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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넷플릭스 천하’는 이제 끝?!…700억 써도 안본다
지난 8월 마스크걸 이후 1위 콘텐츠 전무
본질은 규모 아닌 서사…기본에 충실할 때
[넷플릭스 제공]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넷플릭스 등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들과 방송사들이 거액의 제작비를 들인 K-드라마들이 잇달아 흥행에 참패해 주목된다. 특히 K-드라마에 거액을 쏟아붇고 있는 넷플릭스는 지난 8월 이후 이렇다 할 흥행작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무리 몸집을 키워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해도 개연성 없는 서사로는 시청자들을 끌어들일 수 없어 지금이야 말로 본질에 충실할 때라고 지적한다.

31일 OTT 업계에 따르면, 매주 시청 수(Views)를 공식 집계해 발표하는 넷플릭스에서 한국 드라마가 세계(비영어권) 1위를 차지한 사례는 지난 8월 21∼27일 '마스크걸' 이후 전무하다.

넷플릭스는 '마스크걸' 이후 '너의 시간 속으로', '도적: 칼의 소리', '이두나!',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스위트홈' 시즌2 등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를 줄줄이 선보였지만, 모두 세계 1위에 오르는 데 실패했다.

특히 이들 드라마는 수 백억원 규모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들이 많아 흥행 참패가 더 뼈아프다. 실제로 '도적: 칼의 소리'는 제작비가 360억원으로 알려졌다. '스위트홈' 시즌2는 회당 30억원을 투입해 이전 시즌보다 더 많은 제작비를 들였지만, 흥행은 물론 관객 평가에서 혹평을 면치 못했다.

[SBS 제공]

넷플릭스는 올초 '더 글로리'로 대박을 터트린데 이어 '택배기사', '사냥개들', '셀러브리티' 등으로 재미를 봤다. 넷플릭스에서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가 공개가 되기만 하면 통과 의례처럼 세계 1위를 기록했던 것. 덕분에 최근 작품들의 성적은 올초와 비교되면서 더욱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넷플릭스 뿐만이 아니다. 넷플릭스와 경쟁하며 맞불을 놓은 방송 드라마 역시 많은 제작비가 들어갔는데도 흥행 성적이 기대에 못미쳤다. 지난달 종영한 SBS 드라마 '7인의 탈출'은 김순옥 작가의 극본에 제작비 460억여원을 쏟아부어 방송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지만 5~6% 시청률을 맴돌다 그쳤다. tvN 역시 대작 '아스달 연대기'의 후속작인 '아라문의 검'을 제작했지만, 시청률은 2∼5%대에 머물렀다.

대규모 제작비 투입이 흥행으로 연결되지 않은 것은 많은 제작비가 드라마의 화려한 볼거리를 만들 수는 있지만 재미를 보장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많은 제작비를 들인 디즈니+의 '무빙'이나 KBS의 '고려거란전쟁'은 단지 화려한 볼거리로 승부를 본 것이 아니라 그 밑바탕에 탄탄한 서사와 매력적인 인물들이 있어 흥행과 호평이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넷플릭스 캡처]

올해 초 세계적으로 흥행한 드라마 '더글로리'나 작년 최고의 인기 드라마로 꼽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역시 많은 제작비를 투입하거나 시선을 압도하는 볼거리를 앞세운 작품이 아니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사의 힘이고, 이것이 (드라마의) 본질이자 핵심"이라며 "올해는 그 본질에서 벗어난 작품들 대부분이 어려움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큰 투자를 하더라도 내실이 있어야만 좋은 작품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 역시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물들이 만들어가는 사건을 얼마나 짜임새 있게 구성하느냐는 것"이라며 "오락적 볼거리에만 치중하고 기본인 서사에 소홀한 작품들이 외면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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