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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10대에 뚫린 경복궁 담장, 맹점 또 드러낸 문화재 관리

경복궁 담장을 스프레이로 훼손한 용의자 2명이 경찰에 검거됐다. 사건을 수사해온 서울 종로경찰서는 1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에 거주하는 10대 남녀 2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16일 새벽 1시경 경복궁 영추문과 고궁박물관 쪽문 부근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불법 영상 공유사이트 주소를 남기고 도주한 혐의다. 범행 동기는 “돈을 주겠다”는 지인의 제안이었다니 더 어처구니가 없다. 비록 담벼락이라고 하나 경복궁은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는 한국의 상징적 문화재다. 그런 문화재가 돈 몇 푼에 현혹된 철없는 청소년들에게 무방비로 훼손되는 현실이 안타깝고 유감스럽다.

문화재 낙서는 테러 행위나 마찬가지다. 특히 스프레이와 같은 유성도료는 문화재에 치명적 손상을 가져온다. 이번 경복궁 낙서만 해도 그렇다. 많은 돈과 전문 인력이 투입돼 복원에 힘을 쏟고 있지만 이전 상태로 완전히 돌아온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유색의 화학 성분이 담벼락에 깊이 스며들 경우 원상회복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같은 문화재 낙서 ‘테러 행위’는 툭하면 발생한다. 2007년 이후 문화재청에 보고된 낙서 훼손은 8건에 이른다. 서울 삼전도비를 비롯해 울산 천전리 각석, 합천해인사 전각 벽, 서울 한양도성 등 잊을 만 하면 일어난다. 사회에 대한 불만, 이념적 종교적 행동, 단순한 장난과 관심 끌기 등 그 이유는 다양하지만 이로 인한 상처는 돌이킬 수 없이 크다. 낙서는 아니나 숭례문이 전소하는 참담한 사건도 있었다. 이런 엄청난 일을 겪고도 문화재 훼손 사례는 끊이지 않는다. 그만큼 우리의 문화재 관리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는 얘기다. 오죽하면 경복궁 낙서 테러로 주변 경비를 크게 강화했다는 데도 다음날 같은 장소에서 모방 범죄가 발생했을 정도니 더 말이 필요없다.

소를 잃었다면 외양간을 확실하게 고쳐야 한다. 하지만 고치는 것으로 끝나선 안된다. 지속적인 유지 관리 보수를 하지 않으면 불행한 일은 언제든 일어난다. 국보 1호 전소는 우리 모두의 치욕이다. 그러나 이를 반면교사로 삼지 못하고 이번에는 경복궁이, 그것도 10대에게 뚫렸다. 요란스럽게 외양간을 고쳤지만 시간이 지나며 흐지부지돼 소를 또 잃은 셈이다.

문화재 훼손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우선 문화재 훼손범에 대해서는 가혹하다 할 정도로 강한 처벌을 해야 한다. 형량을 늘리는 것은 물론 복구 비용 전액을 변상하도록 하는 등의 조치도 병행해야 한다. CCTV를 추가 설치하고 인력을 더 늘려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도록 문화재 관리 예산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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