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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반복되는 부동산 PF 부실, 무엇이 문제일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가운데 28일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태영건설의 성수동 개발사업 부지 모습. [연합]

최근 태영건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워크아웃 절차에 들어간 뉴스가 지면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비단 태영건설뿐만 아니라 많은 건설회사들과 그 협력회사들이 PF 사업 부실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동산 PF 시장은 금융시장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부동산 PF의 부실은 실물부문뿐만 아니라 금융시스템의 불안정성을 초래할 위험도 있다. 2011년 수많은 저축은행들의 문을 닫게 만들었던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우리나라에서 부동산 PF 부실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고칠 수는 없을까?

부동산 PF는 부동산 개발사업으로부터 발생하는 미래 현금흐름을 상환재원으로 하여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기법을 말한다. 이를테면 아파트나 오피스텔 건축을 할 때 부지매입부터 준공 이후까지 모든 단계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 상환하는 방법을 말한다. 이 과정에는 시행사, 토지소유자, 시공사, 분양대행사, 금융기관, 신용보증기관, 부동산신탁사, 수분양자, 공공기관 등 다양한 주체들이 관여하고, 사업 단계별로 다양한 종류의 리스크가 존재한다.

우리나라 부동산 PF 시장은 브릿지론과 본PF라는 이중 대출구조를 근간으로 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브릿지론은 착공 이전 단계에서 시행사가 토지매입 잔금지급 등을 위해 조달하는 자금을 말한다. 본PF는 사업 인허가와 시공사 선정이 이루어진 후 브리지론 상환과 건축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조달하는 자금을 말한다. 브릿지론의 경우 토지 매입이나 인허가의 불확실성, 본PF 전환 지연 내지 실패 등의 리스크가 있다. 본PF는 시공사의 책임준공 실패, 분양 부진, 시행사의 자금 유용 등 리스크를 수반한다. 브릿지론은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더 크기 때문에 제1금융권은 거의 취급하지 않고, 증권사, 캐피털사,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이 주로 취급한다. 단기이며, 고금리라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반면 본PF는 사업이 보다 안정화된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대출이기 때문에 중장기에 금리도 상대적으로 낮다는 특징이 있다. 은행을 포함한 금융기관들이 대주단을 구성하여 대출이나 지분 참여 방식으로 자금을 공급한다. 시행사의 자금 유용을 방지하기 위해 대주단은 자금을 시행사가 아닌 신탁회사 관리 계정에 넣어서 관리한다. 신용리스크 관리를 위해 추가적인 신용보강 장치도 둔다, 시공사가 시행사에 대해 연대보증을 제공하고 책임준공 확약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동산신탁사가 책임준공확약을 하는 경우도 많다. 미분양 발생 시 증권사나 신탁사 등 제3자가 미분양담보대출약정을 제공하는 경우도 많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 부동산 PF 시장은 부동산 PF와 관련된 다양한 리스크를 다양한 주체들이 분담함으로써 외부 충격을 흡수 내지 회피할 수 있는 구조를 어느 정도 형성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부동산 PF 시장은 다음과 같은 이유들로 인해 리스크 관리에 취약한 구조를 드러내고 있다.

첫째, 시행사의 레버리지가 지나치게 높다. 시행사를 설립할 수 있는 자본금 요건이 약한 가운데 PF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필요한 자금에 비해 시행사가 자체 동원하는 자금이 매우 작은 실정이다. 일반적으로 사업수행 주체의 순자산이 낮을수록 위험을 과도하게 추구하는 도덕적 해이가 강해지는데 우리나라 PF 시장이 바로 그런 구조이다.

둘째, 금융회사 및 건설회사의 사업성 평가능력에 문제가 있다. 부동산의 지역별 동향을 알려 주는 믿을만한 통계자료가 미흡한 가운데, 금융회사와 건설회사가 거시경제 변수와 부동산 관련 미시자료를 바탕으로 한 수요예측을 통해 PF 사업성을 평가하는 관리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셋째, 금융회사와 건설회사의 지배구조 문제를 들수 있다. 이들 회사에서 리스크 관리부서가 PF 사업의 성공가능성 및 리스크 분석에 기초해서 사업 속도를 조절할 것을 권고하더라도 현업부서가 반대하는 경우 그 의견이 관철될 것인지 의심스럽다. CRO, 즉 리스크총괄책임자가 CEO를 거치지 않고 이사회에 리스크에 관한 보고를 하고, 이사회가 충분히 독자적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지배구조를 갖출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시행사가 금융회사 및 시공사로부터 자금 지원, 공사 수임, 보증 제공 등 편의를 받는 대가로 제공하는 각종 전근대적인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관행에 수반되는 사적 이익 추구는 회사의 정상적인 리스크관리를 마비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우리나라 PF 시장을 지배하는 이상과 같은 환경에서는 금리 인상 등 사업 성공을 위협하는 외부 여건의 악화에도 불구하고 시행사, 시공사, 금융기관 모두 그러한 변화를 감지하고 사업 수행 속도를 적극적으로 조정하려는 동기가 약하고 능력도 미흡하다. 앞으로 시행사의 자본요건 강화, 믿을만한 통계시스템 구축, 금융회사 리스크지배구조 강화, 그리고 부정한 관행에 대한 감시 강화 등 정책당국과 민간의 노력을 통해 PF 부실 문제를 극복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채희율 경기대 경제학부 교수

moo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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