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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제강점기, 기억해야 할 역사...시대극·크리처 조합 파격적”
‘경성크리처’ 장태상役 박서준
“판타지 있지만 사실도 존재
역사 알게하는 순기능 있어”

‘경성크리처’ 윤채옥役 한소희
“엄마가 변한 괴생명체와 만남
영화 속 가장 힘들었던 순간”

“시대극과 크리처의 조합이 흥미로웠다. 그 시대 다양한 사람의 모습을 보여준 것도 좋았다. 책임감과 무게감도 느꼈다.”

박서준(왼쪽 사진)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경성크리처’에서 장태상을 연기한 소감을 이 같이 밝혔다.

박서준은 “사무실에서 감독, 작가님과 만났는데, 크리처 등 전체 흐름을 만들어놓은 상태라 흥미를 느끼고 수락하게 됐다”면서 “강은경 작가님과 제가 ‘이태원 클래스’에 출연하고 있을 때 방송되고 있는 ‘스토브리그’의 정동윤 감독님과 꼭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박서준은 이번 시대물에 대한 준비를 어떻게 했냐는 질문에 “학교 다니면서 했던 역사 공부는 상세하지 않았고, 직접 접한 것은 사진 정도였다. 비주얼로 구현하는 것이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처음 본 것은 많이 찾아보면서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려고 했다. 이해해야 표현할 수 있어 이번 작품은 역사를 공부하는 시간이었다. 비주얼적으로 접하면서 경각심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박서준은 장태상 캐릭터를 이해하는 노력을 통해 작품 속으로 들어갔다.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는 안타까움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만약 장태상이 나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하고 생각해봤다. 대본에 나와있는 걸 기본으로 해 나였다면 어떻게 할지를 추가해 태상이라는 인물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대본의 빈 공간을 채울 수 있었다. 태상 서사를 상상으로 채워가는 일이었다. 그는 “내가 그 때를 살아보지 않았는데 어떻게 그 캐릭터를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그래서 ‘이러지 않았을까’라고 상상하며 연기했다. 살인을 안해도 살인 연기를 하는 것처럼”이라고 설명했다.

박서준은 글로벌 배우인데다 시대물인 ‘경성크리처’가 190개국에 공개되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물이라 출연의 의미와 함께 사회적 영향력을 실감했다.

“ ‘더 마블스’를 촬영하면서 영국에 있을 때 ‘오징어게임’이 큰 영향을 주면서 한국 콘텐츠의 영향력을 잘 알 수 있었다. 모든 사람이 ‘오징어게임’에 대해 물어보더라. 이번 작품을 할 때도 잘 만들어야지 하는 책임감을 느끼고 연기에 임했다. 일본 등 190개국에 오픈됐다. 잘 몰랐던 우리의 역사적 사실을 알게 되고,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다시 환기시켜주는, 그게 콘텐츠의 힘이다.”

박서준은 “ ‘경성크리처’는 크리처가 합쳐지면서 판타지 요소가 있지만, 사실을 배경으로 하는 것도 있다. 이건 역사를 알게 하는 순기능이다. 그 시대의 삶을 사는 사람을 연기하면서 무게감도 느끼면서 감정 표현을 하려고 애를 쓰기도 했다. 한번도 가볍게 여긴 적은 없다”고 했다.

장태상의 서사는 변화하고 성장한다. 독립운동을 하던 태상 엄마의 유언은 ‘살아라’였다. 그래서 태상은 독립군의 피가 흐르기는 하지만 초반에는 본정(혼마치) 사람들을 더 중요시 했다. 하지만 옹성병원에 들어가면서 독립운동가로 전환된다.

박서준은 “그런 시기를 살아내기 위해 태상은 어려운 일도 받아치면서 능글맞게 살았을 것 같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자기 사람도 만들어놓는 일을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분위기를 관통하는 대사가 ‘이런 세상이 아니면 겪지 않았을 일’이라는 말이었다.

1940년대 시대물이다 보니 대사 톤을 잡는 것이 쉽지 않았다. 박서준은 “배우는 표현을 하는 직업인데, 사극 말투도 아니면서 지금 쓰는 말투도 아니어야 한다. 그 중간지점을 찾아내는 일. 그것이 무엇일까 하고 생각하면서 한 말이었다. 서울 사투리도 있고. 조금 어려웠다”고 전했다.

태상은 시대를 표현하는 캐릭터인 동시에 액션 분량도 적지 않다. 박서준은 액션은 안무라고 생각한다. 합을 맞춰 촬영하면서 감정을 넣어야 한다.

박서준은 “액션신을 찍다 보면 실수가 나와 부상도 생길 수 있다. 부상이 생기면 주변에 미안하다. 제 자신에게 짜증이 난다. 혼자 하는 작업이 아닌 공동작업이라 부상이 안 생기도록 관리를 잘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박서준은 너무 극단적 변화를 주지 않고 점진적인 연기 변신을 하려고 한다고 했다. 이는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 지진희 선배가 해준 조언이라고 했다.

“올해는 쉬려고 했는데, 직업이 취미가 돼버렸다. 올해 내로 다음 작품을 찍을 것 같다. ‘경성크리처’ 시즌2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니, 시즌1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관계성을 유추해보는 것도 재미 있을 것 같다.”

