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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학원 문제가 수능에...이유 있는 ‘사교육 카르텔’ 근절

2022년 11월에 실시된 2023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 영역 문항에 유명 입시학원 강사의 모의고사 지문이 그대로 출제된 것으로 확인돼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더욱이 이 지문은 같은 시기에 제작되고 있던 EBS 교재에도 채택됐다고 한다. 교육부는 문제의 학원 강사와 문항 거래 의혹이 있는 현직 교사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또 감사원은 교육부와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감사에 착수했다. 철저한 수사와 감사를 통해 의혹을 명백히 밝히고 관련자와 해당 기관에 대해서는 그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할 것이다.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교육부가 이러한 내용을 진작 알고 있으면서도 진상 규명에 미온적이었다는 사실이다. 해당 지문은 미국 대학 교수 저서에서 발췌한 것이다. 이 책은 국내에서 출판된 적이 없어 거의 알려지지 않았고, 분량도 250페이지에 이른다. 그런데 이 책의 특정 부분이 국가 입시 시험과 수능 교재, 학원 교재에 동시에 실린 것이다. ‘커넥션’이 작동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수능 직후부터 평가원 이의신청 게시판에도 이런 의혹이 계속 올라왔는데도 ‘우연의 일치’라며 유야무야 넘기려 했다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다 지난해 7월 윤석열 대통령 지시로 교육부가 운영하는 ‘사교육 카르텔 신고센터’에 해당 내용이 또 올라오자 마지못해 수사를 요청한 것이다.

입시 제도의 생명은 절대적인 공정성에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판박이 지문’ 사태는 수사 결과에 따라 우리 대학 입시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 사건이 될 수도 있다. 수능 출제진과 유명 강사, 관련 기관 사이에 검은 커넥션이 작용하고 있다면 그 뿌리는 확실하게 뽑아야 한다. 무엇보다 ‘공룡’이 된 사교육 폐해를 근절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고액 학원 수강생에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면 어떻게든 바로 잡아야 한다. 그래야 학부모 등골을 휘게 하는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고 공교육도 원래의 자리를 찾을 수 있다.

처음 있는 일도 아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학원과 학교, 수능 출제진 사이의 불미스러운 거래는 툭하면 적발된다. 지금과 같은 수능 위주의 대학 전형이 계속되는 한 이런 삼각 커넥션은 근절이 쉽지 않다. 수능 점수 1점에 대학의 서열이 갈리고 그게 평생 뒤를 따라다닌다. 그러다보니 학생과 학부모는 그 1점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고, 사교육 시장은 더 비대한 공룡이 되는 것이다.

차제에 대학입시제도를 획기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수능은 말 그대로 수학 능력을 가늠하는 보조 자료로만 활용하고 본 전형은 각 대학 자율에 맡기면 ‘사교육 카르텔’은 설 자리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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