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리창 중국 총리가 16일(현지시간)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지난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5.2%라고 깜짝 발표했다.

중국 정부가 통계를 공식 발표하기 전에 총리가 성장률을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올해 부동산 위기와 소비 위축으로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5% 이상의 성장을 유지했다는 자신감과 향후 경기 부양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분석된다.

1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리 총리는 전날 스위스 다보스에서 진행된 WEF 연차총회 특별 연설에서 “지난해 중국 경제 성장률은 목표치인 5%보다 높은 5.2%를 보였다”며 “전반적인 장기 성장 추세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제 발전을 촉진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부양책에 의존하지 않았다”며 단기적인 성장을 위해 구조적인 위기를 키우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리 총리는 아울러 글로벌 공급망 회복과 건전한 혁신 경쟁을 강조하며 개방적인 투자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세계가 어떻게 변하더라도 중국은 개방이라는 기본 국가 정책을 견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무역 정책에 대해서는 “새로운 차별적인 무역과 투자 조치가 매년 등장하고 있다”며 “전 세계가 거시경제 정책 조율을 강화하고, 글로벌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리 총리가 경제 성장에 자신감을 보였지만 올해 중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은 밝지 않다. 블룸버그통신은 애널리스트 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올해 공격적인 경기 부양책이 나오지 않을 경우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4.5%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9일 중국과학원 예측과학 연구센터가 올해 경제성장률을 5.3% 안팎으로 내다본 것과는 대조적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의 경제성장률 하락 배경으로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전반적인 투자 위축과 소비 감소도 지속돼 디플레이션 우려가 지속되는 점을 꼽았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소비자 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0.3% 하락해 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전년 동기 대비 2.7% 떨어져 15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