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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시장 못 놓친다”…中기업들, 미중 갈등에도 대미 로비 늘렸다
바이트댄스, 로비활동비 전년대비 77% 증가
‘중국판 유니클로’ 쉬인도 7.6배 늘어
틱톡 사용금지 등 미중 긴장 여파 최소화 안간힘
미국 국기 뒤로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틱톡의 로고가 보이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중국 기술기업들의 미국 로비 활동이 최근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기업을 겨냥한 미국 의회의 압박이 커진 가운데, 미국 시장은 절대로 놓칠 수 없다는 사업적 판단에 따른 움직임으로 보인다.

2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미 의회에 제출된 각사 보고서와 미국 정치자금 추적 단체 오픈시크릿츠 등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미국에서 동영상 공유플랫폼인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와 온라인 플랫폼인 쉬인(SHEIN)의 로비 활동비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바이트댄스의 경우 지난해 미국에서 로비 활동비로만 874만달러(116억4168만원)를 사용했는데, 이는 전년대비 77% 증가한 것이다. 저렴한 중국산 의류로 미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쉬인은 지난해 대미 로비자금으로 전년대비 7.6배나 늘어난 212만달러(28억2384만원)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기술기업들이 대미 로비를 강화한 것은 코로나19 봉쇄 해제에도 중국 경제의 침체가 심화된 반면 미국은 소비를 바탕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가에서는 중국 기업들의 성장세를 저지하기 위한 움직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쇼우 추 틱톡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 의회에서 열린 청문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로이터]

지난해 미국은 연방정부 소유 모바일 기기에서 바이트댄스의 틱톡 사용을 전면 금지했고, 몬태나주는 국가 안보 우려를 이유로 모든 주민들의 틱톡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심지어 조 바이든 정부는 지난해 봄 바이트댄스에게 틱톡을 미국 자본에 매각하라고 요구했다. 법적 장벽과 젊은 유권자들의 반발을 고려해 더이상의 추가 압박은 포기한 상태다. 실제 여론조사기업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틱톡 금지를 찬성하는 미국인들은 지난해 봄 50%에서 같은해 가을 38%까지 줄었다.

닛케이는 “지난해 바이트댄스의 로비 활동에는 미국내 운영을 제한하는 법안이나 정부 단말기에서 틱톡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 등 의회의 규제 움직임에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소속 로비스트도 트럼프 정부 시절인 2020년 10명으로 확대한 후 지난해 말 14명으로 늘렸다.

쉬인은 지난해 말 비공개로 미 증시 기업공개(IPO)를 신청했다. 본격적인 로드쇼는 올해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쉬인은 대미 정부 로비를 위해 미 무역대표부(USTR) 출신 인사도 기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판 유니클로’라 불리며 미국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는 쉬인 역시 바이트댄스와 마찬가지로 워싱턴 정가의 강력한 견제를 받고 있는 기업 중 하나다.

최근 미 의회 일각에서는 쉬인이 수입화물 신고액 800달러 이하일 경우 원산지 등의 정보를 신고하지 않고 수입할 수 있는 제도를 이용해 강제노동의 우려가 있는 제품을 미국에 판매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실제 지난해 쉬인의 로비 활동 역시 정치권의 무역 관련 규제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닛케이는 “미중 대립 하에 미 의회 등이 중국 기업에 대한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면서 “중국 기업들이 미중 갈등이 자사 미국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전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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