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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칠레 산불 122명 사망·美 역대급 폭우...뒤에는 ‘엘니뇨’
칠레 한낮 35도 폭염에 바람 타고 확산
캘리포니아선 52만가구 정전…최소 1명 사망
5일(현지시간) 칠레 발파라이소 지역의 빌라 인데펜덴시아에서 이웃 주민들이 땅을 청소하는 가운데 칠레 국기가 흔들고 있으며 집들이 불에 탔다. [AFP]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칠레에서 대형산불로 최소 122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에서는 기록적인 폭우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연초부터 지구촌 곳곳이 기후 이변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5일(현지시간) 칠레 국가재난예방대응청(세나프레드)은 2일 중부 발파라이소주(州)에서 발생한 산불로 지금까지 최소 12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실종자 수가 100명 안팎이어서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세나프레드는 이번 화재가 고온과 강풍 등의 영향으로 삽시간에 주변으로 번졌다고 보고 있다. 내륙 지역 한낮 기온이 35도까지 오르는 남반구 한여름 날씨에 올해 기승을 부리는 엘니뇨 현상으로 지역적으로 고온 건조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분석이다. 한때 시속 60㎞에 달했던 거센 바람도 불길을 키우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세나프레드는 전했다.

화마의 기세에 경보를 알리는 긴급 알람 수신용 안테나까지 일부 파손돼, 피해자들이 제때 대피하지 못했다는 정황도 나왔다. 세나프레드 전신인 내무부 산하 국가비상사태관리국(ONEMI)에서 부국장을 지낸 빅토르 오레야나는 현지 일간지 엘메르쿠리오 인터뷰에서 “대피 경고를 보냈어도, 화재로 인해 먹통이 된 안테나 문제로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산간 지역 난개발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수천 채의 주택이 파괴된 비냐델마르 외곽 산비탈 마을의 경우 비좁은 도로 등 문제 때문에 소방대원 진입이 제때 이뤄지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우웨 로웨더 칠레 센트랄대 건축학부장은 “화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산악 지형 경사면에 각종 건물이 계속 올라갔다“”며 ‘화력을 키울 수 있는’ 여러 극단적 조건에 노출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칠레 당국은 화재 진압에 집중할 수 있도록 비냐 델 마르, 퀼푸에, 빌라 알레마나, 리마체 등에 통금을 시행하고 있다

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스튜디오 시티에서 계속되는 폭우로 인해 자동차가 진흙탕에 갇히면서 비가 내리고 있다. [로이터]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에선 5일 강풍으로 1명이 사망하고 대규모 정전이 발생했다. 로스앤젤레스(LA) 등 남부에서는 기록적인 폭우와 그에 따른 국지적인 산사태로 주택들이 파손되고 도로 곳곳이 침수됐다.

캘리포니아 북부 유바시티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후 한 주택가에서 남성 1명이 쓰러진 나무에 깔려 숨졌다. 경찰은 당일 오후 7시께 신고를 접수해 출동했고, 집 뒷마당에서 이 남성이 대형 삼나무 아래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이 남성은 사다리를 이용해 집 위에 덮친 나무를 치우려다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일 이 지역에는 시속 80㎞의 강풍이 불어 나무가 쓰러진 것으로 추정됐다.

캘리포니아 중부 지역에도 허리케인급 폭풍이 불어 나무와 전신주들이 쓰러지면서 정전 피해가 속출했다. 미국의 정전현황 집계사이트 파워아우티지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서부시간) 기준으로 캘리포니아주의 총 52만4000여가구(상업시설 포함)에 전기가 끊겼다.

캘리포니아 내 정전 가구는 전날 약 86만가구까지 늘었다가 복구 작업이 진행되면서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이번 폭풍우는 태평양에서 형성된 강력한 폭풍 시스템과 ‘대기의 강(Atmospheric river)’ 현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기상 예보관들은 분석했다. ‘대기의 강’은 태평양에서 발원한 좁고 긴 형태의 비구름대를 의미한다. 지난해 겨울에도 이 같은 현상이 10여차례나 발생해 캘리포니아에 큰 피해를 줬다.

대기의 강은 미시시피강의 20배 이상에 달하는 물을 나를 수 있는 ‘수분의 컨베이어 벨트’와 같으며, 수증기 형태로 존재한다고 CNN은 설명했다.

기후학자들은 전반적인 기후 변화로 기온이 따뜻해짐에 따라 ‘대기의 강’ 현상이 이전보다 10∼40% 더 많은 비를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따뜻한 해수면 온도는 대기 중에 형성되는 폭풍우에 더 큰 에너지와 습기를 불어넣는다.

계속되는 지구 온난화와 함께 태평양에 강력한 엘니뇨(열대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은 현상)가 나타나면서 미 서부 해안에 영향을 주는 대기의 강 현상을 강화하고 있다고 학자들은 지적했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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