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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울린 ‘징역 100년’ 한국인, 30년만에 조기출소…비극적 사연은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123RF]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1993년 미국 시카고에서 터진 비극적 살인사건의 범인이자 희생양이었던 앤드루 서(50·한국명 서승모) 씨가 징역 100년형을 받고 수감된 지 약 30년 만에 모범수로 조기 출소했다.

26일(현지시간) 시카고 트리뷴 보도에 따르면 서 씨는 이날 오전 9시45분께 일리노이주 서부 키와니의 교도소에서 나와 지지자들과 변호인의 마중을 받았다.

서 씨는 오랜 시간 관심을 가져준 이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시카고 한인 교회 교인들이 '한국식'으로 준비한 두부를 먹으며 출소를 축하했다.

트리뷴은 출소자에게 두부를 먹이는 한국 관습을 놓고 "지난 시간의 모든 부정적인 것들을 깨끗하게 씻는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서 씨를 변론해온 비영리단체 '일리노이 교도소 프로젝트'(IPP) 법률고문 캔디스 챔블리스 변호사는 "서 씨가 지난 24일 조기 출소 가능성을 통보받고 매우 기뻐했다"며 "그는 제2의 인생을 살 준비를 충분히 했다"고 했다.

서 씨는 지난해 3월, 수감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모범수들에게 직업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보안등급 낮은 교도소로 이감됐었다.

서 씨는 1993년 9월 범행 뒤 1995년 재판에서 징역 100년형을 선고 받았었다. 항소심에서 80년으로 형을 줄였지만 2002년, 2017년, 2020년 등 3차례에 걸친 사면 청원은 모두 거부 당했다.

그렇다면 서 씨는 무슨 일 때문에 징역 100년의 족쇄를 찼던 걸까.

서 씨는 그가 2살 때인 1976년, 군 장교 출신 아버지와 약사 출신 어머니를 따라 미국 시카고로 이민했다. 아버지는 9년 만에 암 진단을 받고 숨졌다. 이후 어머니가 세탁소를 운영하며 서 씨와 5살 위 누나인 캐서린을 키웠다. 하지만 어머니 또한 2년 뒤 강도의 흉기에 37차례 찔려 숨을 거뒀다.

서 씨는 유명 사립 고등학교에 진학해 학생 회장을 맡고 미식 축구 선수로 뛰는 등 엇나가지 않았다.

사건은 그가 대학교 2학년생일 때 터졌다.

서 씨는 시카고 가정집 차고에서 누나의 동거남 로버트 오두베인(당시 31세)을 총격 살해한 혐의로 붙잡혔다. 당시 검찰은 부모 없이 단 둘이 살아가는 서 씨 남매가 오두베인 명의의 생명 보험금 25만 달러(약 3억3000만원)를 노리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당시 열아홉살이던 서 씨는 누나의 사주를 받고 살인을 감행한 사실이 알려졌다.

누나 캐서린은 "오두베인이 엄마를 죽였다"며 "엄마가 남긴 재산을 오두베인이 도박 빚으로 탕진하고 학대한다"며 살인을 사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 씨는 2010년 이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하우스 오버 서'에서 "오두베인을 죽이는 게 어머니의 원수를 갚고 누나를 보호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며 "가족을 위해 옳은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는 2017년 시카고 트리뷴과의 인터뷰에서 "누나 캐서린이 80만 달러(약 10억원)의 유산을 노리고 어머니를 살해했다는 확신을 가졌다"고 진술했다. 서 씨 어머니 사망 사건은 아직 미제로 남아있다.

그간 서 씨에 대한 사면 청원이 수차례 있었지만, 그가 빛을 보기까지는 20년 이상이 걸렸다.

한편 서 씨의 누나 캐서린(54)은 당시 재판에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하고 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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