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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존슨 전 英총리가 옥스퍼드 출신 아니었다면, 브렉시트는 없었다?
옥스퍼드 초엘리트/사이먼 쿠퍼/글항아리

영국은 2016년 6월 국민투표에서 51.9%의 찬성으로 브렉시트(Brexit·유럽연합 탈퇴)를 선언했다. 이후 영국은 오랜 기간 경기 불황에 시달렸다. 지금도 영국 내에서 ‘브레그레트(Bregret·브렉시트에 대한 후회)’ 정서가 짙은 건 이런 사정이 있어서다.

사이먼 쿠퍼 파이낸셜타임즈(FT) 칼럼니스트는 이와 관련 “만약 보리스 존슨, 댄 해넌, 도미닉 커밍스, 제이컵 리스모그가 열일곱 살에 옥스퍼드로부터 입학을 거절당했다면, 브렉시트는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쿠퍼의 신작 ‘옥스퍼드 초엘리트’는 옥스퍼드를 다닌 저자가 현재 영국의 정치권력을 장악한 최상위층 그룹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실체를 파헤치는 르포르타주다. 1940년부터 현재까지 17명의 총리 가운데 13명이 옥스퍼드 출신인데, 특히 2010년 이후 데이비드 캐머런, 테리사 메이, 보리스 존슨, 리즈 트러스, 리시 수낵까지 연속으로 다섯 명이 옥스퍼드에서 배출됐다.

옥스퍼드 대학신문 ‘처웰(Cherwell)’ 기자였던 저자는 영국의 현대정치 정점에서 군림하는 이들이 모두 30여년 전 처웰 지면에 다 있었다고 설명한다. 그가 1983년과 1998년 사이의 옥스퍼드 거리를 오가며 책을 써 내려간 이유다. 그는 저서에서 “옥스퍼드에선 그럴듯한 언변으로 허세를 부리는 방법 외엔 아무것도 배울 게 없었다”며 적나라하게 비판한다.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은 회색분자로 불렸는데, 이는 가장 치욕스러운 단어로 통했다.

이튼과 같은 세습적인 사립학교를 나온 상류층 옥스퍼드생은 중산층과 소수의 노동계급 출신 동기생을 이방인 취급했다. 이들의 꿈은 언젠가 자신이 ‘영국의 국정을 관장하는 지배 계급이 된다’는 것이라 10대 때부터 같은 부류의 상류층과 견고하게 인맥을 쌓았다. 학교는 의회 진출을 위한 ‘네트워킹 발판’이었으며, 그 중심에 옥스퍼드 토론 클럽 ‘옥스퍼드 유니언’이 있었다. 보수당 총리를 꿈꾸는 학생들을 위한 필수 관문이었다.

그런데 유니언은 정책보다 수사에 집중하는 것을 장려했다. ‘비수 꽂기’와 ‘뒤통수치기’가 난무했다. 실제 존슨 전 총리는 학창시절인 1985년 이튼 출신 동문 위주로 첫 번째 유니언 회장 선거를 치렀다가 실패하자, 다음 선거에선 사민당과 자유당 성향 학생을 포섭하려고 ‘사민당 지지’를 자처했다. 호주 총리가 된 옥스퍼드 출신 맬컴 턴불도 인터뷰를 통해 “기름진 더미의 꼭대기에 오르는 것을 전부라고 생각하는 학생 정치의 표본”이라고 회고할 정도다.

쿠퍼의 메시지는 명징하다. 옥스퍼드로 대표되는 영국의 초엘리트 교육이 결국 영국 국민의 삶에 악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존슨 전 총리의 옥스퍼드 출신 경력은 지도자의 자격증처럼 보이게 했고, 그가 옥스퍼드에서 배운, 얕은 지식으로도 아는 것 이상으로 말하는 능력은 브렉시트 운동을 승리로 이끌게 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존슨이 ‘유럽연합에서의 탈퇴 비용은 거의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던 것을 국민이 믿고 따르지 않았다면, 브렉시트는 그저 하나의 촌극으로 끝날 수 있었다. 2016년 봄 열심히 선거운동을 벌이던 (존슨을 비롯한) 유럽연합 탈퇴론자들은 브렉시트를 일종의 옥스퍼드 유니언 회장 선거운동 쯤으로 취급했다.”

이정아 기자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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