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美 “대만에 비공식 사절단 파견”…中 “美가 분리 조장” 즉각 반발
대만 총통 선거 직후 美 대표단 파견은 이례적
中 “대만 분리 독립 세력에 잘못된 신호 중단하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우드사이드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별도로 열린 필로리 사유지에서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대만 총통 선거에서 반중·친미 성향의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 후보가 승리하자 미국이 곧바로 대표단을 파견했다. 총통 선거 직후 미국이 대표단을 보내는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대만에 대한 미국의 전폭적 지지를 표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미국이 대만의 분리를 조장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미 대사관 역할을 하는 타이베이 주재 미국재대만협회(AIT)는 선거 다음날인 14일 스티븐 해들리 전 국가안보보좌관, 제임스 스타인버그 전 국무부 부장관이 대만을 비공식 방문했다고 밝혔다.

AIT는 성명을 통해 “대표단은 15일 여러 정치 지도자들과 만나 성공적인 선거와 대만의 지속적인 번영, 성장에 대한 지지, 양안(兩岸·중국과 대만)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우리의 관심 사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 해협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 힘겨루기가 첨예한 가운데 13일 치러진 총통 선거는 사실상 미중 대리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라이칭더 총통·샤오메이친 부총통 후보가 40.05%를 얻어 33.49%을 득표한 친중 제1 야당 국민당 허우유이 총통·자오사오캉 부총통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이번 대표단 파견과 관련해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미국이 대만과 비공식 외교관계를 유지하면서 지난 수십년간 전직 정부 관료, 전직 의원 등을 고위급 비공식 사절단으로 파견한 전례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라이칭더 당선인에게 미국과 대만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인 지난 2022년 3월 마이클 멀린 전 합동참모부 의장, 미셸 플루노이 전 국방부 차관 등으로 구성된 대표단을 대만에 보낸 바 있다. 미국의 관심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쏠린 틈을 타 중국이 침공할 수 있다는 대만 측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였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초기인 2021년에도 고위급 대표단을 대만에 파견했다. 이처럼 미국이 그동안 대만에 비공식 대표단을 파견한 전례는 있지만, 총통 선거 직후 대표단을 보내는 것은 처음이다.

대표단 파견 계획은 대만 총통 선거 결과가 나오기 전 외신을 통해 알려지면서 중국 정부의 강력한 반발을 샀다. 대표단이 대만에 도착한 이후에도 관영 환구시보 영문판 글로벌타임스 15일자는 “미국은 대만 분리주의자들이 오해하지 않도록 경고할 필요가 있다”며 “라이칭더로 인해 대만해협 갈등이 커진다고 해도 대만 문제 해결 주도권은 중국 본토에 있으며, 라이칭더가 한계선을 넘으면 중국 본토는 대만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힘과 결단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집트를 방문 중인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14일 기자들과 만나 “대만 지역선거는 중국의 국지적인 일”이라며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세계엔 오직 하나의 중국만이 존재하며,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기본적인 사실을 바꾸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의 대표단 파견을 두고 전직 미국 관리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역효과를 낳을 위험한 조치”라면서 “고위급 사절단 파견은 중국의 과잉 행동을 유발할 수 있기에 좀 더 섬세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평했다. 반면 미국 싱크탱크인 ‘독일 마셜 펀드’의 양안 전문가인 보니 글레이저 연구원은 “대만 민주주의와 새 총통에 대한 지지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며 초당적으로 하는 편이 유익하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mokiya@heraldcorp.com

연재 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