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간)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가 독일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에서 열린 통화정책이사회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EPA]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 등 주요 정책금리를 동결했다. 이에 따라 한국(기준금리 3.50％)과 유로존(유로 사용 20개국) 사이 금리 격차도 1.00％포인트로 유지됐다.

25일(현지시간) ECB는 통화정책이사회에서 기준금리는 연 4.50％, 수신금리와 한계대출금리는 각각 연 4.00％, 연 4.75％로 동결했다고 밝혔다.

ECB는 지난 2022년 7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0차례 연속 금리를 올린 뒤 지난해 10월부터 3차례 모두 금리를 그대로 유지했다.

ECB는 통화정책방향 자료에서 “에너지 관련 기저 효과를 제외하면 물가 하락 추세가 지속되고 지금까지 금리 인상이 자금 조달 여건에 계속 강한 영향을 주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전망에 대한 기존 평가가 지표들로 대체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요 금리가 충분히 장기간 유지될 경우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를 달성하는 데 상당히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에너지 쇼크와 공급망 병목현상, 팬데믹 이후 리오프닝의 영향이 감소하고 통화 긴축이 부담을 주면서 올해 인플레이션은 더욱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로존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5월부터 7개월 연속 하향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11월 2.4％에서 12월 2.9％로 반등했다.

이에 대해 라가르드 총재는 “반등세가 예상보다 약했다”며 “기저효과를 제외하고 보면 전반적인 하락 추세가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반면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에 따른 에너지 가격과 운임 상승, 임금 인상 등은 물가에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ECB는 조기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에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이번 회의에서 금리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말했다.

시장은 오는 3월 혹은 4월에 ECB가 금리인하에 나선다는 데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통화당국 입장에서 1분기 임금 통계가 나오는 5월 이전에 금리를 섣불리 내리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많다.

라가르드 총재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올여름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일어날 가능성에 비해 기대치가 너무 높으면 인플레이션 싸움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ECB는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크게 확장한 대차대조표를 축소하겠다는 입장도 거듭 밝혔다. 대차대조표는 일정 시점에서 기업의 재무상태, 즉 자산·부채 및 자본의 내용을 수록한 표를 뜻한다.

ECB는 팬데믹긴급매입프로그램(PEPP)과 관련해 하반기부터 만기채권 재투자를 월 평균 75억유로(약 10조9000억원)씩 줄이기로 한 바 있다. 올 연말에는 원금 재투자를 완전히 중단할 계획이다.

팬데믹 이전부터 양적완화 수단으로 운용해온 자산매입프로그램(APP)의 만기채권 재투자는 지난해 7월 중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