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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어떻게 이기냐”…‘5선 도전’ 푸틴 경쟁후보들, 허수아비 논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에서 열린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3월 국제형사재판소(ICC) 체포영장 발부 이후 처음으로 해외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한 달여 앞으로 온 러시아 차기 대선이 5선에 도전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현 대통령의 임기 연장을 위한 요식 행위가 됐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푸틴 대통령에 대한 '들러리' 후보만 경쟁자로 나설 뿐, 조금이라도 위협이 될 수 있는 인물은 투옥 내지 망명 등 상황에 처해있다는 것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을 상대로 출마한 후보들은 한 가지 확신하고 있다"며 "그들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이 매체와 인터뷰를 한 러시아 대선주자들은 NYT의 분석과 크게 엇나가지 않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자유민주당(LDPR) 대표로 지난해 12월 출마 선언을 한 레오니트 슬루츠키는 "푸틴을 이길 것이라는 꿈은 꾸지 않는다"며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고 했다.

대선 출마선언을 했다가 철회한 자유정의당 안드레이 보그다노프는 승리할 수 있겠느냐는 말에 "물론 아니다. 내가 멍청이 같아 보이느냐"라는 말을 했다고 NYT는 전했다.

러시아 정부의 승인을 받은 주요 정당이 배출한 대선주자들은 푸틴 대통령을 비판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전하기도 했다.

일부 야당은 후보를 내는 일조차 포기한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러시아 선거관리위원회가 절차상 문제를 이유로 후보 등록을 거부해 대선 출마가 이뤄지지 못한 언론인 출신의 반정부 성향 정치인 예카테리나 둔초바는 자유주의 성향 정당 야블로코의 문을 두드렸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1990년대 러시아 자유시장경제 전환에 관여한, 이어 2018년까지 3차례 대선에 도전했던 야블로코 창립자 그리고리 야블린스키도 출마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뜻을 보였다.

러시아의 대표적 야권 운동가인 알렉세이 나발니는 불법 금품 취득, 극단주의 활동, 사기 등 각종 혐의로 기소돼 러시아 최북단 교도소에 있다.

2018년 러시아 대선에서 선전해 푸틴 대통령을 위협한 공산당 소속 정치인 파벨 그루디닌은 연이은 검찰 수사 끝에 총선 출마 자격이 박탈됐고, 2024년 대선 출마도 불발됐다.

푸틴 대통령이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는 임기가 6년이 추가돼 이오시프 스탈린 옛 소련 공산당 서기장을 뛰어넘는 최장기 집권 기록을 세운다.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는 푸틴 대통령이 오는 2월23일~3월8일 사이 대의회 국정연설에 나설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 대통령의 연례 대의회 국정연설은 러시아 연방헌법에 따른 의무 중 하나다. 푸틴 대통령은 예전부터 이 자리를 통해 국가 정세와 국내외 주요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다만 러시아 대선이 오는 3월15~17일로 잡힌 점을 볼 때, 푸틴 대통령은 이번 국정연설을 선거 운동을 위한 행사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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