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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켄 로치 감독의 '마지막 장편'?…시리아 난민 소재 '나의 올드 오크'
英 거장 켄 로치 감독 15번째 칸 초청작
폐광촌 주민과 시리아 난민이 품는 희망
[진진 제공]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두건 대가리들”, “동네가 쓰레기장이 되고 있어!”

2016년 영국 북부의 한 폐광촌 마을. 시리아 난민들이 몰려오자 동네 주민들은 적개심을 숨기지 않는다. 시리아 난민들이 영국에 모여들자 정부가 이 마을에 임시 거처를 마련해준 것. 그러나 주민들은 이미 하락하고 있는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며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주민들 역시 폐광 이후 살림살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 오죽하면 시리아 난민들이 받는 구호품 마저 부러워할 정도다.

이 가운데 ‘올드 오크’라는 맥주집을 운영하는 TJ(데이브 터너 분)는 팍팍한 현실 속에서도 난민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는다. 특히 난민 중 하나인 야라(에블라 마리 분)의 깨진 카메라를 고쳐주면서 가까워진다.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할 것 같은 동네 주민들과 시리아 난민 사이에서 이 둘은 동네 전체를 위한 작은 희망을 만들어간다.

영화 ‘나의 올드 오크’는 영국 폐광촌에서 오래된 펍을 운영하는 TJ와 난민 야라의 특별한 우정을 그린 작품이다. 영국 영화 거장인 켄 로치 감독의 15번째 칸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이다. 이는 영화제 사상 역대 최다 기록이다.

[진진 제공]

이번 작품은 로치 감독의 이른바 ‘영국 북동부 3부작’의 피날레다. 앞서 그는 영국 북동부를 배경으로 불평등한 현실을 지적한 ‘나, 다니엘 블레이크’(2016)와 ‘미안해요 리키’(2019)를 내놓은 바 있다.

로치 감독이 전작들에서 한부모 가정, 은퇴한 목수, 택배 노동자 등 사회 안전망에서 배제된 이들을 그려냈 듯, 이번엔 쇠락하는 폐광촌 마을의 주민들과 시리아 난민들을 조명한다.

영국 북동부 지역은 실제로 1984년 영국의 마가렛 대처 수상 시절 국영 탄광 폐쇄를 두고 2년 간 파업을 벌인 지역 중 한 곳이다. 당시 광부들은 “우리는 함께 먹을 때 더 단단해진다”는 구호 아래 서로 뭉치며 2년을 버텼다.

[진진 제공]

이번 영화는 실제 2016년 영국에 시리아 난민들이 정착했던 사건에서 시작됐다. 로치 감독은 영화의 사실감을 살리기 위해 영국 북동부 지역의 실제 소방관과 시리아 출신의 배우를 각각 TJ와 야라 역으로 낙점했다. 영화 속 시리아 난민도 실제 지역에 정착한 시리아 가족들이다.

영화는 동네 주민들과 시리아 난민들을 선악 혹은 강자·약자의 이분법적인 구도로 바라보지 않는다. 대신 주민들 역시 어쩔 수 없는 약자 혹은 피해자가 된 현실에 주목한다. 그리고는 “우리는 함께 먹을 때 더 단단해진다”는 광부들의 구호를 동네 주민들과 시리아 난민들의 관계에 적용한다. 이들은 TJ와 야라가 마련한 공간에서 밥 한 끼를 나눠 먹으며 서로를 의지하고 위로한다. 아무리 어려워도 함께 뭉치면 이겨낼 수 있다는 연대 의식을 강조한 것이다.

[진진 제공]

‘나의 올드 오크’는 로치 감독의 마지막 장편 영화가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올해로 88세인 그는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자신의 나이를 언급하며 “이제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다”며 은퇴를 시사한 바 있다. 다만 그가 2014년에도 은퇴를 선언했다 번복했던 만큼 영화계는 그가 은퇴 의사를 철회할 가능성에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로치 감독은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2006), ‘나, 다니엘 블레이크’(2016)로 칸영화제의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바 있다. 세계에서 황금종려상을 두 번 받은 사람은 로치 감독을 포함해 단 9명 뿐이다.

17일 개봉. 113분. 15세 관람가.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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