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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린본드’ 다시 인기…유럽의회·美대선 결과가 변수
지난해 그린본드 발행액 역대 최고
우크라 전쟁 후 시들…금리 인하 기대에 반등
유럽 극우 득세·트럼프 당선 등 리스크
몬테네그로의 한 풍력발전 단지 [로이터]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그린본드(환경채)의 인기가 되살아나고 있다. 그린본드의 차입금리가 일반 채권을 밑도는 ‘그리니엄(그린과 프리미엄의 합성어)’의 재등장도 목격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수요를 자극하는 가운데 올해 미국과 유럽에서 치러지는 선거가 향후 그린본드의 순항을 판가름하는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5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환경을 고려한 사업에 자금 사용을 국한하는 소버린채권의 올해 전세계 발행 규모는 지난 1월 중순 기준 162억달러(21조6837억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한 115억달러(15조3927억원)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매체는 지난달 18일 오스트리아 정부가 발행한 총 12억5000만유로 규모의 두 개의 그린본드에도 각각 120억유로, 240억유로의 수요가 몰렸다면서 “그린본드가 이대로 ‘겨울’을 벗어나는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린본드는 친환경 프로젝트 자금 조달을 위한 특수 목적 채권으로, 기후변화 위기와 환경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에 따른 에너지난과 이에 따른 화석연료로의 회귀 움직임이 일면서 그린본드 발행액은 지난 2022년 전년대비 첫 마이너스(-3%)를 기록하는 등 인기가 주춤해졌다.

지난해부터 다시 그린본드의 반등 기류는 뚜렷해지고 있다. 미즈호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그린본드 발행액은 5612억달러로 전년대비 7%가 증가했다. 사상 최고치다. 발행 뿐만 아니라 유통 시장도 그린본드를 다시 조명하는 분위기다. 글로벌 그린본드의 가격변동을 보여주는 ‘S&P 그린본드 선별지수’는 지난해에만 11% 상승하며, 글로벌 채권지수의 상승률(7%)을 넘어섰다.

그린본드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차입금리가 전통적인 채권보다 낮아지는 그리니엄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닛케이는 독일에서 지난 2021년 여름 그리니엄이 약 0.07%까지 나타났다가 지난 2022년 말에 사라졌지만, 지난해부터 다시 그린본드에 대한 0.02% 수준의 프리미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 목격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네바다 라스베가스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오는 미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을 그린본드 순항의 ‘최대 리스크’로 꼽았다. [로이터]

그린본드 시장의 회복을 견인한 것은 조만간 연준이 금리 인하를 개시하며 ‘고금리 시대’를 마무리할 것이란 시장의 기대다. 일반 채권에 비해 만기가 긴 그린본드의 특성상, 금리 상승에는 타격이 크지만 반대로 반대로 금리 인하 시에는 더 큰 수익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같은 분위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유럽과 미국 등에서 예고돼있는 선거 결과에 따라 친환경 의제에 또다시 제동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는 6월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결과에 따라 유럽이 주도하는 탈탄소 정책이 정체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 2019년 열린 선거에서는 녹색당 등 친환경 의제를 앞세운 정당이 약진하면서 유럽 전반에 친환경 기조가 확산했지만, 이번에는 그린딜(유럽연합의 탄소중립 목표)과 관련한 규제에 반대하는 극우세력의 득세가 전망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유럽 극우정당들은 최근 EU의 각종 환경 규제에 반대하며 거리로 나선 농민들에게 편승해, 이들의 불만을 대변하겠다며 영향력 확대를 꾀하기도 했다.

여기에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미국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사회 노력에 다시 발을 뺄 공산이 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지난 2017년에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를 선언한 바 있다. 미국은 조 바이든 정부가 출범한 이후 다시 협정에 복귀한 상태다.

카즈키 야스노부 미즈호증권 지속가능성 선임전략가는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파리협정 재탈퇴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수정 및 파기 조치가 뒤따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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