“제가 완벽한 사람은 아니지만 적어도 창피하지 않은 삶을 살고 싶다.”

‘경성크리처’에서 여주인공을 맡은 한소희(오른쪽)는 인터뷰에서 시원시원한 답변을 이어갔다.

한소희는 이번 작품에서 웃는 신이 거의 없다. 그만큼 채옥의 삶이 녹록치 않았다는 뜻이다. 한소희는 “오랜 기간 채옥으로 살면서 채옥의 감정선과 액션은 놓지 않으려 했다. 간혹 채옥이 아니라 소희가 들어오면서 힘든 적도 있었지만 끝까지 채옥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고 말했다.

한소희가 가장 힘든 순간은 옹성병원내 괴생명체와 맞딱뜨리는 순간이었다. 그 괴물은 채옥이 10년간 찾아 헤매던 엄마 세이신(강말금) 분이 생체실험에 의해 변한 크리처다.

“감독님께 배경 서사를 듣고 감정선을 파악했다. 내 인생을 포기하고 10년만에 찾은 엄마가 괴생명체로 바뀌어 갇혀져 있는 상황을 접하면서 저절로 감정이 터졌다. 대본에는 ‘진짜 어머니야’라고만 돼 있었는데, 이 대사만으로는 못 읽겠다며 감독님과 상의해 ‘엄마, 누가 도대체 이렇게 만들었어’라고 대사를 바꿨다. 이 장면을 찍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

채옥의 감정은 4가지로 나눠진다고 했다. 첫째는 엄마가 사라져 버린 데서 오는 ‘충격’이다. 두번째는 ‘화’다. 엄마가 납치 당했는지, 우리를 버리고 간 건지 알 수 없어서다. 세번째는 ‘슬픔’이다. 엄마가 우리를 버리고 간 게 아니어서다. 네번째는 ‘자포자기’와 ‘초연’이다. 엄마가 어디로 갔는지를 모르는 상태에서 10년간 좇다보면 생기는 감성이라고 했다.

채옥의 목표는 단 하나, 엄마를 찾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은 믿을 수 없었다. 물불 안가리며 자기 인생을 포기하면서 찾아가는 채옥의 모습이 실제 한소희와 교집합을 이룬다고 했다. 그는 “저는 하고 싶으면 무조건 한다”고 했다.

괴생명체를 채옥의 엄마로 설정한 것은 작가가 일본 강점기 일제가 모성애에 관한 생체실험을 했다는 자료를 접하게 되면서다. 이런 이야기가 일본에서는 논란이 되자 한소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안중근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생체실험 자체를 부인하는 일본에서는 한소희에 대한 악플이 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한소희는 “슬프지만 사실인데”라고 응수했다. 그는 “그런 (악플의) 의견이 일본인 전체의 의견도 아니다. 인신공격도 있지만 사과 메시지도 많이 온다”고 전했다. 이런 솔직한 성격 때문인지 한소희는 10~20대 여성이 좋아하는 배우이기도 하다.

한소희는 “내가 죄를 지었나? 나는 떳떳하다. 이런 게 금기어도 아니지 않나”라면서 “나는 논픽션과 픽션이 섞인 대본 안에서 채옥을 연기했다. 서로 인정할 건 인정하자. 과거 가지고 싸우고 하는거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경성크리처’는 초반에 서사의 부족, 로맨스 급전개 등으로 평가가 엇갈렸다. 이에 대해 한소희는 “저희는 촬영에 진심을 가지고 임해도 상상하지 못한 피드백이 나올 수 있다. 그렇게 보시는 분도 있다. 그래서 독립군 비하 느낌도 생길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로맨스만 있는 게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간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다. 사랑과 우정, 배반, 화해도 있다. 태상과 채옥은 사랑도 있지만 전우애도 있다”고 했다. 여기서 채옥은 독립군은 아니며, 잃어버린 엄마를 찾기 위해 올인하는 인물이라는 점에 포인트를 맞춰 준비했다고 한다.

한소희는 자신이 가장 연기를 잘했다고 꼽는 장면으로는 ‘죽는 건 별로 슬프지 않는데, 내가 살다간 흔적조차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다면 슬플 것 같아서’라는 대사다. 실제로도 슬펐다고 했다.

또 최고의 대사로는 장태상의 ‘이 시대를 겪지 않았으면 이렇게 살지 않았을 것’을 꼽았다.

한소희는 작품 선택의 기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한 사람의 독주가 아니고, 앙상블이 되는 것을 중요시한다. 누구 한사람만 빛나는 작품 보다는 함께 해서 빛나는 작품이 보람 있다”고 전했다.

한소희는 신인에서 빠른 시간에 주연급 배우로 올라온 배우가 아니냐는 질문에는 “저를 상품으로 본다. 저 자신을 객관화시켜 탐구한다. 왜 팬이 좋아해주실까? 이 질문을 많이 한다. 배우의 수요와 공급을 따지기도 한다. 결론은 솔직한 나의 모습을 좋아해주시는 듯 하다”고 했다.

그는 “저는 그냥 저대로 살고 싶다. 법 테두리 내에서, 남한테 피해 안주고, 어차피 인생은 한 번인데, 눈치 별로 안보고 재밌게 살고 싶다”며 당당한 앞날을 예고했다.

서병기 선임기자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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