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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속 미국의 위치는? 트럼프-헤일리, 외교 입장 대결 [뉴햄프셔 경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왼쪽)과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 [사진=AFP, AP]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자리를 둘러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의 대결에서 외교·안보에 대한 시각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 경선은 미국이 전쟁 등 국제 문제에서 어떤 입장을 취할지에 대한 공화당원들의 정서를 보여주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뉴햄프셔 유권자들은 우크라이나에 계속 자금을 지원할지 여부를 포함해 세계 속 미국의 위치에 대한 평결을 내릴 것”이라며 “이번 경선은 2024년 대선의 초기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평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랫동안 외교에서 고립주의 노선을 옹호하며 미국 정치의 우경화를 이끌었다.

그는 외국 군사 개입을 거부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전통적 동맹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또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 권위주의 지도자들과도 거래하겠다는 의지를 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선 전날 뉴햄프셔주 라코니아에서 열린 집회에서 “공화당은 여러분이 들어본 적도 없는 나라들과 우리를 원하지도 않는 나라들에서 끝없는 전쟁을 치르는데 수조 달러를 쓰는 시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스라엘의 가자 전쟁을 계기로 미국이 중동에 다시 개입하고 있다”며 “미국은 이전의 군사적 약속에 대한 지출로 죽음과 피를 받았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또 21일 뉴햄프셔주 맨체스터에서 열린 집회에서는 극우 성향의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를 “위대한 지도자”라고 칭송했다.

반면 헤일리 전 대사는 과거 당내에서 우세했던 부류의 전통적인 매파 공화당 인사로, 미국이 세계에서 분리될 경우 경쟁국인 중국, 러시아 등이 난립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물리칠 수 있도록 더 많은 원조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나토 회원국으로서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헤일리 전 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의 적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면서 “우리를 죽이려는 독재자들과 화해하려는 사람은 안 된다”고 CBS에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재임 기간 동안 세계의 분쟁을 성공적으로 저지했으며 헤일리 전 대사가 미국을 다시 전쟁으로 밀어넣을 것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이에 헤일리 전 대사는 오히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쟁을 사랑하고, 전쟁을 막는 데 집착하고 있다고 반격 중이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가 경선 레이스에서 사퇴한 후 치러지는 뉴햄프셔 경선은 공화당 대선 주자를 가늠할 주요 무대다. 전문가들은 헤일리 전 대사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워싱턴의 보수 성향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다니엘 플렛카 외교·국방정책 선임연구원은 “경선 유권자들 사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고립주의적이고 분노하는 수사가 더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며 “본선 유권자들은 외교 정책에 덜 민감하고, 헤일리 전 대사의 주장을 선호하겠지만 그들은 예비선거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공화당은 단순하고 무절제한 트럼프주의를 원한다”면서 “헤일리 전 대사가 뉴햄프셔에서 역전하지 않는 한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은 사실상 끝날 것”이라고 전했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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