는 6일(현지시간) 2020년 대선 결과 전복 시도 혐의와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의 면책 특권 주장을 기각했다.

2020년 대선에서 패배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주 의원, 법무부 관료,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 등에 압력을 행사해 대선 결과 인증을 방해하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번 판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결과 전복 시도 혐의에 대해 형사 재판에 피고인 자격으로 회부되는데 문제가 없다는 취지다. 그는 그동안 대통령 재임 중 행한 직무행위는 퇴임 후에도 면책 특권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러한 면책 특권 주장은 앞서 지난해 12월 1심 법원에 이어 이번에 2심 법원에서도 재차 기각됐다.

3명의 판사로 구성된 재판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른 형사 재판 피고인이 보유하는 모든 방어권을 가진 ‘시민 트럼프’가 됐다”며 “대통령 재임 당시 면책 특권은 더이상 그를 기소로부터 보호하지 않는다”며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판사들은 전직 대통령이 형사 기소되도록 허용할 경우 미래의 대통령들의 행동에 제약이 될 것이라는 트럼프 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기각했다. 판사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장은 삼권분립 시스템을 무너뜨릴 것”이라며 “전직 대통령이 영원히 법위에 군림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선거 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 명령에 대해서도 면책특권을 주장한 데 대해 “사실상 투표권과 개표권을 침해할 수 있는 권한이 대통령에게 있다고 주장한 것”이라며 “대통령이 행정부 권력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견제인 선거 결과를 무력화할 수 있는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권한을 가졌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의 기각 결정에 대해 트럼프 대선 캠프는 성명을 통해 “법원의 이번 결정을 정중히 배척하며 대통령 직과 헌법을 지키기 위해 상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상소하면 법률 공방은 연방 항소법원 전원 재판부나 연방 대법원 등 상급 재판부로 넘어간다.

면책특권 주장과 관련된 재판부의 판단이 나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 리스크’는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로 1위를 달리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는 11월 대선 전까지 형사 재판을 지연시킨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기각 결정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의 이러한 전략이 차질을 빚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대선 전복 시도 혐의 사건을 맡은 워싱턴 DC연방지방법원의 타냐 처트칸 판사는 3월 4일로 잡혀 있던 공판 일정을 최근 무기한 연기했다. 면책 특권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한 판결이 나온 만큼 재판 일정이 다시 잡힐 가능성이 높다.

한편 이와 별도로 연방대법원은 반란 가당 공직자의 공직 취임을 금지한 수정 헌법 제 14조 3항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 대법원은 오는 8일 이와 관련해 구두 변론을 진행할 예정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기각 결정이 만장일치로 나왔다는 것은 이 사안이 논쟁이 발생할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의미한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항소하는 대상이 항소법원 전원 재판부든 대법원이든 결과는 불리하게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법원에 항소할 때만 공직 자격과 관련된 판결을 유보하겠다는 입장이고 항소법원 전원합의체에 항소하더라도 처트칸 판사가 대선 전복 혐의 판결을 내리는 것을 막지는 못한다”며 재판 지연 전략의 전술이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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