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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강보다 이익 우선시”…주류업체 올림픽 후원에 비난 여론
AB인베브, IOC와 올림픽 파트너십 계약 체결
시민단체들 “알코올과 올림픽 맞지 않아”
코로나 논알코올 제품 마케팅에도
“알코올 제품과 혼동” 비판
프랑스 파리에 설치된 올림픽 로고 건축물. [AP]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주류회사를 올림픽 공식 후원사로 선정한 것을 두고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올림픽의 상징성과 알코올이 전혀 맞지 않다는 지적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를 감안해 해당 주류회사가 올림픽 기간 동안 무알콜 제품을 홍보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웠지만, 이마저도 일반 알코올 제품들에 대한 간접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현지시간) 미국 CNN은 IOC가 지난달께 양조업체 ‘AB 인베브(AB InBev)’와의 올림픽 공식 후원 계약을 맺었다고 보도했다. 올림픽 후원사 가운데 주류회사가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계약에 따라 AB인베브는 오는 2024년 파리 하계올림픽을 시작으로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2028년 LA 하계 올림픽 등에서 무알콜 맥주 코로나 세로(Corona Cero)를 집중 홍보하는 등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다. 2028년 LA 하계 올림픽에서는 라거 맥주 미켈롭 울트라(Michelob ULTRA)를 알리는 데도 주력할 예정이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이 같은 파트너십에 대해 “완벽한 조화”라고 표현했다.

CNN은 지난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30억명이 넘는 사람들이 해당 대회를 시청한 점을 감안하면 올림픽을 후원하는 것은 업체들에겐 “성스러운 일”이라며 “특히 맥주 회사에게 스포츠 시장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마케팅 컨설팅 업체 ‘스포트콜’(Sportcal)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세계 30대 주류 브랜드가 맺은 스포츠 후원 계약 281건의 가치는 총 7억6450만달러(약 9300억원)에 달한다.

[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주류업체를 올림픽의 후원사를 선정한 것을 두고 올림픽의 취지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금주 운동 단체 등은 세계 최대의 스포츠 행사인 올림픽이 맥주 회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열린다는 점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영국 알코올 체인지(Alcohol Change UK)’의 앤드류 미셀 국장은 CNN에 “알코올과 올림픽은 확실히 이상한 조합”이라며 “올림픽 선수들이 대회에서 최고 수준의 기량을 보이기 위해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알코올과 올림픽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공중보건 관련 업무를 수행해온 리버풀대 아만딘 가르데 법학교수는 “알코올 마케팅은 소비자의 선호도와 구매를 이끌어내는 것을 넘어서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IOC가 알코올 소비가 그 자체로 해롭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 계약을 성사시킨 것은 매우 부정적인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AB 인베브는 알코올 대신 무알콜 맥주를 올림픽 기간 동안 집중 홍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고 마케팅 책임자인 마르셀 마르콘데스는 CNN에 “이번 파트너십 모토의 일환에는 소비자가 무알코올 맥주로 안전하고 책임감 있게 올림픽을 즐기자는 취지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이 같은 전략마저도 공중보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마케팅 과정에서 알코올 주류와 무알코올 주류 간에 시각적 차이가 없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알렉스 바커 더비대 심리학 교수는 “코로나 세로는 코로나 브랜드 제품과 주요 특징을 공유한다. 관객들이 해당 제품이 제로 알코올인지, 아니면 그저 알코올 제품인지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결국 알코올 브랜드를 홍보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가르데 교수는 “또다시 국민의 건강보다 단기적 이윤을 우선시하는 사례”라고 비판했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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