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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엔 직원 하마스 연루 의혹에… 미·독 등 UNRWA 지원 중단 선언
25개 지원국 절반이 중단 선언...금액만 1조원
29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라파 캠프의 팔레스타인-이집트 국경 인근에서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차량이 난민이 된 팔레스타인인들을 지나치고 있다. [EPA]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의 직원들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가담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주요 국가들이 연이어 기부 중단을 선언했다. 가자지구와 시리아 등지의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인도적 지원을 하는 UNRWA가 기부 중단으로 제 기능을 못하면 수만명의 난민이 목숨을 연명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미국 CNN 보도에 따르면 UNRWA 지원국 25개국 가운데 12개국이 기부 중단을 선언했다. 이들 국가의 지원금을 모두 합치면 7억4440달러(약 9900억원)에 달한다. 특히 지원금 규모로 1, 2위를 차지하는 미국(3억4390만달러)과 독일(2억210만달러)이 모두 중단을 선언하면서 UNRWA는 운영에 차질을 빚게 됐다.

UNRWA는 이스라엘 건국으로 촉발된 1차 중동전쟁으로 고향을 잃은 팔레스타인인 난민을 지원하기 위해 1949년 설립된 유엔 산하 기구다. 약 600만명의 팔레스타인 난민을 지원하고 있다.

이 기구는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요르단, 시리아, 레바논 등지에서 1차 의료와 인도적 구호 활동, 교육 업무 등을 수행해왔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에는 가자지구 전역에 154개 피란민 보호시설을 운영하고, 11개의 식량 배급 센터를 통해 100만명에게 식량 지원을 하고 있다.

주요국들의 지원 중단에 UN은 다음달이면 UNRWA의 자금이 고갈될 수 있다면서 재고를 촉구하고 있다. 국경없는 의사회로도 알려진 메데킨 산스 프론티어의 팔레스타인 대표 레오 캔은 지난 28일 CNN에 “가자지구에 들어오는 지원이 충분하지 않아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며 “지원을 멈추면 굶주림으로 죽는 이들이 속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UNRWA에 대한 지원 중단은 가자지구 뿐만 아니라 요르단, 시리아, 레바논 등 이웃 국가들에 살고 있는 수백만명의 팔레스타인 난민들에게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CNN은 우려했다.

유엔에서도 지원 중단을 선고하는 국가들을 설득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27일 입장문을 통해 “적어도 UNRWA가 계속 운영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지원을 중단한 정부들에 강력히 호소했다.

유엔 직원의 하마스 연계 의혹과 관련해서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관련 직원 12명에 대해 자체 처분”을 강조하며 “9명은 해고됐고, 1명은 사망했고, 나머지 2명은 신원을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UNRWA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할 경우 이를 대체할 기구는 아직 불투명하다. 예루살렘 히브리대 법학부의 유발 샤니 교수는 CNN과 인터뷰에서 “UNRWA에 대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이 해당 기구 해체를 강력히 추진하지 않는 것은 UNRWA가 난민들에게 필수적인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기 때문”이라며 가자지구의 상황을 볼 때 UNRWA를 완전히 영토 밖으로 끌어내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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