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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점점 더 가난해지고 있다” 수렁빠진 獨 경제…숄츠는 ‘법인세 개혁’ 선긋기
OECD, 독일 성장률 전망 0.6%→0.3%로 하향
팬데믹·우크라전 여파 지속…제조업 침체도 장기화
경제·재무 “기업세 감면 해야”…숄츠 “성장기회법이 우선”
독일 베를린의 파울뢰베하우스 창문에 비친 독일 국기의 모습 [로이터]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이 좀처럼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경기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성장’의 불을 다시 지피기 위해 법인세 개혁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5일(현지시간) 크리스티안 린드너 독일 재무장관은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행사에서 최근 경제 상황과 관련해 “우리는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면서 “우리는 성장이 없기 때문에 점점 더 가난해지고 있고 뒤쳐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블룸버그는 “팬데믹 이후 성장이 정체된 유럽 최대 경제국이 직면한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경기 확장이 사라진 기간이 길어짐에 따른 영향을 피할 수 없음을 인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린드너 장관의 발언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성장률 전망이 발표된 지 불과 몇시간 만에 나온 것이다. 이날 OECD는 경제 전망 중간보고서를 발간하고 독일 경제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6%에서 0.3%로 하향조정했다. 지난달 말 국제통화기금(IMF)도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0.9%에서 0.5%로 내려잡은 바 있다.

실제 독일 경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부진한 모습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에너지난과 인플레이션이 계속되고 있는데다, 독일의 성장을 견인해 온 제조업이 세계 경제 둔화와 맞물리며 크게 위축된 탓이다.

지난달 30일 독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독일의 국내총생산(GDP)은 직전분기 대비 0.3% 감소했다. 1분기 0.1% 성장에 그친데 이어 2,3분기 0.0%을 기록하며 제자리 걸음했던 경제가 결국 역성장을 면치 못한 것이다. 지난해 독일의 연간 GDP 증가율(속보치)도 -0.3%로 집계됐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5일(현지시간)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

경제가 수렁에 빠지면서 독일 정부를 향한 ‘책임론’도 거세지고 있다. 전날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8번째 중도좌파 사회민주당(SPD) 소속 총리인 숄츠 총리의 인기가 2021년 신호등 연정 출범 이후 무너져 내리고 있으며, 지난 2021년 독일 연방 총선에서 득표율 25.7%을 자랑했던 사민당에 대한 지지율도 15%까지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현재 독일 정부는 지난해 헌법재판소의 ‘예산안 위헌’ 결정으로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 자금 여유마저 없다. 앞서 독일 정부는 지난 2021년 코로나19 위기 대응 예산 중 일부를 기후변화 기금으로 이전해 각종 산업의 에너지 효율 제고 및 인프라 프로젝트에 사용할 예정이었으나, 헌재가 예산 변경 자체를 무효화하면서 추가 자금 조달이 불가능해진 상태다.

경제지 한델스블라트는 “헌재 결정 이후 연방정부의 재정 운용이 제한돼 부양책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경기 확장이 지체되면서 독일 경제의 성장 잠재력도 장기적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는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이미 정부 일각에서는 법인세 감면 등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각종 개혁안에 대한 제안이 잇따르고 있다.

로베르트 하벡 독일 부총리 겸 경제부 장관과 린드너 장관은 지난 4일 자국 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법인세 개혁을 공개 제안했다. 당시 하벡 부총리는 “독일이 더이상 경쟁력이 없고 투자에도 도움이 안되는 반기업적 과세를 하고 있다”면서 “투자에 대한 세금 감면과 세제 혜택을 고려해야한다”고 말했다.

린드너 장관 역시 별도의 방송 출연에서 “독일 기업들이 국제적으로 경쟁력이 없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면서 “관련 정책을 조속히 마련해야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다만 이 같은 법인세 개혁 요구가 당장 현실화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숄츠 총리는 5일 기자회견에서 장관들이 내놓은 법인세 개혁안을 일축하며, 대신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감세안인 ‘성장기회법’ 통과가 급선무임을 강조했다. 독일 정부는 지난해 8월 중소기업에 연간 약 70억유로의 법인세를 감면해주고, 에너지 절감 투자를 우대해주는 것을 골자로한 ‘성장기회법’을 발표한 바 있다. 법안은 11월 하원을 통과했으나 16개주를 대표하는 연방상원의 반대에 부딪혀 현재 조정위원회에 묶여있다.

숄츠 총리는 “성장기회법이야 말로 우리가 초점을 마주처야할 것”이라면서 “이 것은 실용적이고, 구체적이며, 빠르게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밝혔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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