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FP]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낙태권을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을 비판하고 나섰다.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가 열린 23일(현지시간)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부부가 버지니아주에서 열린 낙태권 보호 행사에 참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여성의 건강과 목숨이 위태롭다”며 “강간 피해 여성에게 출산을 강요하는 것은 분노스러운 일”이라고 규탄했다.

그는 “미국에서 이 같은 자유를 빼앗은 일에 가장 큰 책임은 도널드 트럼프에게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그는 자랑스럽게 낙태권 폐기를 약속했다. 그는 ‘낙태권을 행사한 여성을 벌하겠다’고 했고, 이는 미국 여성들에게는 악몽과 같은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공화당원들은 미국의 모든 여성들의 낙태약 복용도 금지하려 한다”며 “우리는 모든 주에서 낙태권을 보호해야 하며, 그렇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4년 대선은 가장 중요한 선거”라며 “민주주의와 자유가 투표소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 질문은 간단하다. 여러분은 민주주의를 지킬 준비가 돼 있느냐”면서 “이 일을 이뤄내자. 친구와 가족에게 이야기하고, 투표소에 가게 하라. 우리는 위대한 미국”이라며 대통령 선거 본선에서 지지를 당부했다.

이날 행사에는 낙태권 수호를 외치는 지지자들이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을 한 목소리로 외쳐댔다.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 사이사이에 돌출적인 방해가 이어졌지만 그때마다 ‘4년 더’를 외치는 지지자들의 구호가 울려퍼졌다.

해리스 부통령도 “이번 일에 누가 책임이 있는지 분명히 하자”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 대법원을 구성했으며, 그가 낙태권 폐기를 의도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여러분의 자유를 빼앗았으며, 그가 이 같은 보건 위기의 설계자”라며 “그와 극우 보수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미국 의회는 현재 미국 전체에서 낙태를 금지하려 하며, 우리는 이를 허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올해 대선을 앞두고 있지만, 낮은 지지율에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의 돌파구로 여성과 중도 표심을 공략하기 위해 낙태권 문제에 대한 재점화에 나서면서 지지율 회복을 노리고 있다.

앞서 민주당은 보수 우위로 재편된 대법원이 낙태권 폐지를 결정한 뒤 치러진 2022년 중간 선거 당시에도 공화당에 등 돌린 여론에 힘입어 기대를 웃도는 성적을 거둔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임신 6개월까지 여성의 낙태권을 인정했다가 폐기된 ‘로 대(對) 웨이드’ 판결 51주년을 맞은 전날에는 낙태권 보호를 위한 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관련한 추가 대책을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