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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휘자 김선욱 “음악 앞에 타협은 없다…살아있는 음악 들려줄 것”
경기필 신임 감독 기자간담회
12일 취임 연주회 주제는 ‘성장’
김선욱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신임 예술감독 [경기아트센터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영재교육원에 들어와서 첫 번째 레슨이었어요. 손을 풀고 있으라고 했더니 말러 심포니를 치고 있더라고요. (김선욱은) 그 때부터 오케스트라 총보를 올려놓고 봤어요.”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과 그의 제자인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 김선욱의 첫 수업. 14년 전, 초등학교 5학년이던 열한 살의 소년을 떠올리며 김 총장은 이렇게 말했다. 스타 피아니스트로 20여년을 살며 세계 무대에서 명성을 쌓은 그는 이제 한 악단의 수장이 됐다.

올해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김선욱(36) 예술감독이 최근 서울 소공동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겉으로는 시작인 것처럼 보이겠지만, 내 안에서는 무척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피아노로는 영재였다. 만 세 살에 처음 피아노를 쳤고, 열여덟 살에 나간 영국 리즈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동양인 최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햇수로 치면 지휘는 4년차. 2022년 연말 낙상 사고를 당한 오스모 벤스케 전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을 대신해 ‘합창’ 지휘를 할 때만 해도 그는 스스로를 ‘새싹’이라 불렀다. 지금도 여전히 젊고, 경험이 많지 않은 ‘신인’ 지휘자다. 그래서인지 경기필이 김선욱 예술감독의 선임을 발표했을 때 ‘파격’과 ‘혁신’, ‘동반성장’이라는 키워드가 함께 따라왔다.

“언제쯤 되면 신인 지휘자가 아닌 걸까요? 전 세계 어디를 가나 그런 편견은 존재하더라고요. 하지만 전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넘어 총체적인 음악을 하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 오케스트라가 필수였어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러 다녔고, 모차르트와 베토벤 교향곡의 총보를 초등학교 저학년 때 섭렵했다. 그는 “음악을 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본질은 긴 호흡”이라며 “1~2년이 아닌 10~20년을 바라보며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만 서른 다섯 밖에 안된 그는 긴 호흡으로 음악가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김선욱을 선택한 이유는 분명했다. 서춘기 경기아트센터 사장은 “지휘자는 오케스트라의 음악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곡을 해석하고 분석하는 능력, 음향 구조를 완성하는 역량, 개성과 카리스마, 연주자와 관객을 본인의 소리로 지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하는데, 신임 예술감독에게 그러한 모습을 봤다”며 “김선욱은 지휘자로서 사이먼 래틀, 다니엘 하딩에 못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선욱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신임 예술감독 [경기아트센터 제공]

김선욱은 지난해 경기필과 수차례 호흡을 맞췄다.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교향악축제에서 함께 한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은 서로의 음악적 역량과 열정이 만나 시너지를 발휘한 공연이었다.

경기필의 단원들은 특히나 신임 예술감독에 대한 신뢰와 지지가 크다. 김선욱은 “경기필은 유연한 현 파트와 힘 있는 관 파트를 가지고 있고, 습득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연주 순간에 최대한 많은 열정을 쏟아부으며 집중한다“며 “어떻게 만지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굉장히 무서운 오케스트라”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가 피아노를 시작한 시기와 경기필의 창단 시점이 비슷하다”며 “연주를 할 때 우리가 같은 곳을 바라보며 전진하고 있다고 느꼈다. 함께 성장하는 것만큼 설레는 일이 또 있을까”고 말했다. 오는 12일 취임 연주회에서 브람스 교향곡 1번을 선택한 것도 ‘성장’의 의미를 담기 위해서다.

2021년 KBS교향악단 지휘로 정식 데뷔한 그는 경험 부족에 대한 우려에 대해 “지휘는 제도적 교육으로 만들어지는 직업이 아니며, 부지휘자로의 경력은 없지만 많은 지휘자들의 리허설, 악단 단원들과의 만남을 통해 10년 넘게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강조했다.

지휘를 시작한 이후에도 피아니스트의 시간을 놓은 적은 없지만, 지난해엔 특히나 지휘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다. 즐겨 연주하는 작곡가 7명 정도로 레퍼토리를 제한하고, 독주회는 잠시 미뤄둔 것이다. 올해도 뉴욕필, LA필과 세계 무대에 서고, 피아니스트로의 연주도 다수 예정돼 있다. 그럼에도 그는 “최우선 순위는 경기필”이라고 강조한다.

“지휘자로서 더 많은 경험을 해야하는 것은 맞지만, 제가 50대가 된다고 경험이 더 많다고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지휘는 단순히 손을 휘젓는 직업이 아니라, 음 너머에 있는 의미를 알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어릴 때부터 음악을 대하는 확고한 의지나 철학, 고집은 변하지 않았어요.”

경기필과의 동행은 지금까지 김선욱이 음악 안에서 쌓아온 시간과 나아갈 시간의 교두보이자 연장선이다. 그는 “난 팝업스토어처럼 새로운 유행을 따라가는 음악가는 아니다”며 “그동안 늘 살아있는 음악을 해왔다”고 말했다.

“음악 안에도 호흡이 존재해요. 첫 음부터 끝 음까지 스토리가 있어야 하고, 기승전결이 확실해야 오케스트라에서도 살아있는 음악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연주를 시작했을 때부터 살아있지 않은 음악을 많이 들어왔어요. 전, 이런 부분에 있어 타협한 적이 없어요. 앞으로 보여주겠습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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