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유엔 “후티반군, 세계무역 위협”…수에즈 운송량 42% 감소
수에즈 통과하는 선박 횟수 전년比 67%↓
“수위 낮아진 파나마 운하·러시아 침공으로 흑해 항로도 봉쇄”
지난 22일 이집트 수에즈의 조선소에서 그리스 소유의 벌크선 ‘조그라피아’호가 후티 대함 탄도미사일 공격으로 피해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EPA]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전쟁의 여파로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 지역 안보를 위협하면서 세계 무역 차질뿐 아니라 인플레이션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25일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CTAD)는 친이란 성향의 예멘 후티 반군이 지난해 11월부터 홍해를 지나는 상선을 공격한 이래 수에즈 운하 운송량이 42%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한 주간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컨테이너 선박의 운송 횟수는 전년 대비 67% 감소했다. 수에즈 운하는 지중해와 홍해를 연결해 세계 컨테이너 운송의 20%, 세계 무역의 12~15%를 차지하는 중요한 무역 통로다.

유조선 교통량은 18% 감소했고, 곡물과 석탄을 운반하는 화물선의 운송은 6% 감소했다. 특히 가스 운반선은 공격으로 인한 폭발 사태를 우려해 홍해 운항을 전면 중단했다.

얀 호프만 UNCTAD 의장은 이날 화상 브리핑으로 “홍해 해운에 대한 공격이 지정학적 이유와 기후 변화 때문에 지장을 받고 있는 기존의 무역 혼란을 약화시키고 세계 무역에 긴장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가뭄이 찾아와 담수 수위가 낮아진 파나마 운하와 러시아 침공으로 흑해 항로가 봉쇄된 가운데 홍해 상황이 세계 해운을 더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12월 파나마 운하에서의 운송량은 1년 전보다 36% 줄었고, 2년 전보다 62% 줄었다고 호프만 의장은 말했다.

호프만 의장은 “국제 상품 거래량의 80% 이상이 해상을 통해 이뤄진다”며 “해상 운송은 사실상 세계 무역의 생명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홍해 사태가 결국 무역 비용 증가로 이어져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키는 등 세계 식량 안보와 경제를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유럽과 흑해 지역의 밀 수입에 크게 의존하는 동아프리카,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동아시아 지역은 더욱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호프만 의장은 강조했다.

UNCTAD는 “주요 무역로의 혼란이 장기화되면 글로벌 공급망이 교란돼 상품 배송이 지연되고 비용이 증가하여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란이 지원하는 반이스라엘 성향 무장 단체들을 일컫는 ‘저항의 축’에 속하는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중단할 때까지 홍해에서 이스라엘과 관계된 선박을 겨냥하고 공격을 지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이후 지역 내 안보 상황이 악화하며 글로벌 해운사들이 수에즈 운하 운항을 중단하거나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하는 항로를 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수에즈 운하가 아닌 희망봉을 우회할 시 유럽과 아시아 항로는 무려 9000km 늘어나며 운행 시간도 7~10일 추가된다.

특히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송하는 선박들은 공격 우려 때문에 수에즈 운하 통과를 전면 중단했다고 호프만 의장은 밝혔다. 그는 상하이에서 유럽으로 가는 운임은 256%, 미국 서해안으로 가는 운임은 162% 상승했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영국은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각심이 커지자 지난 11일 예멘 영토 내 반군 거점 28곳에 대한 공습을 시작으로 후티 반군을 표적으로 삼은 공격을 이어오고 있다.

mokiya@heraldcorp.com

연재 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