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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예비후보자 등록 시작됐는데도 여전히 ‘깜깜한’ 총선룰

내년 4월 10일 실시되는 제22대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이 12일 일제히 시작됐다. 등록을 마친 예비후보자는 이날부터 선거사무소 설치, 어깨띠 착용, 선거운동용 명함 배부, 전화를 통한 지지 호소 등 일정 범위 내의 선거운동이 가능하다. 총선을 향한 120일간의 치열한 대장정이 사실상 막을 올린 셈이다.

그런데도 정작 경기의 규칙이라 할 선거제도는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당장 선거구 획정조차 안 된 상태다. 공직선거법에는 선거 1년 전까지 선거구 획정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여야가 주판알을 튕기느라 도무지 진척이 없다.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면 어느 지역구에 등록해야 할지 모르는 정치 신인들은 치명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얼굴을 알리고 지역공약을 준비할 시간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선거구 획정 지연은 이번뿐이 아니다. 총선 때마다 선거일 40일가량을 남기고 벼락치기로 획정하기 다반사였다. 19대 총선 때 선거 44일 전, 20대 때 42일 전, 21대는 39일 전에 마무리됐다. 이쯤이면 기존 정치인들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정치 신인 진입을 제어하려는 목적으로 고의로 늦추고 있다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아직 끝내지 못한 선거제 개편작업 역시 마찬가지다. 제도 개편의 핵심은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인데 이를 논의하는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가동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 적어도 지난 총선과 같은 위성정당 난립은 막아야 한다는 게 국민 대부분의 생각이다. 정치권도 이를 공감했고,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대선 때 위성정당을 막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정착시키겠다고 공약까지 내놓았다. 그러나 막상 선거가 임박하자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는 형국이다. 제도를 되돌리면 가져올 수 있는 의석수에 차질이 생기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국민과의 약속은 뒷전인 모양이다. 게다가 선거제도 개편이 늦어지면 새로운 정치세력의 결집도 방해를 받게 돼 이들을 견제하는 효과도 볼 수 있다는 계산도 깔린 듯하다.

선거구를 획정하고 합리적인 선거제도를 마련하는 것은 정치의 기본이다. 우리 정치가 후진적이고 3류라는 소리가 나오는 것은 이런 기본적인 문제조차 투명하게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서울의 8배가 되는 지역구가 나오고, 위성정당이라는 세계 정치사에도 없는 기형적 제도가 춤을 추는 일은 없어야 한다. 선거구는 인구 비례도 중요하지만 지역의 대표성도 고려해야 한다. 나아가 모든 정치세력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토양을 선거제도에 담아야 한다. 당리당략에 매몰되지 않고 상식과 합리에 바탕을 두면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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