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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짝소비가 성장 견인...‘조기 금리인하 신중론’ 확산
작년 4분기 고물가·고금리속 고성장세
‘3월 인하’ 전망보다 ‘5월 가능성’ 커져
임금인상·지정학 리스크 ECB와 선긋기
2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한 노동자가 대규모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 건설 공사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이날 미 상무부는 지난해 4분기 자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속보치)이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도는 3.3%로 집계됐다고 밝혀 경기가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FP]

미국 경제가 고금리·고물가 환경에도 지난해 4분기 높은 성장세를 보이며 탄탄한 회복력을 과시했다. 뉴욕 증시는 ‘골디락스(물가 상승이 없는 고성장)’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증폭되며 상승했다.

25일(현지시간) 미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연율 3.3%로 집계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인 2.0%를 크게 웃돈 성적이다.

이로써 2023년 미국의 연간 성장률은 2.5%기록했다. 마찬가지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이 지난 8월 전망한 잠재성장률(1.8%)을 넘어선 수치다.

견조한 노동시장을 바탕으로 한 ‘깜짝 소비’가 미 경제의 성장을 견인했다. 개인 소비는 4분기 2.8% 증가하며 이 기간 1.91%포인트에 달하는 성장률 기여도를 나타냈다. 높은 금리와 물가, 팬데믹 기간 재정부양책 효과가 사라지면서 4분기부터 소비 냉각이 본격화할 것이란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과는 엇갈린 결과다.

블룸버그는 “4분기 GDP는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질 것이란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놀라운 체력을 보여준 한해로 마무리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미 경제가 보여준 강력한 성장은 시장에 남아있던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마저 지우는 분위기다. 거스 포셔 PNC파이낸셜 수석경제학자는 “올해 성장은 둔화하겠지만 경제의 펀더멘털이 탄탄하다”면서 “경기침체는 피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심지어 경제 성장 호조에도 물가 압력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4분기 미국의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2.7%를 기록해 전년동기 5.9%에서 크게 낮아졌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 상승률도 지난해 5.1%에서 3.2%까지 떨어졌다.

시장은 연착륙에 대한 기대를 한껏 끌어올리며 이날 GDP 발표에 호응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25.61포인트(0.53%) 상승한 4894.16으로 마감하며 5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42.74포인트(0.64%) 오른 3만8049.13으로 거래를 마쳤고,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28.58포인트(0.18%) 뛴 1만5510.50으로 장을 마감했다.

4분기 GDP가 예상 밖의 성장세를 보이면서 연준의 금리 동결 기조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이 보는 연준의 3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한달 전 75.6%에서 50% 아래로 떨어진 상태다.

로이터는 “새해까지 미 경제가 보여준 강력한 경제 성과는 연준이 금리 인하를 시작하기에 3월은 너무 이르다는 것을 시사한다”면서 “5월 회의에서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인플레 상방 압력에 대한 경계와 함께 중동·우크라이나 전쟁 등 각종 지정학적 위기가 장기화하면서, 올해 금리 인하를 본격화할 것으로 관측됐던 주요 중앙은행들의 ‘조기 금리 인하’ 움직임에도 신중론이 짙어지고 있다.

이날 유럽중앙은행(ECB)은 통화정책이사회를 통해 4.5%의 기준금리 등 주요 정책 금리를 기존대로 유지키로 하면서도 조기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에는 명확히 선을 그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것이 이사회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리 인하 시기와 관련한 질문에서도 “특정 시기에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에 달려 있어야 한다”며 예단을 경계했다.

시장은 오는 3월 또는 4월 ECB가 금리인하에 나선다는 데 베팅하고 있지만, 임금인상 추이를 판단할 1분기나 임금통계가 나오는 5월 이전에는 섣불리 금리 인하가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주요 중앙은행 중에서도 ECB의 (금리 인하에 대한) 신중론이 두드러진다”면서 “ECB가 연준보다 금리 인하로 빨리 선회할 것이란 기대가 빗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손미정 기자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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