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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이연복 셰프도 선택한 면사랑, 프랑스에 K-누들 알리는 까닭 [영상] [푸드360]
면사랑 진천공장 가보니…“1m 넘는 면발이 찰랑찰랑”
30년 만에 매출 1400억원대 면 회사 ‘우뚝’
오뚜기 창업주 맏사위, 정세장 면사랑 대표
“이젠 B2C로…11월에는 프랑스에 첫 수출”
“한국 면 입맛, 세계로…냉동면 가능성 있어”
“쌀 소비 증가에 일조할 다양한 제품 준비중”
충북 진천군의 면사랑 진천공장에서 건면이 제조되고 있다. 김희량 기자

[헤럴드경제(진천)=김희량 기자] 손가락 같이 굵었던 떡 모양 반죽이 롤러에 여러 차례 밀리면서 종이 두께만큼 가늘어진다. 어느새 1m가 넘는 가느다란 면발이 하프의 줄처럼 가지런하게 놓여있다. 건조한 바람이 더해져 찰랑찰랑 움직이는 건면(乾麵)의 몸짓은 마치 춤추는 갈대밭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들게 했다.

창립 30년 만에 매출 1400억원대로 성장한 면 전문업체 면사랑

25일 충북 진천군에 위치한 면사랑 진천공장의 한 생산라인. 창립 30주년을 맞아 공개된 이곳에서 밀가루 반죽부터 시작, 국수 면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면은 중간 공정에 따라 생면, 냉면, 쫄면 등으로 만들어진다. 건면의 경우 5곳의 호실을 지나며 점점 건조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충북 진천군의 면사랑 진천공장의 건면 제조 과정. 밀가루 반죽이 펴지고 있다. 김희량 기자
‘오뚜기 옛날국수’ 제조, 백소정·미소야에 면 납품…면·소스·고명, 한 공장서 생산

면사랑은 오뚜기 창업주인 고(故) 함태호 명예회장의 맏사위인 정세장 대표가 1993년 주문자 위탁생산(OEM) 기업으로 시작한 업체다. ‘오뚜기 옛날국수’ 제조사로 시작, 30년이 지난 이 회사는 현재 연 매출 1400억원대 규모의 면 전문 회사로 성장했다. 이마트 인기 가정간편식 ‘피코크’는 물론 중식 대가로 알려진 이연복 셰프의 ‘목란 짬뽕(냉동)’도 면사랑이 만든다. 외식 프랜차이즈 미소야와 백소정에서도 면사랑의 면을 사용한다. 면사랑의 제품으로는 B2B(기업 간 거래) 시장 1위 메가히트 브랜드인 ‘사누끼 우동면’을 포함해 ‘청양고추콘크림우동’, ‘직화유니짜장’, ‘볶음짬뽕면’ 등이 있다.

충북 진천군의 면사랑 진천공장. 기다란 건면이 이동하고 있다. 김희량 기자

면사랑의 자부심은 면·소스·고명을 단일 공장에서 생산한다는 점이다. 면사랑의 제품의 경쟁력은 연타(延打) 면발에 있다. 연타 면발은 밀가루 반죽을 두 손으로 반복해 늘려가며 면을 뽑는 수연(手延) 방식과, 밀방망이로 치대듯 면대를 만들고 칼로 잘라내는 수타(手打)방식이 결합한 면사랑만의 제면 방식이다.

“이젠 B2B서 B2C로…한국화된 세계 면 수출한다”

면사랑은 즉석라면보다는 비(非)라면 제품에 초점을 두고 있다. 냉동면, 냉장면 등 면 150종, 각종 소스 100종, 고명 50종을 생산하는 면사랑은 단체 급식, PB(자체 브랜드) 제품 등을 납품하며 주로 B2B 사업을 해 오다 지난해부터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면사랑은 B2C 부문의 성장을 위해 올해 11월 냉동팩 냉동용기면을 프랑스 최대 식품매장 ‘까르푸’, ‘르클레흐’에 수출하기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세계에 제품을 알린다.

면사랑 공장의 면 제조 모습(왼쪽)과 면사랑 진천공장 사내식당에서 제공되는 국수 모습 김희량 기자
충북 진천군의 면사랑 진천공장에서 정세장 대표가 취재진에게 회사 비전을 소개하고 있다. [면사랑 제공]

면사랑이 B2C 사업에 뛰어든 배경에는 코로나19 때 창사 후 첫 역성장을 경험한 영향이 크다. 2018년 매출 1065억원을 기록하며 연 매출 1000억원대 회사가 된 면사랑은 그동안 지속 성장해 오던 곳이었다. 그러나 2020년 매출이 약 100억원 가까이 줄자 정 대표는 결단을 내린다. 냉동가정간편식 등을 내며 B2C 시장에 들어온 면사랑은 지난해 기준 1400억원까지 매출을 끌어올린 상태다. 이 중 B2C 매출액은 200억원 규모다.

오뚜기와 거래 비중도 나날이 줄이고 있다. 한때 60%가 넘었던 매출 중 오뚜기의 비중은 지난해 기준 15%대로 낮아졌다. ‘독자 노선’이 자리잡고 있다는 방증이다. 동시에 대형 식품기업과 경쟁할 만큼 실력도 커졌다. 약 3000억원대 규모의 국내 냉장면 시장에서 면사랑의 주요 경쟁사는 풀무원과 CJ제일제당이다.

이날 공장 공개에 이어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정 대표는 직접 1시간 30분 동안 취재진과 만나며 B2C 사업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냉동면 강점으로 씹히는 닭갈비볶음면도 가능해”
충북 진천군의 면사랑 진천공장의 막국수 제조 과정의 모습 [면사랑 제공]

정 대표그는 냉동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그는 “이웃 나라 일본의 경우 냉동면 가정용 소비자 시장이 3분의 2 정도라면 한국은 95%가 업소용”이라며 “고품질의 가정용 제품을 내놓지 않아서 그동안 소비자가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기존 라면업체와 차별점을 묻는 질문에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을 예로 들며 “저희는 강한 냉동면 제조 실력을 기반으로 춘천닭갈비가 들어간, 씹히는 닭갈비볶음면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충북 진천군의 면사랑 진천공장에서 만들어진 면 제품이 포장을 위해 이동하는 모습 [면사랑 제공]
충북 진천군의 면사랑 진천공장에서 제조된 면이 건조되는 모습 [면사랑 제공]

정 대표는 이어 한국인이 즐기는 한국화된 세계의 면을 다시 세계로 알리려는 면사랑의 비전을 공유했다. 그는 “프랑스 업체가 우리가 만드는 ‘청양고추 크림우동’을 먹어 본 뒤 ‘아, 이런 면 음식이 있구나’라는 반응과 함께 주문을 했다”며 “미국·중국·일본·유럽·동남아 면 시장에 진출할 것이다. 안정화되면 향후 미국·유럽에는 공장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밀가루를 피하려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제품을 고려 중인지’에 대한 질문에 쌀가루 비중을 30% 정도로 높인 제품을 구상 중이라고 했다. 그는 “면의 단백질 함량 등을 고려해 저희도 쌀 소비를 늘리는 데 일조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을 준비 중”이라며 “쌀국수 시장이 크기 위해서는 쌀국수를 어떻게 먹어야 할지에 대한 (식문화 관점에서)고민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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