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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TS 공백 메우고, 음반 판매 1억장 시대 열었다 [2023 결산]
완전체 BTS 공백 메운 2023년
연간 음반 판매량 1억 장 돌파
세븐틴 혼자 1600만장 팔아
내수시장 한계 극복한 초국적 K-팝
세븐틴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연간 음반 판매량 1억장 시대. 한국 대중음악 사상 단 한 번도 이룬 적 없는 기록적 성과가 나왔다. 규모의 성장은 K-팝의 무대 확장이 일군 결과였다. 방탄소년단의 완전체 활동은 없었지만, 멤버 개인의 역량은 확인됐다. ‘포스트 BTS’의 자리를 대체할 자산이 넉넉하다는 가능성도 확인한 해였다. 영광의 이면엔 ‘위기론’도 도사렸다.

완전체 BTS 공백 메웠다…韓 대중음악 사상 ‘최고’ 성과

신인 그룹도 100만 장은 거뜬했고, 빅그룹은 수백 만 장을 팔아치웠다. 세계적인 팝스타가 된 방탄소년단의 그룹 활동 중단 여파가 우려됐으나, 굳건히 기반을 다진 K-팝은 ‘슈퍼스타의 공백’을 촘촘히 메웠다.

27일 한국음반콘텐츠협회가 운영하는 써클차트에 따르면 올 1~11월까지 국내 음반 판매량 인기 400위까지의 K-팝 누적 음반 판매량은 1억 1600만 장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총 음반 판매량인 8000만 장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로, 전년 기록의 144%에 해당한다.

올 한 해 빅그룹의 음반 판매량은 상당했다. 특히 세븐틴은 한국 대중음악 사상 단 한 번도 나온 적 없는 성취를 썼다. 세븐틴은 올 한 해 동안 무려 1600만 장(2023년 1~11월)의 판매고를 올렸다. 세븐틴은 지난 4월 발매한 미니 10집 ‘FML’로 627만 장을 팔아치우며 K-팝 단일 앨범 사상 역대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다. 지난달 23일 발매한 미니 11집 ‘세븐틴스 헤븐’은 발매 첫주에만 509만 1887장을 팔았다. 써클차트에 따르면 세븐틴 앨범의 26%인 420만장 가량이 2023년 이전에 발매된 구보였다. 구보 앨범의 판매 비율이 높다는 것은 세븐틴의 신규 팬덤이 여전히 늘고 있다는 의미다.

스트레이 키즈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트레이 키즈는 올 한 해 1086만 8585장의 앨범을 팔았다. 지난 6월 발매한 정규 3집 ‘★★★★★(5-STAR, 파이브스타)’는 513만 장, 11월 발표한 새 앨범 ‘락-스타(樂-STAR)’는 지난달 기준 393만 3334장의 판매고를 올렸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643만 6964장), NCT드림(503만 5364장), 뉴진스(439만 9019장), 엔하이픈(401만 9726장), 제로베이스원(385만 5432장), 아이브(381만 4372장), 에스파(344만 7999장), 에이티즈(334만 406장), NCT127(305만 9317장)이 한 해 동안 300만 장 이상의 음반 판매량을 기록했다. 올 한 해 지민을 시작으로 개별 활동을 이어간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성과도 상당하다. 정국(270만 2453장), 뷔(225만 93장), 지민(175만 6567장), 슈가(131만3615장)의 앨범 판매량을 모두 합치면 800만 장이 넘는다.

방탄소년단 정국 [빅히트뮤직 제공]

써클차트에 따르면 올 1~11월까지 100만 장 이상 앨범을 판매한 가수는 총 26팀으로 지난해보다 5팀이 늘었다. 100만 장 이상 판매량을 기록한 앨범은 총 33장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장이나 증가했다. 이 중 남자 아티스트는 17팀(2022년 11팀)으로 전년보다 6팀이 늘었고, 판매량은 약 3700만 장 증가해 75.6%나 성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100만 장 이상 앨범 판매량을 올린 여성 아티스트는 9팀이었다. 전년보다 1팀 감소했으나, 음반 판매량으로 치면 430만 장 증가, 17.9% 성장했다.

김진우 써클차트 수석 연구위원은 “K-팝 음반 판매량의 성장은 글로벌 시장의 변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관세청 데이터에 따르면 영국, 프랑스, 캐나다 등이 기존 아시아 국가들을 제치고 K-팝 수출 대상국 10위권에 진입했다. 세계 4위 규모의 음악시장을 가진 독일은 지난해 8위에서 5위로 부상했고, 대미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67.3%로 늘었다. 김 연구위원은 “글로벌 K-팝 시장은 기존 아시아 중심에서 음악시장의 규모가 큰 북미와 유럽으로 확대되며 본격적인 체질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걸그룹 ‘캐츠아이(KATSEYE)’의 데뷔 멤버로 선발된 다니엘라(미국), 윤채(한국), 라라(미국), 소피아(필리핀), 마농(스위스), 메간(미국) [하이브 제공]
위기의 K-팝, 내수 한계 극복하고 ‘초국적 시대’로…

‘K’가 사라졌다. 바야흐로 ‘초국적 K-팝’ 시대가 열렸다. 올 한 해 K-팝의 화두는 단연 ‘K’ 없는 K-팝 그룹의 등장이다. 이젠 ‘K-팝 3.0’이다.

