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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액 후원금’ 바이든도 트럼프도 싫어...후원금 가장 많이 모은 후보는 [세모금]
바이든 1.3억달러로 후원금 선두…트럼프 바짝 뒤쫓아
트럼프, 후원금 절반은 개인으로부터…중저소득 보수층
주요 슈퍼팩, 헤일리 전 대사 등 지원…“보호주의 정책 실망 탓”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뉴햄프셔 주 내슈아에서 열린 지지 캠페인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미국 대선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정치 후원금의 향방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그동안 공화·민주 양당 선두주자들은 정치단체가 내는 고액 후원금을 독식해왔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선거에서 개인 지지자들의 후원금에 기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액 후원자들은 이 둘의 ‘대항마’에 실탄을 지급하며 막판 역전을 노리는 분위기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30일(현지시간) 민주당 유력 후보인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유력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정치 후원금의 상당 부분을 개인 지지자들로부터 모았다며 이같이 전했다.

이번 분석은 지난해 12월 말까지 집계된 미국 연방선거위원회(FEC) 후원금 데이터를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재선을 노리는 바이든 대통령은 1억3000만달러(1728억3500만원)의 후원금을 모았는데 이중 4500만달러가 개인 지지자들의 주머니에서 나왔다. 닛케이는 “바이든 대통령은 대부분 당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후원 캠페인을 통해 후원금을 얻으면서 조직력을 살렸다”고 평가했다.

재선을 노리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8일(현지시간) 사우스 캐롤라이나 콜럼비아 시에서 열린 지지 캠페인 행사에 참석해 지지자들과 셀피 촬영을 하고 있다. [AFP]

1억2500만달러를 모금해 바이든 대통령을 바짝 뒤쫓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체 후원금의 절반 가량인 5670만달러를 개인 지지자들로부터 모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개인 후원금은 모든 후보를 통틀어 가장 많은 액수였다. 전국의 보수층, 특히 중저소득 유권자들이 호주머니를 털었다는 게 닛케이의 분석이다.

개인 지지자들의 후원금은 본선에서 득표로 곧장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두 후보의 본선 경쟁력과 직결될 수 있다.

반면 고액 후원자들의 후원금 향방은 이전과는 크게 달라졌다. 지난해 총액 100만달러 이상을 낸 고액 후원자는 90명으로 이중 56명이 1억8000만달러를 특정 후보에게 지원했다.

이중 37.5%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맞서 공화당 경선을 치르고 있는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에게 돌아갔으며 23.1%는 이미 경선에서 사퇴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에게 지원됐다. 민주당에서 뛰쳐나와 독자 노선을 걷고 있는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무소속 후보에게도 9.9%의 후원금이 몰렸다. 이들 세 후보에 몰린 고액 후원금은 전체의 70%를 넘어선다.

특히 그동안 민주당과 공화당의 주요 후보에게 힘을 실어줬던 주요 특별정치활동위원회(슈퍼팩)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미국은 개인이 후보자들에게 낼 수 있는 액수에 상한이 있어 부유층은 슈퍼팩으로 불리는 정치단체를 통해 원하는 후보에 후원금을 몰아준다.

오랫동안 공화당을 지원해온 슈퍼팩 ‘번영을 위한 미국 국민(AFP)’은 지난해 11월 헤일리 전 대사 지지를 공식선언했다. AFP는 미국의 억만장자 찰스 코흐와 데이비드 코흐가 이끄는 코흐 인더스트리즈를 기반으로 한다.

억만장자 스탠리 드러켄밀러, 헨리 크래비스, 케네스 랑곤 등이 모인 ‘스탠드 포 아메리카(SFA) 펀드’도 헤일리 지원에 나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민 문제나 낙태 금지 등 보수층의 지지를 얻기 쉬운 문제에만 몰두하고 경제와 기업 활동 지원에는 역점을 두지 않고 있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민주당도 사정은 비슷하다. 과거에 고액 후원금을 지원했던 투자자 조지 소로스나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등이 후원금을 크게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닛케이는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중저소득자를 주요 지지층을 삼고 있는데다 보호주의적 경제정책을 우선하고 있다고 판단한 부유층이 이들을 지원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액 후원자들의 후원금을 받은 비주류 후보들이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세에 미치지 못하지만 슈퍼팩의 영향력이 완전히 줄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지원에 나선 미국 민주당의 슈퍼팩 ‘퓨처포워드’는 총 2억5000만달러의 예산을 바이든 대통령 선거 광고에 사용하겠다고 지난 30일 밝혔다. 지난해 바이든 전 대통령이 모은 전체 후원금을 훨씬 뛰어 넘는 액수다.

지난 2022년 3000만달러를 공화당에 후원한 투자 펀드 블랙스톤 창업자 스티븐 슈워츠먼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지만 후원금의 방향을 정하지 못한 상태다. 향후 그의 지원 선언이 선거전 흐름을 크게 바꿀 수 있다는 게 닛케이의 전망이다.

미국 정치자금을 분석하는 비영리단체 오픈 시크릿츠의 사라 브라이너는 “선거는 최종적으로 당파성이 큰 영향을 미치지만 1만표 정도의 근소한 표차가 됐을 경우에는 슈퍼팩이 거는 광고전의 영향력이 크다”고 설명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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