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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해 긴장에 수에즈 운하 수입 ‘반토막’…원유 시장은 동서로 양분
외화 보유고 감소로 환율 급등 우려
유조선 수에즈 운하 운송량 두달 새 23% 감소
“원유 수입 많은 韓·印, 공급망 유연성 하락”
한 벌크선이 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기 위해 항해하고 있다. [AP]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상선 공격으로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 통행료 수입이 반토막났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빚어진 홍해 사태가 세계적인 물류 대란 뿐만 아니라 한 국가의 경제에도 타격이 미치고 있다. 전세계 원유시장이 동서로 분할되면서 각국의 에너지 다각화도 방해하고 있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집트의 지난달 수에즈 운하 통행료 수입은 4억2800만달러로 1년 전 8억400만달러에 비해 거의 절반으로 급감했다.

오사마 라비에 수에즈운하당국 국장은 “운하를 항해하는 선박의 수가 36% 감소했다”며 “수에즈 운하가 이같은 위기에 처한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하마스 가자지구 분쟁에 대한 대응으로 홍해 인근의 선박을 석달째 무차별 공격하고 있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지난달 12일 이들에 대해 공습을 단행했지만 후티 반군의 공격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최단 항로인 수에즈 운하는 이집트의 최대 외화 수입원이다. 이집트는 지난해 약 102억5000만달러를 수에즈 운하를 통해 벌어들였다. 최근 예멘의 후티 반군의 무차별 전까지만 해도 이집트는 수에즈 운하의 확장을 고려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집트가 최악의 경제 위기에 처해있는 상황에서 수에즈 운하 수입이 줄어들면 위기가 더욱 가중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집트는 국제통화기금과 10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 지원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미 이집트는 30억달러 규모의 IMF 구제금융에 합의했지만 IMF는 이집트 측에 보다 진전된 경제개혁과 유연한 환율 정책을 요구하며 실제 지출을 막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이집트의 공식환율은 1달러 당 30.85이집트파운드이지만 암시장에서는 65~70이집트파운드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수에즈 운하 통행료 수입지 줄어들면 이집트의 외환보유고도 감소해 환율이 더 치솟을 수 있다. 환율이 상승하면 이집트의 주식인 빵의 재료가 되는 곡물 도입가도 상승해 정국이 불안해질 가능성이 높다.

한편 홍해 위기는 전세계 원유 시장의 양극화도 불러오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원유 트레이더들을 인용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유조선의 물동량이 급감하면서 글로벌 원유 거래가 수에즈 운하를 중심으로 동서로 분할되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유조선의 운송량은 11월에 비해 23% 감소했다. 액화석유가스(LPG)와 액화 천연가스(LNG) 운송량도 각각 65%, 73% 하락했다.

유럽 지역 정유사들은 후티 반군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지난달 이라크 바스라산 원유 구매를 중단했다. 대신 이들은 북해와 가이아나의 원유를 구매하고 있다.

반면 아시아에서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아부다비 머반(Murban) 유종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현물가격이 상승했다.

한편 케이플러(Kpler)의 선박 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에서 아시아로 수출되는 원유 선적은 전월 대비 3분의 1 이상 급감했다. 이에 미국에서 아시아로 유입되는 원유의 인도가격은 이달 들어 배럴당 2달러 이상 급등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원유시장의 분할이 영구적이지는 않겠지만 현재로서는 인도나 한국과 같이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공급원을 다각화하는 것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정유사의 경우 급변하는 시장 역학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이 제한되고 결국 마진이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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