K-팝은 한국인 멤버로만 구성된 1세대 그룹(H.O.T., SES, 핑클)이 중심이 된 ‘K-팝 1.0’ 시대를 시작으로, 외국인 멤버들이 포함된 ‘K-팝 2.0’ 시대를 거쳤다. 지금은 K-팝 프로듀서가 제작, K-팝 시스템 안에서 태어난 전원 외국인 그룹(SM의 웨이션브이, DR뮤직 블랙스완, JYP 니쥬, 비춰)이 등장하고 있다.

‘K-팝 3.0’은 영원할 줄 알았던 K-팝 전성기에 찾아온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한 업계의 자구책이다. 올 한 해 K-팝 음반 판매량은 전례없는 성과를 냈지만, 내부 사정을 들여다 보면 마냥 분홍빛은 아니다. K-팝 주요 시장인 중국에서의 음반 수출액이 올해 1∼10월, 전년 대비 51.1% 감소했다.

김진우 연구위원은 “올해 5개월 연속 진행된 불안정한 중국 수출 상황이 내년에도 반복될 경우 전체 K-팝 피지컬 앨범 시장 성장에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우려와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대형 기획사들은 세계로 눈을 돌렸다. 지난 20여년간 구축한 K-팝 시스템을 국제 무대로 이식하는 ‘현지화 전략’을 세운 것이다. 다양한 국적의 멤버들을 통해 해당 지역에서의 팬덤을 확보,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가기 위한 지속가능한 ‘미래 해법’이다.

K-팝 시스템을 이식해 제작한 글로벌 그룹은 국내 대형 기획사와 해외 대형 음반사가 손을 잡은 형태로 나타났다. 세계적인 음반사인 유니버설 뮤직 그룹이 전략적 독주를 이어갔다. 유니버설 뮤직 산하 레이블 리퍼블릭 레코드와 게펜 레코드가 각각 JYP, 하이브와 손을 잡고 공개 오디션을 통해 비춰(VCHA), 캣츠아이를 결성했다. 현재 영미 팝 시장에서 라틴 음악과 함께 가장 뜨거운 장르인 K-팝을 등에 업고 세계 시장을 집어삼키려는 대형 음반사의 야심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SM은 2019년 중국인 멤버로만 구성된 웨이션브이를 출격한 데 이어 팝의 본고장을 공략한다. 영국 신예 보이그룹 제작을 위해 현지 엔터테인먼트 기업 문앤백(MOON&BACK)과 전략적 협약 체결식을 가졌다. 한국과 영국이 처음으로 선보이는 합작 보이그룹이다.

이제 K-팝의 생존 전략은 K 없는 K-팝으로 진화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K-팝 3.0은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위한 ‘최적의 대안’이라고 강조한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K-팝의 성장과 지속은 대한민국의 사회경제적 흐름과 함께 한다”며 “출생률과 인구 감소로 내수에만 의존할 수 없는 상황이 된 만큼 향후 10년 이내에 K-팝 그룹, 특히 보이그룹 제작이 어려울 수 있는 상황에서의 합리적인 대안이 K-팝 3.0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피프티 피프티 [어트랙트 제공]
SM 인수전부터 탬퍼링까지…위기의 K-팝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으로 시작해 ‘중소돌의 기적’으로 불리던 피프티 피프티로 인해 촉발된 탬퍼링 논란까지…. 2023년의 K-팝 업계는 사상 초유의 ‘사태’들이 끊이지 않았다.

K-팝의 시발점이 된 SM엔터테인먼트를 둘러싼 IT공룡 카카오와 국내 1위 엔터테인먼트사 하이브의 ‘경영권 인수전’은 올 2~3월 대중문화계를 뜨겁게 달군 이슈였다. SM 설립자인 이수만이 물러서고 SM 경영진이 카카오와 손을 잡으며 ‘경영권 분쟁’으로 사태는 확대되고, 이런 와중에 이수만이 하이브에 자신의 지분 대부분을 매각하며 하이브와 이수만 VS SM과 카카오의 지분 경쟁이 치열해졌다.

SM은 결국 카카오의 차지가 됐으나, 인수전 당시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카카오가 SM 주식 시세를 조종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이에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구속기소 되고 김범수 카카오 전 이사회 의장이 검찰에 송치됐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사안이다.

SM 인수전 만큼 가요계를 뜨겁게 달군 이슈는 ‘탬퍼링(Tampering·전속계약 기간 중 사전 접촉)’ 논란이었다.

글로벌 히트곡 ‘큐피드’가 미국 빌보드, 영국 오피셜 차트에 상위권까지 내달리며 ‘중소돌의 기적’이 된 피프티 피프티는 소속사 어트랙트와 전속 계약 분쟁으로 도마에 올랐다. 멤버들은 어트랙트를 상대로 정산 문제, 노예 계약 등을 이유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데뷔 반 년도 안돼 불거진 사태에 여론은 싸늘했다. 멤버 키나만 현재 소속사로 복귀, ‘빌보드 뮤직 어워즈’(BBMA)에 참석하는 등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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