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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량’ 김한민 감독 “‘이순신 정신’ 일깨워지길…임진왜란 드라마 기획 중”
영화 ‘노량’ 이순신 대의에 초점
“‘물 없는’ 해전 장면, 확신 없었다”
김윤석, ‘용장’·‘지장’ 면모 모두 갖춰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명량’이 큰 성공을 거뒀지만, ‘한산’이나 ‘노량’이 자칫 (명량의) 흥행에 힘입은 후속편이 되길 바라진 않았어요. 두 작품이 어떤 의미가 있을 지 더 철저하게 생각했죠.”

‘노량: 죽음의 바다’(이하 ‘노량’)로 돌아온 김한민 감독은 지난 19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전작의 흥행에 기대지 않고 ‘노량’만의 특별한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20일 개봉한 ‘노량’은 ‘명량’(2014)과 ‘한산: 용의 출현’(2022)에 이은 이순신 장군 3부작의 완결편이다. 영화는 이순신 장군의 생애 마지막 전투이자 7년 간의 임진왜란을 마무리한 노량대첩을 소재로 했다. 영화는 이날 32만 명의 예매 관객 수를 기록하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이는 이순신 장군 3부작 가운데 가장 많은 예매 관객 수다.

영화는 단순히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순간에 초점을 두지 않는다. 영화는 이순신 장군이 이토록 노량대첩에 치열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찾아간다. 이순신 장군의 심중엔 왜군의 ‘완전한 항복’이 있었다.

“‘노량’을 ‘내 죽음을 알리지 말라’로 끝내면 영화를 만들어야 할 이유가 없었어요. 이순신 장군이 왜 그렇게 치열하고 집요하게 마지막 전쟁을 하려고 했는가에 대한 제 나름의 확신이 필요했죠. 적들을 응징하고 더 나아가 완전한 항복을 받아내야 한다는 결의에 ‘노량’의 의미와 대의가 있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는 이순신 3부작의 피날레에 걸맞게 대규모의 해전 장면으로 관객들을 압도한다. 해전 장면만 1시간 20여분이나 된다. ‘물 없는 해전’을 실현하기 위해 강릉 스피드스케이트 경기장에 초대형 규모의 실내 세트장을 지었고, 나머지는 시각특수효과(VFX)로 채웠다. 컴퓨터 그래픽(CG) 작업에만 800여 명이 투입됐다.

“사실 물 없이 ‘물 있는 해전’을 찍을 수 있을까에 대한 확신이 없었어요. 어떻게 물 없이 현실감 있게 큰 규모로 (장면을) 표현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컸죠. 해전이 시각적인 완성 뿐만 아니라 100분 간의 완급 조절도 필요해 고민이 많았습니다.”

김 감독이 이번 작업을 ‘큰 오케스트라’에 비유했다. 그가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이 음향 디자인이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런닝타임 내내 다양하고 웅장한 음악으로 영화의 감동과 재미를 배로 키운다. 그래서일까. 그는 “사운드 밸런싱이 가장 중요했던 마지막 작업이 굉장히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특히 롱테이크로 촬영한 백병전에서 음향이 큰 힘을 발휘한다. 해당 장면은 영화의 백미로 꼽힌다.

"처음엔 비트있고 박진감 넘치는 사운드로 백병전을 덮었는데 장면의 느낌이 잘 살아나지 않더라고요. ‘내가 연출을 잘못했나'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과감하게 뮤트(소리 없애기)로 가니 전혀 다른 세계의 이순신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더라고요. 그렇게 조금씩 답을 찾았죠.”

백병전 장면은 김 감독이 가장 공을 들인 장면이다. 당초 롱테이크로 백병전을 찍는 것을 두고 제작진 사이에선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김 감독은 이를 뚝심있게 추진했다. 그는 “스탭들은 이걸 어떻게 찍느냐고 했지만, 치열한 전장의 중심에 있는 이순신 느낌이 고스란히 전달될 것 같아 밀어붙였다”고 털어놨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김 감독은 배우 최민식, 박해일에 이어 김윤석을 마지막 이순신 장군으로 낙점했다. 이유는 배우로서 김윤석의 ‘희귀성’ 때문이었다. 그는 “‘명량’의 이순신 장군이 두려움을 극복하고 이를 용기로 바꾸는 ‘용장’이었다면 ‘한산’의 이순신은 지략, 전략, 정보전에 능수능란한 ‘지장’”이라며 “‘노량’의 이순신은 이 두 가지의 면모를 갖추고 지혜롭고 혜안이 있는 ‘현장’이길 원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윤석 씨는 그런 느낌이 묻어나는 희귀한 존재의 배우”라고 평가했다.

한국인이라면 다 아는 이순신의 최후는 정작 영화에선 매우 담백하게 그려진다. 이에 대해 정작 김 감독은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완전한 항복, 즉, 전쟁을 어떻게 올바로 끝내야 하는가에 대한 진정성을 드러내려고 하다 보니 그런 톤 앤 매너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김 감독은 10년 간 천착했던 임진왜란을 영화 뿐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다룰 예정이다. 이미 임진왜란을 소재로 한 드라마 ‘7년 전쟁’의 기획에 들어갔고, 10년 간 이순신 장군 3부작의 제작 과정을 담은 담은 극장판 다큐멘터리도 준비 중이다. 로봇 전쟁을 다룬 SF(Science Fiction) 영화 ‘에덴’(가제)도 제작할 예정이다.

그는 “3부작 영화가 전쟁 드라마였다면 드라마 ‘7년 전쟁’은 정치 외교사를 다룰 것”이라며 “주인공도 이순신 장군이 아니라 ‘오성과 한음’의 이덕형이 작품의 중심이 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순신의 정신이 지금 우리 시대에 소중하게 일깨워졌으면 좋겠어요. 우리 역사도 아직 잘 종결된 상태가 아니잖아요. 분단 상태에서 여러가지 문제가 얽혀 있죠. 관객들이 크게 공감하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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