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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우인생 28년차’ 박신양, 화가로 데뷔하다…“내식대로 솔직하게” [인터뷰]
진솔한 고백에 담긴 우리의 여정
‘제4의 벽’ 출간…그림 131점 수록
평택 mM아트센터서 첫 개인전
배우 박신양이 화가가 됐다. 그가 첫 개인전을 열었다. [민음사 제공]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그저 사람들을 진심으로 만나고 싶었어요. 캐릭터가 아닌, 사람으로 저를 대하는 사람들을 말이죠. 상상과 현실 그 사이 경계를 오가며 다양한 시점으로 제가 느낀 세상을 표현하게 된 이유예요.”

데뷔 28년차 배우 박신양이 화가로 변신했다. 스크린 속 캐릭터로 인식되는 배우의 운명과 자기 자신의 모습을 찾고 싶은 인간적인 본능 사이에서, 그는 붓질을 했다. 그는 22일 헤럴드경제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사실 지금도 그림을 표현한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어색하다”라며 쑥쓰러운 듯 말했다.

그림에 대해 제대로 배운 적은 없지만 그저 표현하고 싶었다는 그의 솔직한 고백. 이는 그가 첫 개인전을 열고, 지난 10여년간 그린 그림 131점을 수록한 신간 ‘제4의 벽’을 출간하게 된 배경이 됐다. 19일 평택시 첫 시립미술관 mM아트센터에서 개막한 그의 전시는 내년 4월 30일까지 진행된다.

그의 신간 제목이기도 한 ‘제4의 벽’은 무대와 관객석을 구분하는 가상의 벽이다. 배우와 관객이 현실에는 없지만, 마치 존재한다고 상상하는 경계를 말한다. 연극 무대의 원리가 되는 개념이다. 박신양은 “경계에서 한 발 떨어져서 안과 밖, 여러 군데로 시점을 옮겨 다녔다. 그런데 현실 속에 상상이 있었다. 현실과 상상이 이분법처럼 나뉘어진 게 아니었다”라며 “그렇게 나의 강박 관념이 깨졌다”라고 설명했다. 누가 현실과 상상을 구분했으며, 무엇이 사람들을 현실 속으로 몰아갔는지 그가 사회적 통념에 대해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의 붓질은 더욱 거침이 없어졌다. 대상의 형태는 일그러졌다. 그런데 적극적이고 활기차다. 그의 그림 ‘종이팔레트’, ‘춤’, ‘자화상’ 연작이 더욱 추상을 향해 달려나간 이유다. 특히 그는 30여점에 이르는 ‘당나귀’ 그림을 그렸다. 짐을 지고 살아가면서도 그 사실을 모르는 동물의 모습에 그가 자기 자신을, 그리고 우리 인간을, 투영했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지점이다. 그는 “(그림을 표현하는 방식이) 어떤 분출이었는지, 또는 어떤 치유였는지, 그건 여전히 모르겠다”라며 “그런데 솔직하게 나 자신을 던져 넣어야 보는 이들에게 고스란히 가닿을 거라고 믿고 그렸다”고 말했다.

화가 박신양의 첫 개인전 전시 전경. [mM아트센터제공]

특히 그동안 굵직한 배역을 소화해온 그였기에, 박신양이 그림을 대하는 자세는 연기와 다르지 않았다. 그는 “그림도 연기도, 그리고 모든 표현은 표현자가 세상을 어떻게 보는가에 대한 문제”라며 “내가 느끼는 만큼만 연기로 표현했다. 그림을 그리는 마음도 같았다”고 설명했다.

박신양이 그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27세 러시아 유학 때다. 동국대 연극영화과 졸업 후 러시아 쉐프킨 연극대학교와 슈킨 연극대학교에서 공부하던 중, 그는 니콜라이 레릭의 그림을 우연히 만났다. 몸이 굳었다. 이 우주에 오직 그림과 나만 존재하는 것 같은 순간을, 그는 경험했다. 그는 “연기자로 살아가는 동안 지치고 힘들 때마다 니콜라이 레릭의 그림을 마주쳤던 순간을 떠올리곤 했다”라며 “그때의 감동은 지금도 전혀 흐릿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늦깍이’ 화가로 그림을 그렸다. 지난해에는 국립안동대학교 미술학과 서양화전공 석사과정에 진학했다. 감동의 힘은 이토록 강력했다.

“처음에는 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도 몰랐죠. 그런데 10년간 그림을 그리고 몸도 건강해지고, 또 책을 준비하면서 그 어떤 것도 따를 필요가 없다는 게 명쾌해졌어요. 기쁨, 슬픔, 행복, 생소함, 벅차오름, 그리고 나약한 면까지. 내 식대로 솔직하게 그리는 겁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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