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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술계 올림픽’ 베니스비엔날레에 K-미술 국가대표 총출동
한국관 개관 30주년…최대 규모 전시
한국 특별전 ‘모든 섬은 산이다’ 38명 참여
차세대 추상작가 유영국·이배 전시도 주목
한국관 개관 30주년 기념 특별전이 열리는 이탈리아 베니스 몰타 기사단 수도원 전경.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오는 4월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리는 ‘미술계 올림픽’에 한국미술의 국가대표가 총출동 한다. 특히 올해는 한국관이 개관 30주년을 맞는 해다. 이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산하 아르코미술관과 주요 재단, 민간 갤러리, 예술가 단체 등 7개 기관이 한국미술의 현재와 미래를 알릴 전시를 앞다퉈 열 예정이다.

우선 베니스비엔날레가 본 전시에 초청 작가로 선정한 주인공은 한국 1세대 여성 조각가 김윤신과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상 2023’ 후보인 이강승이다. 작고 작가인 이쾌대(1913~1965)와 월전 장우성(1912~2005)도 이름을 올렸다.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주제가 ‘이방인은 어디에나 있다’(Foreigners everywhere)인 만큼, 변방에서 겉돌거나 모국의 땅에서 여전히 이방인으로 취급받는 예술가가 집중 조명된다.

작가 김윤신(왼쪽)·이강승 [국제갤러리·갤러리현대 제공]

일제강점기인 1935년 지금의 북한 원산에서 태어난 김윤신은 마흔 아홉이 되던 해 아르헨티나로 이주해 40여년 간 남미를 주요 기반으로 활동했다. 그는 자연에 대한 깊은 존경을 바탕으로 주로 나무와 돌 등 자연 재료가 가진 본래의 속성을 최대한 드러내는 조각을 해왔다. 작가는 베니스비엔날레 역사상 최초의 남미 출신 예술감독인 아드리아노 페드로사의 초청을 받아 참여하게 됐다. 최근 그는 대형 상업 갤러리인 국제갤러리 및 리만머핀과 공동 소속계약도 체결했다.

서울에서 태어난 이강승은 한국과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오가며 활동하는 퀴어 작가다. 그는 서구·백인·남성·이성애 중심의 주류 역사에 도전하고, 서사에서 배제되거나 잊힌 존재를 발굴해 드러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특히 성소수자의 흔적을 조사, 연구해 여러 사건과 인물을 재발견하는 아카이브 작품 활동에 천착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상 2023’ 후보 작가로 선정된 그는 오는 6일 최종 심사를 앞두고도 있다.

백남준, 고인돌, 1995. [광주비엔날레재단 제공]

올해 개관 30주년을 맞는 한국관에서는 작가 구정아의 개인전 ‘오도라마 시티’가 단독으로 열린다. 전시에서는 한국의 향기와 기억을 활용해 한반도의 무형적 지도가 그려질 예정이다. 한국관 예술감독은 야콥 파브리시우스 덴마크 아트 허브 코펜하겐 관장과 이설희 덴마크 쿤스트할 오르후스 큐레이터가 공동으로 맡았다.

이와 함께 한국미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집대성한 특별전으로 ‘모든 섬은 산이다’(Every Island is a Mountain)도 개최된다. 1995년 첫 한국관 참여 작가부터 2022년 참여 작가까지 38명의 전시작과 전시작을 바탕으로 한 신작 80여점, 한국관 30주년 아카이브 자료 등이 12세기에 건축된 중세 건물인 몰타 기사단 수도원에 모인다. 임근혜 아르코미술관장은 “한국관 건립의 산파 역할을 한 고(故) 백남준의 예술 철학에 생태적 상상력을 더해 고립된 개인과 분열된 사회를 연결하는 예술의 힘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유영국, Work, 1968. [유영국미술문화재단 제공]

베니스비엔날레의 공식 전시로 한국작가를 소개하는 4개 병행 전시도 열린다. 광주비엔날레재단, 유영국미술문화재단, 한국근현대미술연구재단, 한솔문화재단 등이 참여한다.

광주비엔날레재단은 올해 창설 30주년을 맞는 광주비엔날레를 세계 미술계에 알리는 30주년 기념 아카이브 특별전 ‘마당-우리가 되는 곳’을 연다. 5·18 광주정신을 되새기며 인류가 나아가야 할 미래가치를 제시할 예정이다. 제1회 광주비엔날레에 소개됐던 백남준의 ‘고인돌’과 당시 대상 수상작인 알렉시스 크초의 ‘잊어버리기 위하여’가 전시된다. 5·18 민주화운동 기록관 소장품과 역대 출품작 등도 전시된다. 한강 작가가 현지 대학생들에게 광주, 인권, 민주에 대해 강연하는 연계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아름다운 색채와 대담한 추상 형태로 한국의 자연을 빚어낸 작가 유영국의 첫 유럽 전시도 열린다. 유영국미술문화재단은 퀘리니 스탐팔리아 재단 건물에서 유화 30여점을 비롯한 드로잉과 판화 등 100여점을 소개할 계획이다. 특히 그의 작품 활동의 전성기로 꼽히는 1960~1970년대 작품이 대거 포함됐다.

한국근현대미술연구재단은 한국 최초의 여성 추상 화가인 이성자의 대표작 20여점을 전시한다. 한솔문화재단은 빌모트재단과 근현대 단색조 회화 작가인 이배의 ‘달집 태우기’ 전시로 한국의 뿌리 깊은 민속 풍습과 순환하는 자연의 미학을 알린다.

갤러리현대는 ‘누아주(Nouage·엮음)’라는 독자적인 양식으로 회화의 혁신을 이끈 작가 신성희의 ‘박음 회화’, ‘엮음 회화’ 연작을 소개한다. 다국적 작가 공동체 나인드래곤헤즈는 ‘노마딕 파티’를 주제로 비엔날레 기간에 보다 실험적인 전시와 콘퍼런스를 열 예정이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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